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책을 정하지 않고 도서관에 가는 날은 자연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신간 코너에는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 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운 좋게 최근이라 이야기할 수 없을 때 읽고 싶었던 책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도 이에 해당되었다. 첫 장도 펼쳐보지 않고, 다른 책들과 함께 대출해왔는데, 그만큼 선택에 자신이 있었나 보다.
프랑스 유학 시절 아이를 데리고 휴식 삼아 다니던 도서관을 제2의 가정처럼 느끼게 되었다는 저자는 집에 얼마만큼 많은 수의 책을 진열해 놓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피력하고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도서관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도서관의 본래 의미를 무시한 채 그저 경제적 부담 없이 책을 대여할 수 있다는 점에만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도서관은 책의 무덤이 아니다. 보관소는 더더욱 아니다. 지식이 살아있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삶의 현장인 것이다.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찾아서 읽고 다시 제자리에 꽂아놓다 보면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가게 된다. 그러면서 호기심의 영역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 -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중에서
저자는 아이가 자랄수록 점점 더 사교육에 광적인 집착을 보일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지식의 산실,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도서관을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즉 도서관이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를 위한 곳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학습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는 깨달음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의 요청에 의해 가게 되는 환상적인 메커니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책상 위에 월간 계획표를 붙여둘 것을 권하는데, 이것은 내게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의 휴관일은 수요일이다. 그런데 첫째 셋째인지, 둘째 넷째인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또한 수요일이 다섯 번 있는 경우는 어떻게 셈을 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도 있어서 아예 수요일은 도서관에 가지 않는 날로 정해버렸다.
마찬가지로 가끔 이용하는 중앙도서관도 휴관일이 월요일이라는 것은 아는데 몇 째 주가 휴관일인지 기억하기 어려워 아예 월요일은 중앙도서관을 찾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책상 위에 도서관 휴관일을 미리 적어두면 얼마나 편리한가. 나는 그동안 왜 이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웃음이 나왔다.
도서관에서 꼭 지켜야 할 10가지 에티켓은 지극히 상식에 해당하는 말이라(예를 들면,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 등)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되지만, 마지막 10번째 '매달 도서관 희망 비치 도서에 한 권 이상 신청한다'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기가 신청하는 책은 내게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고, 내가 신청함으로 인해 다른 많은 이들도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게 되어 함께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므로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행위인 것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혼자서 그것까지 깨닫는 데는 좀 오래 걸렸을 것 같다. 개인의 그러한 태도가 모여 우리 자신과 아이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이 점점 더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이다.
덧붙여 저자는 도서관을 찾을 때 간식을 가져가라고 권한다. 간식이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간식이 아니라, 물과 함께 오이나 당근을 먹기 좋게 썰어서 가져가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거창한 간식은 부담이 되므로,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고,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야채를 밖에서는 잘 먹게 되므로 추천하고 있었다. 이렇게 간식까지 준비해간다면 도서관 가는 일이 너무 즐겁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