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용궁사를 찾으면 첫 느낌이 어떤 이벤트로 사찰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며 신도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 유치에도 신경을 쓴 사찰이구나 하는 기분이다.
해동용궁사 측에서 말하는 사찰의 내력은 아주 깊다. 이미 1376년에 공민왕의 왕사(王師)였던 나옹대사(懶翁大師)께서 절 이름을 보문사(普門寺)라 칭하여 창건을 했다. 임진왜란의 전화(戰火)로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 초 근 3백여년 만에 통도사 운강(雲崗)화상이 보문사를 중창하고, 1974년 정암(晸菴)스님이 부임하여 사명(寺名)을 해동용궁사(海東龍宮寺)라 바꾸었다고 한다.
해동용궁사는 부산에서도 신도가 많기로 유명하다. "진심으로 기도하면 누구나 현몽을 받고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신령스러운 곳"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참배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하지만, 신도의 소원성취 여부를 떠나 사찰 주변 풍광이나 교통의 편리함 그리고 인근 기장해변과 송정, 해운대로 이어지는 관광코스의 중심에 자리잡은 위치 덕도 많이 본 사찰이다.
실제로 불교관련 행사일이나 음력 초하루나 보름 또는 휴일에는 인근 도로가 해동용궁사 때문에 교통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있는 절집이다.
해동용궁사는 입구에서부터 사찰의 중심에 이르기까지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특히 해동용궁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주차장에서 사찰입구까지 웬만한 야시장보다 규모나 종류 면에서 큰 시장이 있다. 기장의 특산물부터 비빔밥까지 그리고 1000원 하우스가 있을 정도로 관광지처럼 붐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해동용궁사에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처방으로 많은 부처님이 있다는 것이다. 또 불교와 민간신앙이 뒤섞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소도 많다. 입구부터 일반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12지상이 도열하고 있다. 이 12지상도 '삼재(三災)'를 떨치기 위한 양법 중 하나의 수단으로 신도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를 지나면 해동용궁사가 내세우는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안내석과 함께 쉴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건너편의 십일면관음보살(十一面觀音菩薩) 마애석 옆에는 무슨 영문인지 제주의 '하르방'도 함께 신도들을 맞이하고 있다.
해동용궁사는 특히 '운수업에 종사하는 신도'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해동용궁사에는 '교통안전기원탑'이 절 입구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 5층 석탑으로 되어 있는 이 탑은 시방삼세(十方三世)제불보살님과 호법성중님께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웠다고 하며 매년 안전운행대제를 올리고 교통사고로 죽은 이들의 왕생극락 발원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5층 석탑은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교통안전기원탑이라고 한다(아마 세계에서도 단 하나 뿐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해동용궁사 백팔계단 입구에는 포대화상(布袋和尙)이 '득남불(得男佛)'로 변해서 서 계신다. 코와 배를 만지면 아들을 얻는다는 소문에 배에는 손때가 가득 묻어있다.
득남불을 지나면 한국에서 오직 한곳(?) 뿐이라는 백팔계단이 있다. 용궁사의 실제 입구인 셈이다. 이 백팔계단을 지극 정성으로 한번 왔다 가면 백팔세까지 산다하여 장수계단이라고도 한다는 게 용궁사의 설명이다. 백팔계단 중간에 또 다른 부처님들이 모여 계시는데 바로 '학업성취불(學業成就佛)'이다. 아마 이런 이름을 지닌 부처님도 우리나라에선 용궁사 뿐(?)일 것으로 생각한다.
백팔계단을 내려가면 용궁사 사찰과 해변관광(?)을 위한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다. 용궁사에서 가장 바쁜 부처님이시다. 지나가는 길목에 앉아 계시기에 많은 신도들이 들러서 인사를 한다. 역시 '동해 갓바위 부처님'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신다. 중생들의 마음의 병고나 신체의 병고를 치유해 주신다는 약사여래불은 오늘도 많은 중생들의 만수무강을 위해 고심을 하고 계신다.
해동용궁사로 들어가기 전에 해변암석 쪽으로 가보면 '해맞이 바위'가 있는데 이 곳에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 용궁사는 일단 들어오면 부처님의 눈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처님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중생들을 보살펴 주신다. 이 해맞이 바위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덕분에 해동용궁사는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절이다. 매년 첫날에는 엄청난 인파가 해맞이를 위해 이 곳에 모인다.
해동용궁사의 '불이문(不二門)'은 돌로 되어 있고 용궁사로 들어가는 다리 입구에 있다. 불이문을 통과하면 그 곳부터 절집이 되는 셈인데, 용궁사 불이문은 화강암으로 만든 돌문이다. 불이문을 돌로 만든 곳도 아마 용궁사뿐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듯 해동용궁사는 절집치고는 개성이 아주 강한 절이다.
해동용궁사에 들어서면 1376년에 창건된 사찰치고는 최신식이라고 느낄 것이다. 용궁사가 최근 짧은 세월동안 엄청난 부흥기를 맞았고 현재도 신도 수나 방문객들의 규모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정도로 붐비는 사찰이다. 그래서 예전의 대웅전은 헐고 지금 대웅전을 중창중이다. 현재는 임시 대웅전에 본존불을 모셔두고 있다.
이렇게 최신식인 용궁사에서 그래도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용궁단(용왕당)과 굴법당이다. 굴법당은 바위굴에 만든 '미륵전'이다. 용궁사 창건 당시부터 미륵좌상 석불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굴법당에 모셔져 있는 미륵불은 자손이 없는 이가 기도하면 자손을 얻는다 하여 득남불이라고도 한다(용궁사의 모든 부처님은 이렇듯 특징적인 효험을 가지고 있다).
산 속의 일반적인 절집에는 대웅전 뒤편에 산신각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용궁사에는 산신각 대신에 용궁단(용왕당)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동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름은 용궁단이지만 안에는 산신들이 모셔져 있다.
대웅전 앞에는 '4사자 3층석탑'이 암석 끝에 서있다. 석탑자체는 최근(1990년 대)에 만들어져서 역사가 일천하지만 그 자리가 예전에는 용두암(미륵바위)이란 유서깊은 바위가 있던 곳이다. 이 바위는 한국전쟁 후 해안경비를 위해 파괴했다고 한다. 이 탑에는 스리랑카 메스산안다 스님이 모시고 온 불사리 7과가 봉안되어 있어서 사리탑이라고도 한다. 용궁사의 보물로 취급되는 탑이다.
용궁단 뒤쪽 승천을 준비하는 용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해동용궁사에서 자랑거리인 '해수관음대불'이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몰려드는 중생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계신다. 역시 이 해수관음대불도 다른 용궁사의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단일석재로 만든 한국 최대 석불'이라는 무거운 중책을 맡고 계신다.
이렇듯 해동용궁사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절집에 있는 것은 다 있는데다 다른 절집에는 없는 것들도 있다. 절집이라는 엄숙함을 기대하고 방문한다면 틀림없이 실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관광을 겸하여 방문한다면 잊혀지지 않을 절집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해동용궁사에 대한 더 많은 사진을 보시려면 http://photo4l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