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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안기부 도청테이프 'X파일'의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가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조사에 응하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3신 : 오후 2시 15분]

이상호 기자 "검찰도 삼성 불법 비리의혹 수사하라"


▲ 5일 오후 MBC 이상호 기자가 검찰 조사실로 가기에 앞서 검찰조사에 응하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상호 MBC 기자가 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했다. 'X파일 사건'과 관련, 97년 안기부의 도청테이프를 보도하게 한 이 기자는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됐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 기자는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열린 언론개혁국민행동 기자회견장에 들러 짧은 소견을 밝혔다. 이 기자는 "앞으로 언론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집단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나의 출두가 의미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검찰 청사 앞에서도 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포토라인에 섰다. 이 기자는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검찰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겠다"면서도 "검찰도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삼성 불법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 주리라 믿는다"고 촉구했다.

이 기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변호인인 한상혁 변호사와 함께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이 기자를 따라온 언론개혁국민행동 소속 회원 10여명이 "물타기 수사 중단하고 이건희를 소환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MBC 소속 기자 20여명도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투명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단 이상호씨는 참고인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내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조사를 하다 보면 늘 새로운 사실이 나오기 때문에 장담은 못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소환은 도둑과 싸운 시민 잡는 꼴"
언론개혁국민행동 "검찰, 삼성공화국 앞잡이임을 자인"

▲ 언론개혁국민행동 회원들은 옛 안기부 도청테이프 `X파일`의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의 검찰 소환을 앞둔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의 몸통수사를 외면한 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한 기자를 소환한 검찰의 조치를 비난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5일 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의 이상호 MBC 기자 소환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언론개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검찰이 이상호 기자를 소환한 것은 삼성공화국의 앞잡이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MBC와 이 기자가 자신들의 보도에 책임지기 위해 당당하게 출두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이 기자가 조사받으면 삼성 수사를 어떻게든 피하려는 검찰에게 면죄부를 주게 될 우려가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행동은 "비리를 고발한 기자에게 취재, 보도과정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며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날 전광훈 민중연대 상임의장은 "검찰은 이 기자가 실정법을 어겼다는 등 지엽적인 부분만 조사하면서 삼성의 잘못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영일 민언련 이사는 "도둑놈을 잡기 위해 격투를 벌인 시민을 잡아들이는 꼴"이라고 검찰의 이 기자 소환을 꼬집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현직검사부터 파면하고 특별검사든 틀별법이든 제도가 만들어질 때까지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이종행 기자

▲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옛 안기부 도청테이프 'X파일'의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가 검찰에 출두하기에 앞서 검찰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던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 5일 오후 1시]

이상호 기자 "당당하게 출두하겠다"


X파일 보도로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하게 될 이상호 MBC 기자가 "당당하게 출두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상호 기자는 이날 오전 아이엠뉴스(MBC 인터넷판)와 인터뷰에서 "원칙적으로 검찰수사에 협조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금 검찰수사가 국민 요구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본다"면서 "삼성에 대한 기본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출두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 기자는 "그래도 MBC가 당당하게 수사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결론이 나와 검찰 출두를 결심하게 됐다"며 "(검찰이) 내가 모르는 흠결을 갖고 압박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도의 대의를 위해 정당하게 조사받은 뒤 만약 잘못한 게 있다면 국민에게 사과할 준비를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어제 밤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밤을 지샜다"면서 "가족과 집사람에게는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날 오전 11시 MBC 보도국을 출발, 변호사 사무실로 이동한 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40분께 서울지검 앞에서 열릴 예정인 언론개혁국민행동 기자회견장에 들른 뒤 오후 1시 50분께 검찰로 향할 예정이다.

한편 MBC 기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상호 기자의 소환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부패구조를 드러내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적, 시대적 요구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MBC 기자회는 "그럼에도 MBC가 용기 있게 (이번 사건을) 보도한 만큼 사법권력의 위협에도 당당히 맞서기 위해 이상호 기자를 검찰에 보낸다"면서 "검찰이 국민의 알권리에 사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국민과 함께 비겁한 검찰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 소환과 관련, MBC 사측도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MBC측은 검찰에서 이상호 기자의 형사처벌을 시도한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거나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사제청을 제기하는 등 전면적 법적 대응도 모색하고 있다.

