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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만옥씨가 13일 밤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일어난 '만취행패'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호중
<조선일보> 기자의 한밤 '만취폭행' 사건이 주요 언론을 뜨겁고 달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동영상으로 잡아낸 택시기사와 그 '폰카'(핸드폰 카메라)의 위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언론은 마치 택시기사의 '승차 거부'가 사건의 원인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 안만옥(46·경기 성남)씨는 지난 13일 밤 서울 태평로 코리아호텔 앞에서 만취상태로 난동을 부린 홍석준 조선일보 기자 모습을 130만 화소의 폰카에 생생하게 담았다.

홍 기자는 이날 호텔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안씨에게 다짜고짜로 "나를 못 봤냐, 승차거부하는 것이냐"고 따지며 폭행했고, 이를 말리던 코리아나호텔 직원과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까지 폭언·폭행을 행사했다.

그러나 홍 기자의 폭행은 단순 '폭력사건'에 그치지 않았다. 안씨 폰카에 포착된 홍 기자의 호텔직원 폭행장면이 <오마이뉴스>을 통해 전달되면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동영상에는 홍 기자가 호텔직원들의 얼굴을 가격하고 발길질로 허벅지와 음낭을 잇따라 걷어차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폰카' 하나가 거대언론사 기자의 행패증거를 꼼짝 못하게 잡은 셈이다. 또 이번 동영상은 유력 일간지와 방송사에 제공돼 이번 사건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폭행 피해자이면서 '시민 특종'을 잡아낸 안씨. 그는 어떻게 폭행장면을 담게 됐을까.

안씨는 15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막무가내로 당한 일이라 너무 억울해서 찍게 됐다"면서 "평소 어린 아들을 찍어줬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또 마치 자신이 승차를 거부해 사건이 일어난 것인 양 묘사한 일부 보도에 대해 "언론의 추측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며 "폰카로 찍어놓지 않았으면 내가 나쁜 놈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씨는 "그 분이 갑자기 운전석 쪽으로 와서 '날 못 봤느냐'시비를 걸었다, 차를 타려고 했으면 조수석으로 와야 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멱살을 잡고 '나 기자인데 대통령 친구다, 너 같은 놈은 혼나야 한다, 가만히 안 놔둔다'고 했다"며 "승차거부 얘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 인터넷매체에서 이번 사건의 제보자를 안씨로 지목해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마이뉴스>는 13일 밤 11시 50분경 코리아나호텔 부근을 지나다 폭력사태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의 제보 전화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다음은 안씨와 일문일답.

- 어떻게 찍게 됐는가.
"막무가내로 시비를 걸고, 때려서 호텔직원에게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호텔직원이 그냥 가라고 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시비가 계속 되고 있는데 일본관광객들이 도착했고, 호텔직원들이 홍 기자를 말렸다. 그 와중에 홍 기자가 호텔직원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때 차에 있던 핸드폰을 가져와 촬영을 시작했다."

- 경황이 없었을 텐데, 꼭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택시업에 종사하다 보니 승차거부와 불친절 시비로 기사들이 고소, 고발되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그런데 택시기사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확실한 증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찍게 됐다. 막무가내로 당한 일이라 너무 억울했다."

- 폰카를 자주 쓰나.
"지난해 구입했는데 아들이 어려(5살) 가끔 찍어준다. 찍어서 컴퓨터에 올리고. 이 핸드폰을 장만하기 전에는 동영상 찍는 것도 하지 못했다. 풀로 찍으면 2시간 정도 찍을 수 있다던데, 몇 십분 정도는 가능한 것 같다. 이번 일 겪고 나서 '폰카'를 켜놓고 다니기도 했다(웃음). "

- 일부 언론에서 '승차거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승차거부를 하려면 그냥 가면 그만이다. 그럼 시비도 붙지 않았을 것이고 그 분도 불행한 일이 없었을 것이다. 요즘 수입이 절반으로 줄 정도로 어려워 승차거부는 생각도 못한다. 그 분이 갑자기 운전석 쪽으로 와서 시비를 걸었다. 차를 타려고 했으면 조수석으로 와야 되지 않는가. 이번에 핸드폰으로 찍지 않았으면 내가 나쁜 놈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승차거부했다'고 쓴 기사들도 있던데, (언론의) 추측이 사람 죽일 수도 있다."

- 조선일보 기자라는 것은 언제 알았는가.
"시비 걸고 때릴 때만 해도 그냥 기자라고 했다. 멱살을 잡으면서 '나 기자인데 대통령 친구다, 너 같은 놈은 혼나야 한다, 가만히 안 놔둔다'고 말했다. 경찰에 가서도 '대통령 친구'라고 계속 말했다. 조선일보 기자라는 것은 경찰(태평로지구대)에서 신분 확인할 때 알게 됐다."

- 홍 기자가 '전라도××' '너 전라도 출신이야' 등의 폭언을 했는데 왜 그랬다고 보는가.
"전라도 말을 쓰지도 않는다. 난 충청도 출신이다. 대대로 당진에서 살았고, 거기 토박이다. 그 분이 왜 전라도를 욕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평소 전라도에 나쁜 감정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 조선일보에서 13일 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죄송하다'는 홍 기자의 뜻을 전했는데.
"본인이 쓴 게 아니다. 사과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제 개인보다 택시기사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택시기사를 보는 시각을 달리해줬으면 좋겠다."

-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기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 것 같다.
"기자라는 직업은 가장 냉정하고 수도사처럼 깨끗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기자는 남을 비판하고 불합리한 문제를 전달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인텔리이고 많은 배운 사람들 아닌가. 기자는 본인 스스로도 깨끗하고, 일반 시민에게 귀감되는 모습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날 밤 그분은 그런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라면 아무리 취했어도 스스로를 콘트롤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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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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