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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갤러리
타워갤러리 ⓒ 정수권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건너편 건물 2층에는 미술관이 하나있다. 부산시 중구 중앙동 '타워갤러리' 나는 가끔 그곳으로 그림 구경을 간다. 하지만 언제나 혼자서 간다. 왜? 아무도 가지 않으니까.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갈게요." "그림 보는 안목이 없어서…." 누군가를 붙잡고 같이 가기를 권하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간혹 미술관에 갈 옷차림이 아니어서 못 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어제 과음을 해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그저 허허 웃고 만다.

天經地義, 청천 정운재
天經地義, 청천 정운재 ⓒ 정수권
수많은 배들이 드나드는 부산항을 끼고 있는 이곳 중앙동은 무역과 관련된 업무로 많은 사람들이 근무를 한다. 모처럼 비가 그친 오늘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최근에 조성된 - 625전쟁 당시 애환이 서린, '40계단 층층대로…'라는 유행가로 유명한 -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 나무그늘 벤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눈다.

그런데 이 무더운 여름, 거기서 한 발짝만 떼고 2층에 있는 그 문만 열면, 전연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하늘, 산, 나무, 꽃, 새, 그리고 매화, 난초….

ⓒ 정수권
중앙동은 부산의 중심 중의 중심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런 이곳에 단지 그림이 좋아서, 예술의 열정과 긍지만으로 22년간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켜온 미술관 대표 김영태(金永太,65) 관장의 뚝심이 있다.

김영태 관장
김영태 관장 ⓒ 정수권
이곳에는 많은 미술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으로 전시회를 연다. 또한 미술관에서 직접 기획하여 봄이면 <꽃그림전>, 여름이면 <부채전>, 가을에는 <여름 추억전>, 겨울이면 <눈그림전>이란 다양한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그 외에도 청년 작가전, 여류전, 초대전 등 특별 기획전을 연다.

올 여름도 어김없이 '2005 부채전'이란 타이틀아래 지난 월요일부터 전시를 시작했다. 벌써 햇수로 19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단다.

전국의 이름난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화사한 조명아래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바람, 푸른 하늘, 바다 내음, 새소리, 그리고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실 보는 사람들은 즐겁지만 이렇게 관람객이 감상할 수 있기까지는 약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작가섭외, 출품작 제작의뢰, 작품접수, 인터넷 작업, 팸플릿 제작, 초대장 발송 등 많은 업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시회를 준비하는 일도 보기보다 매우 힘든 작업이다.

김영태 관장은 작품 배열에 있어 약간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꼼꼼한 성격을 지녔다. 그는 전시회를 조금이라도 더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너무 열심히 한 탓일까? 김 관장은 작가와 작가 친지들이 참석한 개전식에서 초대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병원신세를 졌다.

ⓒ 정수권
하지만 이런 열정과 노력도 아무도 봐 주지 않는다면 그 빛은 바랜다. 김영태 관장은 "전시회는 의식을 갖추는 결혼 예식장 같은 곳이 아니다. 무료로, 시간의 구애 없이 언제나 문은 열려 있으니 많은 사람이 관람하여 신인작가에게는 용기를, 중진작가에게는 긍지를 심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 했다.

글을 쓰는 작가가 밤새 쓴 글을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면 허탈하듯이, 수많은 노력과 정성, 만만찮은 경비를 들여 연 전시회를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이번 2005 한국의 멋 '부채'전은 11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전시실
전시실 ⓒ 정수권

덧붙이는 글 | 이 전시는 www.amkorea.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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