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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국관리사무소 풍경 1
ⓒ 인권위 김윤섭
국가인권위는 지난 4월 27일 이주노동자에 대한 두 건의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하나는 부산출입국관리소 공익요원이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보호외국인 압둘라함씨를 폭행했는데, 이를 관계 공무원이 축소·은폐하려 한 사건이다. 또 다른 사건은 같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중국인 량쥔페이씨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폭행하고, 부상당한 피해자를 방치한 일이다.

단속과 보호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압둘라함씨는 공익요원에 의해 수갑이 채워져 조사실도 아닌 물품창고실에서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 병원 진단 결과, 그는 갈비뼈에 금이 가고 머리에 찰과상을 입어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호실 담당 직원은 폭행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에 대한 조치나 상부에 사건 발생을 보고하지 않고 방치했다. 조사과장 역시 사건 발생 사실을 알면서도 자체 조사나 상부 보고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후에 출입국관리소장이 법무부장관 앞으로 제출한 '보호외국인 부상사고 발생 보고' 서류에는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흔적이 있었다. 즉 폭행 장소가 '고충상담실'로, 일방적인 폭행 사건이 '몸싸움'으로 기재되었다.

한편 단속 과정에서 폭행 당한 량쥔페이씨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틀이 지난 뒤 국가인권위 조사관이 보았을 때도 오른쪽 눈 주변에 든 멍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안면부와 목 뒤쪽 등에 상처가 남아 있었다. 단속 직원들은 량쥔페이씨가 차량과 바닥에 머리를 찧는 자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처는 자해로 생겼다고 보기 어려웠다. 문제는 단속 이후에도 있었다. 관리소측은 량쥔페이씨를 사무소까지 데리고 왔다가 다시 그를 단속 장소로 데려가 방치했다. 이는 부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인권위는 압둘라함씨 사건과 관련해, 부산출입국관리소의 공익요원 박모씨를 폭행죄로 검찰에 고발했고, 보호실 담당공무원 성모씨를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법무부장관에게 당시 조사과장 및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 대해 서면 경고할 것도 요구했다. 또한 량쥔페이씨 사건과 관련해, 부산출입국관리소장에게 단속현장 책임자인 변모씨와 단속 책임자 김모씨에 대해 징계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이 두 사건은 모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발생했다. 해외에 나갈 일이 없는 사람에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별 관련이 없는 곳이다. 따라서 그곳에서 발생하는 인권 사건은 국내인과 관련이 적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이 덜한 곳이고, 그런 이유로 인권이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

전국에는 15개의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으며 내·외국인의 출입국 심사를 비롯해 외국인 초청, 체류허가와 각종 신고, 난민, 출입국사범, 각종 증명 발급 등을 처리한다. 이주노동자의 출입국 관리와 불법체류자 단속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일어나는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먼저 입국 단계에서 시작된다. 강모씨와 재중동포 이모씨는 2001년부터 사실혼 관계였다. 이씨는 불법체류 상태였으므로 2002년 8월에 자진신고를 하고 같은 해 9월에 출국했다. 강씨는 11월, 중국에서 이씨와 결혼했다는 신고를 하고 다시 한국으로 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다시 이씨가 입국하려 했을 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씨에 대해 불법체류를 이유로 5년간 입국을 금지했다. 국가인권위는 이씨가 자진신고 후 범칙금을 내고 출국한 점, 강씨가 이씨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차례 중국을 오갔다는 점, 그리고 가정에 대한 국가의 보호 보장 의무 등을 들어 이씨에 대한 입국 금지 해제를 권고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령에는 입국 불허 결정을 받은 외국인에 대해 합리적인 불복 절차를 보장하는 규정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입국을 거부당한 외국인을 위한 준사법적 불복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일본은 특별심리관에 의한 구두심리와 법무대신을 상대로 한 이의신청 절차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도 즉시 추방 대상자를 제외한 일반 추방 대상자에게 법무장관의 재량적 구제, 이민소청위원회에 행정상 불복신청 제기, 연방항소법원에 사법심사 제기 등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권리구제와 강제퇴거 맞바꾸기

▲ 출입국관리사무소 풍경 2
ⓒ 인권위 김윤섭
우리 나라에서는 2003년만 해도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이 1만8000여 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입국목적 불분명자로 판단된 자는 1만5000여 명. 따라서 입국불허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현재의 입국심사 제도를 좀더 투명하고 합리성을 갖춘 제도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2월 24일자 <경향신문>은 "불법체류 추방도 '국적 차별'-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30~40%… 북미, 일본은 1~2%"라며 강제추방 과정에서 국적별·인종별 차별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01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입국을 가장 많이 거부당한 외국인은 태국인으로 38.4%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으로 나왔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외국인이 한국에 불법 체류하는 일이 잦아 비율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4년 5월 27일 "입국불허 결정을 받은 외국인에 대해 합리적인 불복 절차를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은 체불임금이나 산업재해 혹은 자녀교육 문제가 생기더라도 단속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권리구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파키스탄 출신의 무하마드 사르다씨는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해 체불임금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 직원과 파견 나온 출입국관리소 직원에 의해 그 자리에서 수갑이 채워지고 외국인보호소로 연행됐다.

