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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제(小姐), 양 완 짜아장미엔(炸醬麵)!"

중국 현지 자장면 집에서 종업원 아가씨를 부르며 자장면 두 그릇을 주문할 때 쓰는 중국 말이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자장면 집은 중국어를 당연히 해야 통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자장면 집은 한국어로 해도 중국 아가씨가 간단한 한국어를 알아듣는다.

"한국 자장면은 반짝반짝."
"중국 자장면은 누리끼리."

▲ 중국 상하이 '서울광장'에 위치한 한국식 자장면 집
ⓒ 유창하
한국식 자장면과 중국식 자장면은 색깔부터 다르다. 한국 자장면은 검은색에 윤기가 있는 반면 중국 자장면은 노란 갈색에 윤기가 없고 면에다가 토종 된장을 풀어 놓은 것 같다.

100여년만에 되돌아간 자장면

100여년 전에 인천에 상륙하여 '한국형 변종'이 되었다가 다시 100여년만에 중국으로 건너온 한국식 자장면과 중국 본토의 자장면은 어떤 맛인지 몹시 궁금하다. 그래서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 본토인과 대만인이 운영하는 자장면 집과 한국인이 운영하는 자장면 집을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먼저 '짜장면'을 좋아하는 아들을 데리고 '서울 짜장면(漢城 炸醬麵)'이라는 이름의 '한국 자장면' 집에 갔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아 걱정될 때 "짜장면 먹으러 가자"고 말하면 좋아하며 잘 따라 나선다. 요즘 아이들이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도 자장면 사준다 하면 좋아하는 걸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큰 변함은 없는 거 같다.

▲ 중국 상하이에서 맛본 한국식 자장면. 100여 년 만에 중국으로 되돌아 온 자장면인 셈이다.
ⓒ 유창하
자장면을 보면 자연히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졸업식이나 중학교 입학식 날 같은 특별한 날에 아이들에게 그다지 자상한 성품이 못되셨던 저희 6남매를 키우신 아버지께서 유일하게 베푸셨던 이벤트가 '자장면 사주기'이었다.

취직을 하여 돈을 벌기 시작한 나이가 되어서는 한도 없이 자장면을 몰래 혼자 사먹기도 하였다. 혼자 중국집을 찾아 가서 간자장, 삼선자장, 팔보채, 탕수육, 볶음밥 등을 시켜먹었던 기억이 난다. 숨어서 중국음식을 먹던 맛이 얼마나 꿀맛이었던지 기억이 새롭게 나며 그때를 생각하니 괜히 쑥스러워지기도 한다.

'짜장면'이야 '자장면'이야?

중국 자장면과 한국 자장면을 비교하기 전에 자장면에 대한 의문점을 조금 풀어보자. 우선 자장면 표기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왜 굳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익어 습관화된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느냐'는 의문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자장면이라고 표기하는 사람들은 "된소리보다는 예사소리로 표기하는 법칙에 따라 '뻬이징'이라 표기하지 아니하고 '베이징'이라 표기하듯이 '짜장면'을 '자장면'이라 표기해야 맞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또 "컴퓨터 한글 키보드를 칠 때 '짜'를 치기보다 '자'로 치기가 훨씬 편하기 때문에 된소리를 쓸 필요가 없다"고들 한다.

▲ 대만인 경영의 중국 자장면 자장은 콩을 발효시킨 작은 고체 알갱이이다.
ⓒ 유창하
그러나 어른을 위한 동화작가 안도현 시인은 출간한 <짜장면> 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그것도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짜장면이라고 쓰면 맞춤법에 맞게 기어이 자장면으로 쓰라고 가르친다. 우둔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 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면서 자장면이라고 쓰기를 거부한다.

어쨌든 짜장면은 중국식 발음으로 우리 귀에 익숙한 보편화된 발음이며, 자장면은 외래어를 우리말로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우리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장면! 한 그릇"이라고 외치며 시켜 먹으면 자장면 맛이 나겠습니까? "짜장면"하고 불러야 '짜장면' 제 맛이 나겠죠.

자장면을 한자로 쓰면 자장면(炸醬麵)이고 발음은 '짜아장미엔'이라고 발음이 된다. 어떤 이는 '짜장미엔'이라며 짜장면에 가깝게 들린다는 사람도 있고, '차오장미엔'이라고 전혀 다르게 들린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차오장미엔'의 발음 한자는 자장면(焯醬麵)인데, 경험으로는 아직 그렇게 표기된 중국 현지 메뉴판을 본 적이 없다. 중국이 워낙 넓고 요리 또한 지역에 따라 먹는 면 요리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자장면은 한국화 된 '변종' 중국 짜장면

자장면에 대한 두 번째 논란거리는 '어느 나라 음식이냐?'하는 문제이다. 언제인가 한국의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다가 "짜장면은 한국 음식이다"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대학생들을 본 적도 있다.

