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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라 그런지 하늘이 더욱 맑아보이는 내성천. 은어를 잡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즐겁다.
비온 뒤라 그런지 하늘이 더욱 맑아보이는 내성천. 은어를 잡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즐겁다. ⓒ 권미강
영주IC를 나와 이정표를 따라 약 10km 달려서 도착한 봉화 내성천변은 인파로 가득했다. 은어축제라는 말만 들었지 막상 현장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그 즐거움이 몸으로 묻어 나오는 듯했다.

반도(고기를 잡는 도구, 그물이 양쪽 대나무에 이어져 있어 물고기를 잡기에는 제격인 듯 싶었다)를 양손에 쥐고 물 속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사방에서 함께 고기를 모는 사람들이 서로 엉기고 은어잡이에 열중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게 했다.

축제 참가자들이 민물고기 릴레이경기를 하고 있다.
축제 참가자들이 민물고기 릴레이경기를 하고 있다. ⓒ 권미강
올해가 7회째라는 봉화은어축제는 은어회귀장소였던 내성천을 막아 어릴 적 천렵의 즐거움을 만끽해보는 행사인데 지금은 댐으로 인해 은어가 회귀하지 못해 양식은어를 방류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천렵축제이자 추억낚기 축제인 셈이다. 지역축제 조사를 위해 갔던 나는 할 일도 잊은 채 은어잡이에 열중인 사람들을 더 열중해서 쳐다보았다. 물에 발을 담그진 않았지만 마치 은어가 발등을 훑고 지나가는 듯 보고만 있어도 발이 간지러웠다.

내성천 가운데 마련된 수중무대 위에서 분위기를 돋워주는 디스코걸들
내성천 가운데 마련된 수중무대 위에서 분위기를 돋워주는 디스코걸들 ⓒ 권미강
은어축제에서 은어잡이는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 참가할 수 있단다. 1인당 5천원을 내고 반도는 3천원인데 다 하고 난 후 반납할 때는 1천원을 되돌려준다고 한다.

잡은 은어는 다리 아래에 마련된 은어구이 체험장에서 직접 구워먹는데 숯불 등 구이 할 수 있는 도구가 다 준비돼 있고 재주가 없어(?) 잘 구울 줄 모르는 사람을 위해 구이도우미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도우미들은 축제를 주최하는 봉화군 소속 공무원들이라고 한다).

자신이 잡은 은어를 직접 구워먹을 수 있다. 그 굽는 냄새가 기막히다..
자신이 잡은 은어를 직접 구워먹을 수 있다. 그 굽는 냄새가 기막히다.. ⓒ 권미강
수박 맛이 난다는 은어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 도저히 먹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은어를 잡지 못 했으니 내성천변에 즐비한 간이식당으로 달음질쳤는데 아뿔싸!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또 하나의 전략이 필요한 것이 먹을거리 선택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축제 주관처에서 지정한 간이음식점을 찾는 것이 최고의 선택인데 주로 그 지역 음식업중앙회에서 하는 곳들이다. 만약 그도 잘 찾지 못하겠으면 운영본부에 가서라도 "여기 은어구이 젤 잘하는 식당이 어덴교?' 하고 물어보는 과감함도 시도해 봤어야 하는데….

은어구이먹기대회에 참가한 사람들. 이들은 은어도 실컷 먹었지만 덤으로 봉화특산물인 송이간고등어도 받았다. 축제에서의 용기에는 이런 뜻밖의 행운도 주어진다.
은어구이먹기대회에 참가한 사람들. 이들은 은어도 실컷 먹었지만 덤으로 봉화특산물인 송이간고등어도 받았다. 축제에서의 용기에는 이런 뜻밖의 행운도 주어진다. ⓒ 권미강
은어냄새로 인해 돋워진 식욕을 달래기 위해 내가 들어간 곳은 소위 말해서 잡상인들로 분류되는 허가받지 않은 식당이었다.

뭐, 맛이야 괜찮았지만 튀김 4개에 1만원을 주고 먹었다. 좀 비싸다 싶었지만 원래 축제에서의 바가지 상혼이야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니 싶어서 그런대로 먹었는데 저녁을 먹으러 간 다른 식당, 그러니까 정식허가를 받고 영업을 하는 식당에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양이 푸짐했다.

내성천 가운데에 있는 분수에 무지개가 떴다.
내성천 가운데에 있는 분수에 무지개가 떴다. ⓒ 권미강
은어 풀코스가 1인분 2만원인데 4인이 갈 경우 2인분만 시켜도 실컷 배불리 먹고 은어회며 튀김, 구이, 조림, 탕수육, 초밥 등등 12가지가 나왔다. 4인이 가서 4만원으로 은어를 실컷 먹을 수 있으니 겨우 4개의 은어튀김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거다.

은어축제는 대부분 은어와 내성천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수중달리기와 민물고기 릴레이경기, 수상자전거타기, 뗏목타기 등등이 인기가 많았다.

행사장 윗쪽은 그야말로 시골의 정취를 담뿍 느낄 수 있는 그림같은 풍경이다. 내성천변에 즐비한 수수가 인상적이다.
행사장 윗쪽은 그야말로 시골의 정취를 담뿍 느낄 수 있는 그림같은 풍경이다. 내성천변에 즐비한 수수가 인상적이다. ⓒ 권미강
은어잡이 윗쪽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장이 따로 마련돼 안전하고 시원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어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행사장 위로는 얼마 전 조성을 끝냈다는 생태공원이 있어서 텐트를 치고 캠핑할 수 있도록 시설을 조성해 놓았단다.

생태공원은 캠핑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고 조용하게 여름밤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손색이 없었다.
생태공원은 캠핑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고 조용하게 여름밤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손색이 없었다. ⓒ 권미강
운치있게 놓여진 돌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은어잡이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년에는 가족들과 꼬옥 찾아가 반도로 은어도 잡고 직접 구이도 해먹어야겠다는 즐거운 다짐을 했다.

일보다는 은어축제에 푹 빠진 여름 한 낮, 잡는 재미에 솔솔 빠지고 먹는 즐거움이 술술 생기는 은어축제 갈 꿈만 꿨다.

아름다운 내성천과 내성대교의 야경
아름다운 내성천과 내성대교의 야경 ⓒ 권미강

덧붙이는 글 | 봉화은어축제는 8월 7일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물론 축제기간 내내 은어잡이는 할 수 있다고 하고요. 축제장에서는 하루에 한번씩 문화유적탐방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는데 유곡닭실마을과 다덕약수탕, 만산고택, 신비의 도로, 래프팅, 청량산, 유기마을 등을 무료 탐방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축제홈페이지를 들어가면 나와 있습니다. www.bonghw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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