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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노조 윤희준 대의원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노조 윤희준 대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에는 모두 5명의 여성 조종사가 있다. 윤희준(31)씨는 바로 그 가운데 1명으로, 737기종의 대의원이다. 대의원 가운데 유일한 홍일점이다. 18일 인천연수원 파업 현장에서 만난 윤씨는 "흥분을 하면 말이 빨라지고 버벅거린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2002년 9월부터 아시아나 항공에서 조종사로 근무했다. 외국 항공사에서 5년 정도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공채로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남자와 똑같이 훈련을 받았고, 조종사가 돼서는 남자들과 동일하게 한달 평균 75시간(비행시간 기준)근무를 하고 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의 요구사항 가운데 핵심 내용은 운행시간 단축과 휴무 일수 연장. 이동시간을 포함한 총비행시간 1000시간 확보는 국제선에 해당되고, 주5일제 시행에 따른 휴무일 확보는 국내선 조종사들과 관계된 내용이다.

"솔직히 조종사들의 자유로운 시간 활용과 복지 혜택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실제 일을 해보니까 달랐어요. 주5일제가 됐지만 6일을 일해야 겨우 하루를 쉴 수 있는 상황이예요. 동료 조종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피로 누적입니다."

윤씨는 일례로 '5레그 비행'을 꼽았다. 내용은 이렇다. 오전 7시 정도에 김포를 출발해 제주도를 갔다가 다시 대구로, 대구에서 상해로, 다시 상해서 대구, 대구에서 김포로 돌아오는 일정을 하루에 소화하는 것으로 김포에 도착하면 밤 9시가 넘는다. 5번 이착륙을 하기 때문에 5레그 비행이라고 부른다. (김포→제주, 제주→대구, 대구→상해, 상해→대구, 대구→김포)

"5레그 비행은 정말 살인적이에요. 그렇게 5번 비행을 하면 눈이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 감독관들조차 없애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런 패턴의 운항에 대해 회사는 '한달에 5레그 비행을 5차례 이하로 줄이겠다'고만 이야기 하고 있어요. 졸립고 피곤한 조종사가 운항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윤희준씨는 비행 안전을 위해서는 무엇 보다 '인력 충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와 현재 논란을 벌이고 있는 내용도 대부분 인원 충원과 관련된 것들이다.

"처음 비행기를 탔던 2002년부터 계속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회사는 기다려달라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안전운항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더 중요하죠. 조종사들이 피곤해서는 승객 안전도 보장할 수 없어요. 저희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는 또한 여성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 조합원 5명 가운데 4명이 결혼을 했어요. 회사에서 대놓고 여성조종사가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임신하면 휴가도 줘야 하고, 빠지는 날이 많다나요. 여성 조종사들 뽑았다고 언론에 선전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하다니 참 답답합니다. 외국에서는 여성 조종사가 많지만 단협에 산휴 등 기본적인 내용이 모두 보장돼 있어요."

윤씨는 원래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이 아니었다. 대의원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가슴이 떨렸고, 한참을 망설였던' 그였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조종사들이 노조 활동은 정당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종사들처럼 업무도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비행을 하면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점이 그만큼 많다는 거죠. 문제가 없다면, 월급 깎이면서 왜 파업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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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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