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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새벽시장에 오면 도시에서 잊고 지낸 농촌 들녘의 정겨움이 느껴집니다. 돗자리 위에 직접 기른 토마토·호박·오이·상추·옥수수·참외 등 직접 키운 농산물을 펼쳐놓고 도시 아낙네들을 기다리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어린 시절 뛰놀던 시골길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만났던 속정 깊은 동네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 이기원
아직은 마수걸이도 못한 분들도 많습니다. 도시의 하루 일과가 농촌의 일과처럼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맥 놓고 손님 기다리다보면 졸리기도 합니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야 자리 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피도 마셔보고 수다도 떨어봅니다.

"옥수수 한 단 팔았다."

건너편에 앉은 할아버지가 신이 나 소리칩니다. 운 좋아 마수걸이에 성공한 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납니다. 기왕이면 손 큰 아낙네 만나 왕창왕창 팔았으면 싶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닙니다. 오이 몇 개, 가지 몇 개씩이라도 팔려만 주길 바랄 뿐입니다.

드디어 사람들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맥 놓고 손님 기다리던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 이기원
"호박 얼마에요."
"2천원만 주셔,"
"오늘 따온 거 맞아요?"
"오늘 따온 거여. 싱싱하잖어."
"주세요."

"할머니, 이게 뭐예요?"
"호박잎이야."
"어떻게 먹어요."
"밥솥에 쪄서 쌈 싸 먹기도 하고, 된장 넣고 지져 먹기고 하고."
"천원어치만 주세요."
"많이 줄 테니 담에 또 와."

ⓒ 이기원
새벽시장에 오면 사람들의 거친 숨결이 느껴집니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져온 아저씨들의 팔뚝은 황토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도시 아낙네들과 농산물을 흥정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몸에선 땀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농촌을 묵묵히 지키며 살아온 이들의 거친 숨결과 진한 땀 냄새는 고추며 호박과 같은 농산물과 더불어 아침 이슬처럼 맑고 고운 눈을 가진 수많은 아들, 딸을 키워낸 힘입니다. 새벽시장에 오면 그 억센 숨결이 느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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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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