▲ 중국 본토인이 주인인 중국 음식점의 자장면은 한국 자장면과 색깔부터 다르다.
ⓒ 유창하
인천광역시 자료와 중국 음식 연구가들의 말에 의하면 '자장면은 중국음식으로 인천이 1883년 개항되고 1920년부터 무역이 성행하면서 중국 사람들이 들어와 만들어 먹었던 중국 요리'라 하며 '이 자장면이 우리 나라 입맛에 맞게 변한 것이며 요리법이나 기본 재료들은 크게 변한 게 없다'고 한다.

중국은 그야말로 요리의 천국이다. 넓은 땅만큼 지방마다 고유한 음식이 있고 맛도 많이 다르다. 요리 방법과 재료에 따른 가지 수가 너무 많아 중국어에 능통한 외국인들도 중국에 살면서 중국 음식 시켜먹기가 쉽지 않다.

요리방법에 따른 중국음식 분류를 하자면 차게 먹는 요리, 데쳐 먹는 요리, 숙성시켜 먹는 요리, 불에 볶아 먹는 요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자장면은 불에 볶아먹는 요리에 속한다. 중국 일반가정에서도 볶아먹는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꾸오'(鍋)라는 주방용 철판 팬을 집집마다 갖추어 놓고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볶음요리를 만든다.

이 중 중국 자장면은 볶아먹는 요리이다. 한국식이나 중국식 자장면 모두 불에 달군 철판 팬에 볶는다. 우리 나라 음식은 대체로 끓이고 삶고 간혹 전을 부치 먹기도 하지만 중국 사람들처럼 철판에 불을 달구어 기름을 부어 볶아 먹지는 않는다. 달군 철판에 볶아 만드는 자장면은 중국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음식 요리 과정과 역사 등으로 살펴볼 때 현재의 한국 자장면은 한국으로 건너온 중국 자장면이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맛이 변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치 넣어 만든 '김치김밥'이 한국 요리가 아니다. 역시 김치 넣은 '김치피자'가 한국 요리가 아니지 않는가?

중국 자장면은 된장 맛 나

중국 본토인이 경영하는 중국요리 집에 들어 가 보았다. 주식 메뉴에 자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한자로 잡장면(雜醬麵)이라고 적혀 있다. '잡채'라는 음식을 쓸 때 쓰는 '잡'(雜)자는 중국 발음으로 '자' 발음이 나오는 글자이니 '잡장면'을 중국 발음으로 하면 '짜장미엔'이 된다. 아마 쉽게 표현한다고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모양이다. 그러나 대부분 중국 음식점에는 자장면(炸醬麵)이라고 바로 표기되어 있다.

▲ 중국 자장면을 비벼보면 연한 갈색이 된다.
ⓒ 유창하
이 음식점 자장면은 콩과 밀가루를 발효시켜 만든 장과 당면처럼 약간 딱딱한 국수에 작은 파와 빨간 고추, 오이 등을 잘게 썰어 넣고 가느다란 양념 돼지고기가 들어 있는 비빔국수 같다. 자장의 색깔은 약간 검은 빛이 도는 갈색이었으며 맛은 된장 비빔국수 맛이다. 면 위에 올려져 있는 장의 양도 한국식 자장면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다.

이번에는 대만 중국인이 중국 상하이에서 운영하는 자장면 집에 가 보았다. 이곳 상하이에는 홍콩사람과 대만인들이 투자하여 경영하는 서비스 업종과 요식업이 대단히 많다. 다른 나라 외국인들보다는 같은 중국인이므로 여러모로 경영상 혜택이 주어지고, 경영인 스스로도 중국인의 정서를 잘 알 뿐만 아니라 불안감 없이 본인 명의로 얼마든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사람이 경영하는 중국 음식집의 면 종류 메뉴판에는 탕면류가 있고 비빔면류가 있다. 자장면은 7~8가지에 속하는 비빔면류의 하나이다. 이 집에서 먹은 자장면 맛 역시 된장국을 면에 비벼먹는 맛과 흡사했다. 다만 자장면 위에 잘게 썬 오이와 절인 배추 잎이 얹혀 나와 입맛을 당기게 한 게 다른 중국집의 자장면과 달랐다. 하지만 짠맛은 달착지근한 한국 자장 맛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을 것 같다.

▲ 메뉴판 비빔면 종류 중 맨 마지막에 자장면 메뉴가 있다.
ⓒ 유창하
그런데 대만인이 경영하는 중국집의 자장면 주원료인 자장면 춘장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자장면과는 다르다. 무채처럼 잘게 썰어 토막낸 반 고체 상태의 장이 국수 위에 얹어져 나왔다. 무채처럼 잘게 썰린 '된장 뭉치'가 한국의 춘장 격인 셈이다. 이것을 면에 섞으면서 잘게 썬 오이와 고추 그리고 양파, 절인 배추를 함께 비비면 약간 걸쭉한 자장면이 된다. 이 맛 역시 된장 비빔면이라 생각하고 먹으니 한국인 입맛에도 맞고 또 다른 별미처럼 느껴졌다.

