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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 고구마 밭이 폭우로 산사태가 난 풍경입니다.
집 뒤 고구마 밭이 폭우로 산사태가 난 풍경입니다. ⓒ 한명라

황토흙이 완전하게 드러나 보이는 그 산을 보면서, 이번 장마가 걱정이 되었던 오빠들이 밭 주인에게 몇 차례나 이야기를 했는데도, 주인은 아무런 대책 없이 방심하고 있다가 급기야 산사태가 발생하는 상황까지 온 것입니다.

산사태는 집 앞 도로와 마당을 흙으로 가득 메웠습니다.
산사태는 집 앞 도로와 마당을 흙으로 가득 메웠습니다. ⓒ 한명라

이번 산사태의 원인이 되었던 고구마 밭은 계곡처럼 깊이 파여져 있고, 그 많은 흙들은 친정집 앞에 있는 수로와 길, 그리고 마당까지 흘러 들어왔습니다.

무너져 내린 흙으로 둑을 쌓아 놓았습니다.
무너져 내린 흙으로 둑을 쌓아 놓았습니다. ⓒ 한명라

흘러 온 흙으로 둑을 쌓아 놓을 수 있을 만큼 큰 산사태였습니다.

황토가 논을 뒤덮어 벼농사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황토가 논을 뒤덮어 벼농사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 한명라

지난 6월초, 서울과 대전에 살고 있는 오빠들이 찾아 와서 모내기를 했다는 논도 많은 흙으로 뒤덮여 버렸습니다.

커다란 수로조차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커다란 수로조차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 한명라

커다란 수로만 설치해 놓으면 많은 비에도 끄덕 없다는 사람들의 욕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연의 힘은 수로조차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산나물이 자라던 뒷뜰이 30cm정도가 흙으로 덮여 버렸습니다.
산나물이 자라던 뒷뜰이 30cm정도가 흙으로 덮여 버렸습니다. ⓒ 한명라

엄마는 향기가 향긋한 취나물을 좋아 하십니다. 그 취나물을 뒤란 가득 심어 놓으셨는데, 뒤덮인 흙으로 취나물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뒤뜰을 가득 메운 흙.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았습니다.

집 뒤로 흐르는 수로가 흙으로 메워져 버렸습니다.
집 뒤로 흐르는 수로가 흙으로 메워져 버렸습니다. ⓒ 한명라

갑작스럽게 쏟아져 내린 흙더미로 집 뒤에 있는 작은 수로도 완전히 메워져 버렸습니다.

아버지께서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도 흙으로 메워져 버렸습니다.
아버지께서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도 흙으로 메워져 버렸습니다. ⓒ 한명라

친정집 담 밑의 텃밭에는 아버지께서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그 연못에 잉어도 사다 넣고, 미꾸라지도 사다 넣고, 고기들 쉼터로 넣어 둔 항아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도 흘러들어 온 흙이 가득 메워서,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고추밭의 피해도 적지 않았지만 이나마 다행입니다
고추밭의 피해도 적지 않았지만 이나마 다행입니다 ⓒ 한명라

100여 포기의 고추도 이번 산사태로 잃었다고 합니다. 아픈 다리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엄마입니다. 열두 자식들에게 싸 보낼 생각으로 정성껏 가꾼 엄마의 텃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올해 친정아버지 연세는 84살, 친정엄마 연세는 85살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만 살고 계시기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에도 자식들의 걱정은 시작됩니다.

지금 당장 친정집 앞과 뒤에 있는 수로를 가득 메운 흙을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파낸다고 해도 걱정은 여전합니다. 이번 산사태의 원인인 고구마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있지 않고서는 우리 가족들의 친정집에 대한 걱정은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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