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설 따라 삼천리….

오늘은 제가 태어나고, 자라던 고향의 지명과 관련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전설을 찾아 들어가는 입구 "원동산"입니다.
ⓒ 한명라

아주 오래된 옛날, 지금으로부터 1천년 전 고려시대에 김개인(金蓋仁)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기르고 있는 개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으로 보살펴 주었답니다.

주인과 개는 바늘과 실처럼 너무도 다정한 사이어서, 주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그 개가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고 합니다.

어느 날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이 되었습니다. 주인은 의관을 갖춰 입고 개와 더불어 장터에 나왔답니다. 장터에서 자신의 볼 일을 마치고 난 주인은 주막에서 기분 좋게 술에 취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냇가 풀밭에 쓰러져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주인이 술에 취해 정신없이 잠에 골아 떨어졌을 때,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불길이 주인을 향해서 활활 번져 오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깊은 잠에 빠진 주인 곁을 꼼짝도 하지 않고 지키고 있던 그 개는, 주인을 잠에서 깨우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을 했지만, 술에 취한 주인은 끝내 일어 날 줄 몰랐습니다.

마침내 주인이 잠든 가까운 곳까지 번져오는 불길에, 그 개는 풀밭 옆 냇물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온 몸을 냇물에 적셔서는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길 위를 뒹굴기 시작했습니다.

그 불길에 자신의 몸에 적신 물이 마르면, 다시 냇물로 뛰어 들어 몸에 물을 적시고 또 불길 위를 뒹굴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했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술에 취해서 곤한 잠에 빠졌던 주인이 잠에서 깨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한눈에 알아 볼 수가 있었답니다.

풀밭 전체가 불에 타서 새까만데, 자신이 잠이 들었던 그 자리만 멀쩡했고,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던 개가 불에 탄 모습으로 자신의 곁에 쓰러져 숨져 있더랍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한 주인은,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개를 정성스럽게 그 언덕에 묻어 주고, 개의 무덤 앞에 자신이 짚고 다니던 나무로 된 지팡이를 꽂아 두었답니다.

그런데 개를 사랑하는 주인의 마음이양, 그 지팡이에서 새싹이 나서는 한그루의 나무가 자라나더랍니다.

장날이면 개의 무덤을 찾아 온 주인이 그 지팡이를 옆의 장소로 옮기면 또 그 자리에 나무가 자라기를 여러 번. 그렇게 하여 주인을 위해 그 목숨을 바친 개의 무덤 주위에는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개의 충절을 기념이라도 하듯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게 되었답니다.

지금도 그 느티나무는 얼마나 울창하고 무성한지, 어른들 여러 명이 빙 둘러서서 손을 양쪽으로 펼쳐야 그 둘레를 잴 수 있을 만큼, 아름드리 고목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그 고장의 이름이 개'오'(獒)자, 나무'수'(樹)자로 하여 지금까지 '오수'(獒樹)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는 넓다란 시냇물 옆에는 개의 무덤과 개의 충절을 기념하여 세운 의견비와 개의 동상이 있고, 그 전설이 천년의 오랜 세월을 두고 흘러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하늘을 향해 그 가지를 울창하게 뻗치고 있습니다.

현재 오수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 의견의 전설을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전주와 남원을 오고가는 국도변에 의견공원을 조성하였고, ‘의견제'등 각종 행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와 남원을 여행하시는 분들께서는 잠시 시간을 내어 제 고향 오수를 들러 보시기를 권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살펴 준 주인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도 하기 어려운 살신 보은의 충직함을 보여준 오수 개의 전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의견비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적혀 있습니다.
ⓒ 한명라

▲ 지팡이에서 싹이 났다는 느티나무는 거목이 되었습니다.
ⓒ 한명라

▲ 멀리 공장 굴뚝이 보이는 곳에 원동산이 있습니다.
ⓒ 한명라

▲ 의견비가 있는 전각입니다.
ⓒ 한명라

▲ 개의 무덤 앞에 꽂아 두었다는 지팡이가 아름드리 고목이 되었습니다.
ⓒ 한명라

▲ 주인의 생명을 살린 의견을 기념하는 상입니다.
ⓒ 한명라

▲ 오수에 가면 의견을 기리기 위한 의견공원도 새롭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 한명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