중국 음식점에서는 한국 음식점과 다르게 주문음식에 따라 별도로 나오는 단무지, 양파, 김치 제공과 같은 서비스가 없으므로 별도로 주문을 해야 나온다. 당연히 요금도 가지 수에 따라 추가된다. 대만 경영인 중국집의 자장면 값은 14원(우리 돈 1820원) 이었고 중국 본토인 경영 중국집 자장면 값은 8원(우리 돈 1040원)이었으며 서울 자장면 집의 자장면 값은 20원(우리 돈 2600원)이다.

한국 자장면이 빛나는 이유

아이와 함께 들어간 한국인 경영 '서울 자장면'이라는 자장면 집은 한국에서 먹어 본 자장면과 우선 색깔, 곁들여 나오는 찬 세트 등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맛은 한국에서 먹는 자장면 맛과 거의 비슷했다. 달착지근한 자장 맛이랑 특유의 자장 냄새까지.

구태여 따지자면 재료 중 면을 중국 현지의 면을 쓰기 때문에 조금 쫄깃하다고나 할까? 채소와 면을 빼곤 재료 모두 한국식품 회사에서 만든 재료(일부는 직접 수입하고 일부는 중국 청도의 한국 공장 제조 식품)를 사용하고 한국인 주방장이 만들기 때문에 맛이나 모양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

중국 자장면과 다른 한국 자장면 특징 하나인 검정 색깔을 내는 주 원료인 춘장(한국식 표현)을 자세히 살펴보자. 자장면 주 원료인 춘장은 밀가루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식품이다. 밀가루 성분이 첨가된 된장인 셈이다. 아직도 북한이나 중국은 된장을 주원료로 한 춘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 자장면은 새까맣고 윤기가 흐르게 보이고 중국 자장면은 된장 색을 띤다.

한국 자장면이 새까맣고 윤기가 흐르는 것은 춘장을 만들 때 첨가하는 밀로 만든 장(밀장)이 검정색을 띠게 하고, 설탕을 가공한 캐러멜이 춘장 윤기를 흐르게 한다. 한국 자장면 역사 기록에 의하면 '초기 자장면은 색깔이 까맣지 않고 현 중국 자장면처럼 갈색이었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춘장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까맣고 윤기가 흐르게 변했다'한다.

중국 상하이에 100여년만에 되돌아온 한국식 자장면은 상하이에 체류하는 한국인뿐 만이 아니라 중국인에게도 입맛을 당기게 하는 자장면이 되어 한국인 주방장이 요리하는 자장면 집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한국 자장면은 중국인이 인천에 상륙하여 그들만의 음식을 만들어 먹다 그 맛이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대중 음식으로 변화되었듯이, 똑같은 방식 대로 이제 중국에 재 상륙하여 한국인 위주의 고유한 음식 문화를 창조하고 조금씩 중국인에게도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미 한국의 대중 음식이 되어 있는 자장면처럼 이제 갓 중국에 상륙한 한국식 자장면이 중국인이 즐겨 찾는 '서울 짜장면'(한국식 자장면)이 될는지는 한국에서처럼 몇 십 년이 지나보아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자장면, 이제 중국인도 찾아요"
[인터뷰]박태희 서울 짜장면 대표

▲ 박태희 서울짜장면 대표
- 어떤 계기로 상하이에 자장면 집을 열게 되었나?
"한국에서 요리학원을 나와 '수타면'이라는 중국집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자장면에 대한 영업과 기술을 익히면서 상하이에서 자장면 집을 개업하려고 준비했다."

- 어린 나이에 중국에 들어왔다고 들었는데?"아버지가 중국 관련 일을 하시는 관계로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중국에는 고등학교 과정이 포함된다)에 진학을 하였다. 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에서 병역을 마치고 요리학원에 등록을 하여 중국요리를 배웠다. 학원 수료 후 요식업소에 취직을 하여 실전을 쌓은 후 상해로 다시 들어와 개업하게 되었다."

- 실례지만 올해 나이를 공개할 수 있는가?"올해 26세이다. 초등학교는 부산 남천동에 있는 학교를 나왔다."

- 경영상 어려움은 없나. 영업은 잘 되는가?" 여름에는 요리 특성상 너무 더워 힘들다. 현지 종업원들의 이직이 심해 다소 걱정이이만 큰 어려움은 없다."

- 중국에서 한국식 자장면을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춘장을 만드는 양념 재료는 한국에서 다 가져온다. 오이 등 야채는 현지에서 조달한다. 면은 중국 면을 쓰기 때문에 다소 쫄깃한 맛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조리법을 많이 개발하여 한국에서의 자장면 맛과 거의 똑같은 맛을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 손님 중 중국인이 찾아오는 비율은 어떤가
"중국인 손님은 10% 정도 찾아오고 교포 30% 그리고 나머지 60%가 한국인이다. 중국 자장면은 짜고 춘장이 적은 편이다. 중국인들도 짜지 않으며 독특한 단맛을 내는 한국 자장면을 즐기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 중국에서 개인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중국에서는 '할 수 있는 일도 없지만, 할 수 없는 일도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개인사업의 길이 언뜻 보기에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 유창하

덧붙이는 글 | 류창하 기자는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중국 상하이의 경제 사회 문화 여행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알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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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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