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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빙기등이라는 등성에 올라 바라보면 성 안쪽과 바깥쪽의 초가집은 모두가 같아 보인다.
낙안읍성 빙기등이라는 등성에 올라 바라보면 성 안쪽과 바깥쪽의 초가집은 모두가 같아 보인다. ⓒ 서정일


그림 같은 초가집들이 있다. 한 편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낙안읍성의 초가집들, 남문 근처 빙기등이라 불리는 성곽 등성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둥그런 초가지붕은 더없이 포근하다. 옹기종기 모여 있기에 더더욱 정감이 가는 안과 밖의 140여 채 초가집, 사라져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마음의 고향으로 늘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런데 지붕 모양이 같다고 다 같은 초가집은 아니다. 성곽 내에 있는 90여 채는 구석구석 잘 단장이 되어 있는 명실상부한 초가집, 반면 성곽밖에 있는 50여 채는 한마디로 흉가나 다름없는 무늬만 초가집이다. 그럼 왜 이처럼 성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양상으로 관리되고 있을까?

"그냥 있는 그대로 삽니다."

성곽 밖 남문 근처에 살고 있는 K씨는 특별히 돈을 들여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성문 안쪽은 관람객들이 줄을 이어 들어오기에 보여줘야 할 필요성도 있고 민박 등을 하기에 관리하고픈 의욕도 있는데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한다.

성곽 바깥쪽 초가집은 담장이 허물어진 것은 예사다.
성곽 바깥쪽 초가집은 담장이 허물어진 것은 예사다. ⓒ 서정일
담장은 허물어져 있다. 기둥이 내려앉아 문이 심하게 기울어진 곳도 있다. 비가 새고 있는지 비닐로 덮어져 있는 곳까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 더구나 서문 근처엔 오랜 시간 사람이 살지 않았음이 분명한 집이 흉가처럼 서 있다.

그렇다면 그 사정이란 게 도대체 뭘까? 먼저 성곽 밖의 초가집들은 국가가 관리하는 게 아닌 전부 개인이 소유한 사유재산이다. 안쪽이 상당 부분 시에서 사들여 관리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아무래도 관람객들이 줄을 잇기에 안쪽은 개인사유재산이라 해도 음으로 양으로 시에서 신경을 쓸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바깥쪽은 눈에서 멀리 있기에 보이는 곳만 단장을 한다고 봐야 한다. 초가지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성곽 밖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외엔 신경을 전혀 써 주지 않는다고 이구동성 얘기한다.

축대가 흔들거리는지 벽은 허물어져 있고 문은 비틀어져 닫히지 않는 곳도 있다
축대가 흔들거리는지 벽은 허물어져 있고 문은 비틀어져 닫히지 않는 곳도 있다 ⓒ 서정일
"자연학습장을 만든다고 하는 얘기가 있습디다."

어디서 들었는지 희망 섞인 말을 하다가 이내 말꼬리를 흐리는 주민들, 기자 또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추측이 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민간단체 차원에서 잠시 검토한 적이 있는 정도, 정확히 그렇다 아니다를 답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절박함은 왜 성곽 밖의 초가집들과 풍경이 방치된 듯한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라는 해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성곽 밖의 주민들은 연간 400만이라는 관람객이 다녀간다는 낙안읍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곁다리로 낙안읍성 경관의 조연으로 앉아 있는 꼴이다. 민박을 한다거나 장사를 한다거나 하는 경제적 이득과는 거리가 먼 주변인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성곽밖 넓은 들판은 자연학습장이나 주말농장 등으로 이용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성곽밖 넓은 들판은 자연학습장이나 주말농장 등으로 이용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서정일
때문에 흘러 다니는 말인 '자연학습장'이란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민박도 유치할 수 있고 가게도 운영할 수 있지 않겠냐는 반응, 당연히 집 또한 수리하고 관리하게 된다는 얘기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 하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얘기가 있다. 관람객들이 성곽 위에서 밖을 보면서 저곳은 왜 저러느냐며 관리가 부실하다 지적할 때 눈 가리고 아웅 하듯 담장을 고치기보다는 주민들의 얘기처럼 넓은 평야를 이용해서 자연학습장이나 주말농장으로 사용한다면 자연스럽게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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