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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대학교(충북 청주시 소재)가 평양에서 주최하는 평양국제학술회의 참가단 19명이 20일 새벽 3시반 청주를 떠나 두텁게 내려앉은 어둠을 뚫고 평양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평양국제학술회의 참가 방북단 일행은 인천공항에서 중국 심양을 거쳐 평양에 도착 곧바로 세부주제 회의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 20일 평양국제학술회의 방북 참가단 19명이 평양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 김홍장
손문호 서원대 총장을 비롯한 방북단 일행은 이 자리에서 "올해가 광복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자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온 겨레와 함께 기리고자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국내 대학 최초로 평양에서 주최하는 남·북한, 중국 3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학술회의를 백두산 삼지연과 평양에서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북학자들이 제 3국 등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한 적은 몇 차례 있었으나 국내 대학이 평양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술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지방화·분권화 시대를 맞이하여 지방소재 대학이 평양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성사시켰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남북학자간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평양국제학술회의는 국내 소재 대학으로서는 분단이후 평양에서 주최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큰 관심은 북한의 유명한 평양 소재 ○○대학과의 자매결연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물론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남북 대학간 자매결연 사업이 합의될 경우 한 단계 진전된 남북 교류 사업으로 평가 받을 전망이다.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에 의해 자매결연 사업이 승인될 경우 남북 대학간 학술 교류의 서막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남북 대학간 활발한 학술교류 뿐만 아니라 남북한 교수·학생들의 상호교류 및 상호방문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측면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대북교류에 있어서 정부차원의 제한된 형태의 경제교류 부문에서 민간교류 부문으로 폭넓게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평양 방문에서 평양○○대학과의 자매결연을 성사시킬 경우 국내 여타 대학들도 대북 학술 교류사업 및 자매결연 사업 추진에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 긴장관계 해소 및 대북 교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양에서 열리는 평양국제학술회의에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문화사적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여 새로운 문화 창조 기반으로서의 '직지' 세계화 방안을 여러 세부주제 중 하나로 토론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직지'로 상징되는 청주시를 대표하여 한대수 청주시장이 동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서원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학자간 국제학술회의 및 대학간 학술교류 사업에 '직지'를 매개로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측면 지원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해 8월 서원대 주최로 중국 연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모습
ⓒ 서원대 제공
평양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주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진국 서원대 교수(기획홍보처장·정치행정학과)는 "지난해 4월 서울에서 열린 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 남북학자학술회의에서 북한 최상순 조선사회과학자협회 부위원장에게 제안,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냄으로써 본격화 되었다.

이후 지난해 8월 중국 연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의 예비접촉과 지난 2005년 4월 중국 심양 북한 영사관에서의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 과정 등을 통해 구체화 됐었으나 당시 북핵 문제로 인한 정국 경색과 시기적 촉박성(당초 6월 예정)으로 무산될 위기를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북측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번 평양국제학술회의를 계기로 오는 9월초에는 청주에서 열리는 직지축제에 맞춰 청주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기로 이미 북측과 합의한 상태이며 구체적인 세부일정은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최종 조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원대측은 이러한 국제학술회의를 금년으로 끝나는 단발성 행사가 아닌 연례행사로 정례화(평양과 청주에서 격년제로 번갈아 개최)하는 방안을 놓고 공식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제학술회의의 정례화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학간 자매결연 사업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몇몇 국내 대학들이 북한에 있는 대학과 자매결연 사업 추진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북한 당국에 의해 번번이 거부당해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서원대가 추진하고 있는 평양○○대학과의 자매결연 성사 가능성을 낙관하기에는 다소 이른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관측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27일 서원대 평양국제학술회의 방북 실무단이 북측으로부터 어떤 성과물을 갖고 돌아오게 될지 여전히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북한 교과서에도 실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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