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5년 2월 10일 오전에는 우중충, 오후 계림에서 살짝 개인 후 다시 흐림.

아침에 기상, 하늘을 보니 여차하면 비가 올 듯 우중충하다. 숙소에서 뭉기적.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앞으로 일주일은 같은 날씨란다. 호남 장가계는 비까지 내린단다. 할 수 없지. 짐 싸고 퇴방(야찐 40위안). 흠! 이스라엘 총각 '이다'는 광주, 심천을 거쳐 홍콩으로 간다더니 어제 밤차로 갔다보다.

양삭에서 계림으로

역 앞 유스호스텔에 다시 가니 춘절(春節, 중국설날)이라고 10위안 더 받는다. 짭! 야들이! 뭐 공식적인 거라 뭐라고는 안 했지만 기분이 나쁘다. 그럼 사전에 고시를 하던가,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10위안씩 더 받습니다. 이런 공고를. 언제까지 춘절 핑계로 10위안 더 받을지는 유스호스텔주인만 안다. 컴퓨터를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묵었다. 이틀치 100위안.

점심으로 다시 쌀국수 곱빼기. 2.5위안. 얼마냐니까 3위안 부른다. '(이 아자씨야!) 엊그제 먹었을때는 2.5위안였는데 오늘은 왜 3위안이야?'니까 '춘절' 어쩌고 한다. '근데 왜 나만 3위안이냐?'고 인상 한 번 더 쓰고 2.5위안 냈다.

근처 양판점에 인스턴트 커피를 사러 갔다. 흠. 산동에서 18위안에 샀던 브랜디를 21위안에 판다. 중국은 물류 비용 탓인지, 가격 차이가 크다. 같은 제품도. L사 초코파이, 딸기파이, 강사부 컵라면, 즉석 커피 한 통, 철관음(차 이름) 전부가 29위안. 세계적인 명브랜드 O사 초코파이가 더 입에 맞아 사려고 했는데 2개들이가 없다.

여행하다보면 짐에 눌려 부스러기가 많이 생기기에 포장이 좀 튼튼해야 하는데. 할수 없이 L사 걸로 선택. 흠. 역시 신라면은 안 보인다. 중국내 시장 점유 일위인 강사부 라면에는 신라면 견제용인지는 몰라도 포장에 '한글'까지 넣어서 판다. '한류'를 이용하는 회사들은 '한국'기업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기업들이다. 신라면 힘 좀 내라! 아자! 아자!(필자주: 배낭이 늘 30% 정도 비어있어야 하는 이유는 비상식량이나 먹거리, 기념품이 들어갈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비상식량은 초콜릿 종류, 비스킷, 마른 고기 등 열량이 높은 걸로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와서 역에 가니 역시나 장가계행 기차표가 없다. 그럴 줄 알았다. 아마 이 동네 여행사에서 입도선매했거나 중국 설날 다음이라 수요가 많아서 일지도. 하지만 계림발 장가계행은 원래부터 표구하기가 힘들기로 유명하다. CITS나 호텔에 부탁해서 수수료 50위안 정도면 표를 구할 수는 있겠지만, 198위안짜리 부드러운 침대칸 타는데 수수료를 1/4 나 지불해야 한다는 건 적응하기 힘들기에 포기!(필자주: 기차표 예매 수수료는 경우에 따라 20위안~50위안 정도입니다. 100% 구입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기에 기타 이동방법도 늘 고려하셔야 합니다. 여행 일정도 장기여행이라면 한두 군데 예비코스를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교통편이나 날씨때문에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무리한 일정, 코스는 여행 전체에 무리를 줍니다. 10일에 하루, 이틀 예비일 넣는 이유도 마찬가지지요)

▲ 열차역에 있는 안내소입니다. 영어가 통할 확률은 거의 ..
ⓒ 최광식

▲ 표예매(訂票)해주는 곳입니다. 호텔이나 CITS(중국여유국)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 최광식
유스호스텔에 돌아와 인터넷, 들고 다니던 보조배낭을 내려놓고 같은 방 쓰는 대만아줌마랑 얘기. 중국 북쪽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흑하(黑河)부터 남쪽 끝인 홍콩까지 내려가는 중이란다. 중국에 대한 인상을 물으니 '풍경' 빼놓고는 볼 게 없다고 연신 투덜. 가끔 더럽다는 이유로 혐오감마저 표시한다. 흠! 삼자인 한국인이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 하여간, 모레 비탈논으로 유명한 '용승(용배, 용척)제전'을 같이 보기로 했다.

박물관 구경 가자고 하니 나보고 무용 보러 가자고 한다. 무용이라! 아마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장이모' 감독의 계림풍경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얘기인갑다. 얼마냐고 물으니 '500위안' 정도 한다고 한다. 안가! 장이모 감독 팬이긴 하지만 예산상 도저히. '비싸서 못가!' 라는 말을 하기 민망해서 '원래 무용 안 좋아해!'라고 했다.

계림박물관에 가서 백제의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찾아볼려니 회화전시와 소수민족 의상전시가 전부다. 흘! 이 아마추어 역사가에게 민족사적 발견을 할 기회를 안 준다. 중국내 박물관이 2000여개 있다고 하는 데 거품이 많이 들어간 거다. 아니면 기록을 못남긴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던지. 아니면 정말 기록(유물을 포함한)이 없어서 못하는 건지는 몰라도.

