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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장에 오면 도시에서 잊고 지낸 농촌 들녘의 정겨움이 느껴집니다. 돗자리 위에 직접 기른 토마토·호박·오이·상추·옥수수·참외 등 직접 키운 농산물을 펼쳐놓고 도시 아낙네들을 기다리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어린 시절 뛰놀던 시골길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만났던 속정 깊은 동네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아직은 마수걸이도 못한 분들도 많습니다. 도시의 하루 일과가 농촌의 일과처럼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맥 놓고 손님 기다리다보면 졸리기도 합니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야 자리 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피도 마셔보고 수다도 떨어봅니다.
"옥수수 한 단 팔았다."
건너편에 앉은 할아버지가 신이 나 소리칩니다. 운 좋아 마수걸이에 성공한 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납니다. 기왕이면 손 큰 아낙네 만나 왕창왕창 팔았으면 싶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닙니다. 오이 몇 개, 가지 몇 개씩이라도 팔려만 주길 바랄 뿐입니다.
드디어 사람들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맥 놓고 손님 기다리던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호박 얼마에요."
"2천원만 주셔,"
"오늘 따온 거 맞아요?"
"오늘 따온 거여. 싱싱하잖어."
"주세요."
"할머니, 이게 뭐예요?"
"호박잎이야."
"어떻게 먹어요."
"밥솥에 쪄서 쌈 싸 먹기도 하고, 된장 넣고 지져 먹기고 하고."
"천원어치만 주세요."
"많이 줄 테니 담에 또 와."
새벽시장에 오면 사람들의 거친 숨결이 느껴집니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져온 아저씨들의 팔뚝은 황토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도시 아낙네들과 농산물을 흥정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몸에선 땀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농촌을 묵묵히 지키며 살아온 이들의 거친 숨결과 진한 땀 냄새는 고추며 호박과 같은 농산물과 더불어 아침 이슬처럼 맑고 고운 눈을 가진 수많은 아들, 딸을 키워낸 힘입니다. 새벽시장에 오면 그 억센 숨결이 느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에도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