▲ 옛 안기부 도청테이프 'X파일'의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가 검찰에 소환된 5일 오후 MBC 기자들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은 국민의 뜻에 맞설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MBC 기자회 성명 전문이다.

검찰은 국민의 뜻에 맞설 것인가!

오늘 이상호 기자의 검찰출두를 바라보며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졌던 정치권과 재벌, 언론의 추악한 부패 고리를 찾아 보도한 결과가 과연 이런 것인가. MBC 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보며 사회의 진실을 찾는 기자로서의 소명의식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에 우리는 MBC 기자 전체의 총의를 모아 다음과 같이 밝힌다.

검찰의 이상호 기자 소환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부패구조를 드러내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적, 시대적 요구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국민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 최대의 권력체인 정치권과 재벌, 언론이 유착돼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해왔다. 그런데 그 실체가 이상호 기자의 용기있는 취재 결과 MBC를 통해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이 정,경,언 3자의 유착관계는 국민들이 상상했던 이상으로 추악했음이 또한 밝혀졌다.

이에 국민들은 오늘 이 사건을 보며 검찰에게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MBC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부패구조의 전모를 규명해야 한다. 검찰 수사의 칼날은 부패구조의 핵심에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홍석현 중앙일보 사주와 정치권 인사들로 향해야 한다.

검찰은 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MBC 보도를 통해 이미 비리 혐의가 드러난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씨의 범법행위는 수사를 회피하고 있다. 오히려 거대 비리를 고발한 언론사 기자를 불러 온갖 흠집을 잡아 사법처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는 형식적인 법 논리를 내세우며 비리를 고발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비겁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삼성이 지속적으로 심고 관리해온 검찰 내 ‘삼성 장학생들’의 존재에 대한 확신만 더해줄 뿐이다. 검찰이 삼성이라는 막강한 재벌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함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상호 기자를 오늘 검찰에 내보낸다. 이는 MBC 보도가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MBC가 용기있게 보도한 만큼 사법권력의 위협에도 당당히 맞서기 위함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에 대해 조속하고도 투명한 수사를 검찰에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상호 기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검찰이 국민의 알권리에 사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검찰이 국민의 뜻을 끝내 져버린다며 MBC 기자들은 국민과 함께 그 비겁한 검찰에 맞설 것이다. 국민과 역사가 검찰을 심판할 것이다.

2005년 8월 5일 MBC 기자회



[1신 : 5일 오전 11시 50분] 이상호 기자 5일 검찰 소환

97년 당시 삼성불법대선자금 제공내역이 담긴 이른바 '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가 5일 오후 검찰에 소환된다.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의 불법도청 파일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구속된 재미동포 박인회씨로부터 도청테이프를 건네받아 보도한 이 기자를 이날 오후2시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기자를 상대로 테이프를 입수한 경위와 함께 테이프가 도청된 사실을 알면서도 보도를 했는지 등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여부 등에 대한 조사할 예정이다. 또 테이프 입수과정에서 이 기자와 박씨 사이에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시민단체 "도둑 안잡고, 고발자 수사하는 격"

한편 검찰의 이상호 기자 소환에 대한 시민·언론단체의 비판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이상호 기자의 'X파일' 보도는 공익을 위한 기자로서의 본분을 다한 것"이라며 "검찰이 '정-경-언' 커넥션과 이들의 불법행위는 외면한 채 기자의 보도행위만 문제삼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는 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녹취테이프 유통과정이 아니라 검은 커넥션이 압축적으로 들어있는 도청내용과 도청행위"라면서 "이상호 기자는 공익차원의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기자 본연의 소명을 다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 진정한 언론자유을 지켜낸 이 기자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면서 "제2, 제3의 '이상호'가 나와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226개 시민사회언론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정-경-언-검' 커넥션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언론개혁국민행동은 "검찰이 X파일 사건의 본질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에 대한 수사는 미루고 그들의 대선 뇌물제공 사건을 보도한 이상호 기자의 출두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개혁국민행동은 "도둑은 잡지 않고, '도둑이야'를 외친 고발자를 수사하는 본말전도 행태"라며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검찰의 수사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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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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