무하마드는 검찰로부터 체불된 퇴직금을 받아 주겠으니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그에 응해 검찰청사로 갔지만 그 자리에서 연행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주는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를 경찰에 신고한다고 협박하거나 실제로 신고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필리핀 이주노동자 두 명이 퇴직금을 받기 위해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을 냈다가 지방노동사무소에서 출입국관리소에 이들의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해 강제출국 당한 사건도 있다. 사실상 추방과 권리구제를 맞바꾸는 실정이다 보니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사례는 현 출입국관리법의 경우 관계 공무원이 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관계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통보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이른바 '선 구제제도 후 통보원칙'을 취하고 있으나 지침 등 규정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3년 2월 10일 국무총리 앞으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 보장 대책의 일환으로 권리구제와 관련된 공무원의 통보의무를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강제퇴거, 권리구제가 끝난 뒤에 집행돼야

▲ 출입국관리사무소 풍경 3
ⓒ 인권위 김윤섭
외국인, 특히 이주노동자가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잡혀오면 대부분 강제퇴거 명령을 받는다.

2002년 8월 재중동포 김모씨는 시민과 멱살잡이를 하고 "나쁜 새끼" 같은 욕설을 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김씨는 곧바로 강제출국 명령을 받았다. 김씨는 술에 취해 빚어진 단순한 실수를 이유로 강제출국 당하는 것이 억울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국가인권위에 진정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는 김씨의 행위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질서를 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로 말미암아 김씨가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으므로 김씨에 대한 구제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강제퇴거 명령이 집행될 경우 김씨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김씨에 대한 강제퇴거명령 집행을 구제조치 절차가 끝날 때까지 정지할 것을 권고했다.

다음 사례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강제퇴거로 인해 권리구제를 받지 못할 위험에 처한 경우다. 2002년 5월 재중동포 박모씨는 체불된 임금 100만원을 받기 위해 사업주를 찾아갔다가 폭행을 당했다. 박씨는 경찰서에 폭행 사실을 신고했는데, 경찰은 박씨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박씨를 인계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박씨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의 실질적인 피해자인 박씨의 폭행사건에 대한 민사적 권리구제 절차가 남아 있고, 체불 임금도 청산되지 않은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따라서 해당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박씨에 대한 보호 일시 해제를 권고했다.

이와 같은 강제퇴거는 외국인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 구제조치를 요구할 때는 그 절차가 끝날 때까지 강제퇴거 명령 집행이 정지되어야 한다.

보호외국인은 '보호'되어야 한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강제퇴거라는 행정처분을 받은 이주노동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나 외국인보호소에서 또다시 인권침해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외국인보호소와 관련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비디오 촬영을 당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진정이 있었다. 2002년 11월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측은 수용 중이던 외국인노동자 B씨를 새로 지급된 비디오카메라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촬영했다. 국가인권위는 이에 대해 "시험작동 또는 합리적 이유 없이 피보호자를 비디오 촬영한 행위는 이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처우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 4월 26일 국가인권위는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외국인보호실 처우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 10명 기준의 보호실에 최대 18명, 평균 15명 안팎의 외국인이 입실해 과밀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또 2005년 1월 개청된 청사에는 실내 및 실외 운동장이 있지만 직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호외국인에게 운동을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이와 같이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외국인은 때로는 구금시설의 수용자보다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이는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의 지위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행정처분인 강제퇴거 대상인 자를 말한다.

이들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아닌 출입국관리사무소장 또는 외국인보호소장이 발부한 보호명령서에 의해 일정한 지배하에 '보호'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러한 법적 지위에 근거해 이들이 행형법상의 수형자나 미결수용자보다 기본권을 더 제한받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구금시설 수용자보다 기본권을 더 심하게 제약받고 있다.

지난 3월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외국인에게 수갑을 채우고 독방에 가둔 것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법률 또는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을 받은 시행령으로만 제한될 수 있다"며 "화성외국인보호소가 상위법인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하지 않은 '외국인보호 규칙 및 시행세칙'에 따라 원고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독방에 격리 보호한 행위는 위법"이라고 밝혔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우리 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는 첫 관문이자 마지막 관문이다. 따라서 외국인이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체감하는 최일선 기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출입국관리사무소 관리 항목에는 '인권'이 추가돼야 한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외국인의 입국과 체류, 외국인보호소 입소, 강제출국 등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자 강제 단속 및 연행의 법적 근거가 미비한 현 출입국관리법령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인권>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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