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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8월 2일)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제가 살고 있는 창원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이 내리쳤습니다. 마치 양동이의 물을 한꺼번에 쏟아 붓는 듯 내리는 빗줄기에 저의 마음은 내내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그것은 지난 주말(7월 30일)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함께 친정을 찾았다가, 친정집을 둘러싸고 벌어진, 너무도 놀라운 풍경을 목격한 후로 생긴 걱정거리입니다.

오늘 아침 일찍, 저는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면서 친정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하고 이내 엄마께서 전화를 받으십니다. 밤사이 집은 괜찮냐고 물었더니, 엄마께서는 간신히 복구해 놓은 집 앞 수로가 흙으로 완전히 뒤덮여 버렸다고 합니다. 새벽부터 오빠들, 언니들, 올케언니들의 전화가 집으로 빗발친다고 하면서 산사태의 원인인 고구마밭 주인도 다녀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지난 토요일, 저는 아이들과 2박 3일을 예정으로 친정을 찾았습니다. 휴가기간과 겹친 주말이기에 남해고속도로의 교통사정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 늦은 시간에 집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그날 남해고속도로의 교통 상황은 저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습니다. 3시간이면 충분하게 친정집에 도착할터인데, 4시간이 다 되어서야 친정집 대문 앞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때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통해서 보이는 낯선 풍경에 저는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친정집 주변이 온통 황토 흙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휴가를 맞아 와 있던 셋째오빠와 넷째오빠는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수습이 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저의 친정집은 5년 전, 전북 장수군 산서면 오산리의 외갓집이 있던 자리를 허물고 그곳에 새집을 지은 후 경기도 안양에서 이사를 왔습니다.

집 뒤에는 야트막한 야산이 있는데, 그곳에는 많은 밤나무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저는 가을이면 그 밤나무 밑을 돌아다니면서 떨어져 있는 알밤을 줍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 그 산의 주인이 밤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고, 그곳을 밭으로 개간을 했습니다. 그 후 그 밭은 인삼밭으로 임대를 했었는데, 작년 가을에 임차인은 인삼을 추수해 갔습니다. 올해에는 밭주인이 그 밭에 고구마를 심었는데, 그 밭이 지난번에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나 버린 것이었습니다.

▲ 집 뒤 고구마 밭이 폭우로 산사태가 난 풍경입니다.
ⓒ 한명라

황토흙이 완전하게 드러나 보이는 그 산을 보면서, 이번 장마가 걱정이 되었던 오빠들이 밭 주인에게 몇 차례나 이야기를 했는데도, 주인은 아무런 대책 없이 방심하고 있다가 급기야 산사태가 발생하는 상황까지 온 것입니다.

▲ 산사태는 집 앞 도로와 마당을 흙으로 가득 메웠습니다.
ⓒ 한명라

이번 산사태의 원인이 되었던 고구마 밭은 계곡처럼 깊이 파여져 있고, 그 많은 흙들은 친정집 앞에 있는 수로와 길, 그리고 마당까지 흘러 들어왔습니다.

▲ 무너져 내린 흙으로 둑을 쌓아 놓았습니다.
ⓒ 한명라

흘러 온 흙으로 둑을 쌓아 놓을 수 있을 만큼 큰 산사태였습니다.

▲ 황토가 논을 뒤덮어 벼농사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 한명라

지난 6월초, 서울과 대전에 살고 있는 오빠들이 찾아 와서 모내기를 했다는 논도 많은 흙으로 뒤덮여 버렸습니다.

▲ 커다란 수로조차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 한명라

커다란 수로만 설치해 놓으면 많은 비에도 끄덕 없다는 사람들의 욕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연의 힘은 수로조차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 산나물이 자라던 뒷뜰이 30cm정도가 흙으로 덮여 버렸습니다.
ⓒ 한명라

엄마는 향기가 향긋한 취나물을 좋아 하십니다. 그 취나물을 뒤란 가득 심어 놓으셨는데, 뒤덮인 흙으로 취나물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뒤뜰을 가득 메운 흙.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았습니다.

▲ 집 뒤로 흐르는 수로가 흙으로 메워져 버렸습니다.
ⓒ 한명라

갑작스럽게 쏟아져 내린 흙더미로 집 뒤에 있는 작은 수로도 완전히 메워져 버렸습니다.

▲ 아버지께서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도 흙으로 메워져 버렸습니다.
ⓒ 한명라

친정집 담 밑의 텃밭에는 아버지께서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그 연못에 잉어도 사다 넣고, 미꾸라지도 사다 넣고, 고기들 쉼터로 넣어 둔 항아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도 흘러들어 온 흙이 가득 메워서,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 고추밭의 피해도 적지 않았지만 이나마 다행입니다
ⓒ 한명라

100여 포기의 고추도 이번 산사태로 잃었다고 합니다. 아픈 다리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엄마입니다. 열두 자식들에게 싸 보낼 생각으로 정성껏 가꾼 엄마의 텃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올해 친정아버지 연세는 84살, 친정엄마 연세는 85살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만 살고 계시기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에도 자식들의 걱정은 시작됩니다.

지금 당장 친정집 앞과 뒤에 있는 수로를 가득 메운 흙을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파낸다고 해도 걱정은 여전합니다. 이번 산사태의 원인인 고구마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있지 않고서는 우리 가족들의 친정집에 대한 걱정은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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