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으므로 식당을 들어서자 아리땁고 곱게 차려입은 식당 종업원인 북한 아가씨가 우리들을 지하식당으로 안내하였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식사 중이었다.
우리들도 메뉴판을 보면서 가자미식혜, 참게찌게, 쏘가리 찜, 감자떡, 명태무침 등 여러 가지 북한의 전통음식과 더불어 송악소주를 한 병 주문하였다. 식사로는 평양냉면을 주문해 두었다. 모든 음식이 맛이 있어 모두가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식사를 하는 사이에는 식당 종업원인 북한 아가씨들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북한 가요(휘파람 등)와 남한 가요로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식욕을 돋우고 여행객의 기분을 한껏 북돋워 주었다. 노래를 하는 아가씨들의 목소리는 꾀꼬리 소리처럼 맑고 고왔다. 노래와 연주를 하는 북한 아가씨들의 표정 또한 60-70년대 우리네 누나들의 모습처럼 순박하고 아름다워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여기저기서 앙코르를 요청하자 기꺼이 응해주기도 하였다.
지난 15일은 우리가 일제로부터 광복을 맞은 지 60주년이다. 아무리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았다 해도, 또 지금 생활하는 환경이 아무리 차이가 난다 해도, 만나면 그냥 정답게 어우러질 수 있는 같은 핏줄, 하나의 민족일 뿐이다. 북한 아가씨들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왠지 모를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울렁거리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지나치게 감상주의에 젖은 탓일까.
식사를 마친 후 계산서를 보니 위안화 803원이다. 810원을 건네며 7원은 봉사료로 가지라고 하였지만 끝내 돌려주었다. 노력의 대가만 받는 사회주의 이념과 철학 탓이리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 주는 것이 맞지 싶어 그냥 미소로 봉사료를 대신 지불하고 식당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