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4일 상암경기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정동영 장관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양희석
"역사는 우리에게 다시는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희생물이 되고 눈물을 흘리는 약자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우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평화를 이루고 통일을 이루는 당당한 자존의 나라, 자주의 나라, 통일의 나라를 건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무슨 통일운동단체의 성명서 내용이 아니다. 바로 정동영 장관이 북측의 대표단이 참석한 8월 14일 상암 축구경기장 통일축구친선경기에 앞서 행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당시 축구장에 있던 7만여명의 시민과 남북해외대표단은 하나같이 뜨거운 박수와 열렬한 지지 함성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동영 장관의 연설을 주의깊게 듣고 있던 김기남 북측 단장의 얼굴도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행사가 끝나고 워커힐 숙소로 돌아와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해외대표단의 중심화제는 북측의 현충원 참배와 바로 이 정동영 장관의 연설이었다.

"정동영 장관 별로 호감이 안 갔는데 북한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모습을 보고 조금 호감이 갔었다. 그러다가 오늘 연설을 듣고 나는 그의 지지자가 되었다. 그가 대통령후보로 나온다면 나는 지지하겠다."

정동영 장관 연설이 해외교포대표단 저녁식사의 주된 화제였다.

▲ 8.15공동행사 해외대표단의 14일 저녁식사 장면, 단연 화두는 정동영장관의 연설이었다.
ⓒ 이창기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연설을 한 것을 보면 그만큼 연설의 내용이 정동영 장관의 신념으로 체현된 것 아니겠는가. 이번 연설은 단순한 쇼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남북교류 행사에 정부가 나서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남측 당국자가 이런 연설까지 했다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통일에 획기적인 사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연설 마지막에 한반도라고 말을 한 후 조선반도라고도 호칭을 해주어 북측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돋보였다. 참 듣기 좋았다."

이렇게 정동영 장관의 연설 내용에서부터 태도와 어투에 이르기까지 해외교포들은 열렬한 공감과 지지 의사를 표시하였다.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말과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개척해 가는 것, 그리고 통일을 이루자는 정동영 장관의 연설 내용은 사실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고 모든 국민들이 하나같이 염원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충격을 받았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전에는 '자주와 통일'이라는 말만 나와도 벌벌 떨며 마녀사냥을 일삼던 정부당국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처음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은 국민이 투표로 뽑아 만든 대표기구인 정부가 나섰을 때 결정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정부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동영 장관의 연설은 노무현 정권이 진행하고 있는 지금의 다방면적인 남북교류와 남북관계의 급진전이 단순한 노무현 정권의 치적 쌓기와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완성하기 위한 노무현정권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정동영 장관이 양식이 있고 진보적이라고 볼 수 있는 전국에서 모인 7만여명의 시민들이 꽉 들어찬 상암 경기장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본심이 어디에 있건, 분단 60년사에 처음으로 집권정부의 장관의 입에서 자주와 평화통일 그리고 민족대단결의 확고한 의지가 어린 연설이 나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 없으며 이후 2차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그리고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고, 생각해도 눈굽이 뜨거워지는 한반도의 완전한 통일을 선포할 그날을 앞당기는데 있어서 특기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로 정동영 장관의 발언은 이제 동서독의 콘크리트 장벽을 망치로 뚜드려 깨던 그 통일 축제가 한반도의 휴전선 콘크리트 장벽에서도 곧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케 한다.


<정동영 장관 연설 요약>

"60년 전 광복은 열광과 환희의 자리였으면서 동시에 분단이 시작된 첫날이기도 했다"

"60여 년간 우리는 대결과 긴장의 세월을 살았으나 대결의 역사에 전환점을 만든 것이 바로 6.15공동선언이었다. 공동선언 발표 5년 동안 하늘길, 땅길, 바닷길을 열고 신뢰를 쌓은 우리 민족은 서로 싸우고 미워하던 냉전의 역사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는 없다"

"광복 당시 식민지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 날의 초심으로 돌아가자"

"김기남 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분단 이후 최초로 오늘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는 민족의 화합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북측이 내린 결단과 충정으로 우리 모두 이를 뜨겁게 환영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다시는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희생물이 되고 눈물을 흘리는 약자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우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평화를 이루고 통일을 이루는 당당한 자존의 나라, 자주의 나라, 통일의 나라를 건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계는 탈냉전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든 지 15년이 지났다. 지구상에 냉전의 외로운 섬으로 홀로 남은 한반도, 조선반도의 운명을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의 손으로 개척해서 이 땅에서 영원히 전쟁의 가능성을 종식시키고 영구평화와 공동번영의 토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꿈꾸었던 동양평화의 미래와 1948년 38선을 넘으며 마음의 분단이 허물어져야 영토의 분단이 끝난다고 하였던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받들어 평화의 나라, 통일의 나라, 아름다운 문화의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

"하여 8.15민족대축전을 한반도 냉전의 청산과 평화와 공동번영, 그리고 조국통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기원하자. 이 길로 우리 모두 힘차게 전진해 나아가자"

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와 함께 올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