▲ 계림박물관, 유물은 없는..
ⓒ 최광식
다시 역으로 돌아가는 중에 은행에서 돈을 찾았다. 1000위안. 돈이 달랑달랑 하다. 휴우~ 나같은 자린고비 배낭객에게 벅찬 예산이다. 뭐! 술만 안 먹으면…. 이거 남은 일정이나 소화할 수 있으려나?

▲ 은행현금인출기입니다. 가장 편한 현금 보관방법이지요. 은행카드 만드는 수수료는 10위안입니다.
ⓒ 최광식
숙소에 가서 쉴까 하는데 마치 2층버스가 지나간다. 그래 너나 한 번 타보자. 길건너 약국(?)에서 차 한 잔 마시고 기다리는데 마침 좌판 발견. '싱겅지(무물김치)'를 팔길래 물어보니 0.5위안이란다. 오홋! 시큼새콤한 것이 정말 맛있다. 적당히 맵고 시고 달고. 한국 사람, 아니 내 입에는 딱이다. 좌판에서 우리 나라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면 '불량식품'이라고 먹지 말라고 할 만한 튀김종류를 3개(1.5위안). 전부 맛있다. 불량식품이라 맛있는 건지? 아니면 맛있어서 불량식품인지는 몰라도.

▲ 계림명물 2층버스, 2층은 절반은 오픈된 형태입니다. 1위안. 시내만 살짝 보시면 괜찮습니다.
ⓒ 최광식

▲ 중국한약국에서 파는 한방차. 한국에서도 먹힐지도.
ⓒ 최광식

▲ 한 잔에 1위안, 종이컵에 따라줍니다.
ⓒ 최광식
2층버스를 타고 계림시내관광. 계림이 내 눈아래로 지나간다. 다시 역으로 가서 슈퍼인지 기념품 매장인지 애매한 곳에서 대나무통에 든 계림삼화주 2병짜리를 12위안에 구입, 처음에는 18위안 불렀다. 52%짜리 작은 병에 든 술 6위안 부르는 걸 5위안, 지역차 12위안짜리 부르는 걸 6위안에. 전부 23위안에 구입. 20위안에 하자니 싫다고 한다. 한약제인 동충하초가격을 물어보니 내가 사면 절반 가격에 해준다고 한다. 흘. 처음부터 그 가격으로 붙여놓던가.

▲ 계림삼화주는 계림명주인데 만드는 곳은 여러군데입니다.
ⓒ 최광식

▲ 또다른 삼화주, 52%, 5위안
ⓒ 최광식
유스호스텔에 와서 '삼화주 1병'을 마셨다. 물에다 알콜탄 듯 무지 맛없다. 어제 산 2.5위안(계림에서 한개에 4위안에 팔던)짜리 시가 하나 안주삼아 다 마셨다. 유스호스텔 주인인지 턱수염난 주방장이 안주하라고 땅콩튀겨서 갔다 준다. 옷! 난 이런 서비스에 무지 약한데. 남은 삼화주 한 통 기증. 손사래친다. '받어! 이 아자씨야! 한국 사람은 이런 것 받으면 그냥 못 있어!'라는 긴 중국어를 못하기에 눈으로 강하게 압력. 받는다.

출출해서 숙소 밖으로 나가 무조건 오른쪽으로 계속 도니 포장없는 포장마차가 있다. 이것 저것 안 먹어 본 것 다 집어먹었다. 뭐~ 일본 오뎅국물 맛인데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더라도 맛있다. 하긴 뭐든 다 잘 먹는다. 나는!

▲ 왼쪽 아래가 '신(酸) 무'입니다.
ⓒ 최광식
다시 숙소에 돌아와보니 상해에서 재무담당한다는 총각이 와 있어서 잠깐 한담. 상해에서 기차 타고 왔다고 한다. 중국에서 '여행'을 한다는 자체가 경제적으로 상류층에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인터넷!

술 한 잔 더 하고 잘려니 누가 내가 받아놓은 한글로 된 장가계 정보를 읽고 있다.

"한국분이세요?"
"아닌데요!"

헉! 한국어로 나온 부정때문에 머리가 다 어지럽니다. '누구세요?'라고 할 수 없어서 머뭇거리는데 '저는 상해에서 온 한국어 전공인 중국인입니다'라고 조선족 억양의 한국어로 또박또박 대답한다. 앉아서 1시간 동안 한국어 발음 교정. 자기 교수들이 다 '조선족'이라고 한다. 이런 이런. 맥주 한 병 더 마시고, 올라간 '한국어' 위상에 흐뭇해 하면서 잠들다.

'대~한민국!'

<2월 10일 사용경비 내역>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18위안
양삭 > 계림 13위안(버스), 계림역 <> 계림박물관(왕복 3위안), 2층버스(왕복 2위안),

ㅇ 숙박비 : 50위안

ㅇ 식 비 : 8위안
-아침 : 생략
-점심 : 계림 쌀국수 2.5위안(곱배기)
-저녁 : 좌판 5위안

ㅇ 관람비 : 없음, 원래 계림박물관은 20위안인데 하여간 안받음


ㅇ 잡 비 : 65위안
인터넷 2시간(10위안), 한방차(1위안), 비상식량(29위안), 군것질(2위안), 술과 선물(23위안, 죽통삼화주 12위안, 미니삼화주 5위안, 지역차 6위안)

ㅇ 총 계 : 141 위안

*계산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읍니다. 현장감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ㅇ 중국돈 1위안은 여행시 한국돈 130원 정도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