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 도착하자 샤오펑은 차를 입구 주차장에 세워 놓고 입장권을 파는 곳까지 우리들을 안내하여 친절하게 표까지 사서 전해주고는 만리장성 관광을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거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우리들처럼 만리장성을 관광하기 위해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들의 역사적 유적을 관광하러온 중국인 관광객 수가 더 많았다. 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만리장성을 찾은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르내리는 사람끼리 비키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도 중국은 인구가 많은 나라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만리장성 꼭대기 바로 아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에서 한국말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솔잎으로 담근 막걸리 한잔 하세요." 목도 마르고 하여 다가가서 막걸리 한잔을 시키고는 말을 걸어보았더니, 자신이 조선족이라고 소개했다. 막걸리 한잔 값은 8위안이었다.
만리장성에서 마시는 한국의 토종술 막걸리 맛은 일품이었다. 옛날 시골 어머님께서 빚은 막걸리 맛 그대로였다. 만리장성까지 달려와 관광객을 상대로 막걸리를 파는 그 조선족 아주머니의 몸속에도 분명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의 피가 그대로 흐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리장성 관광을 마치고 내려오니 우리들을 안내하는 중국인 사내 샤오펑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올라 용경협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리니 용경협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들이 탄 샤오펑의 차는 용경협 입구까지는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입구 주차장에 샤오펑의 차를 주차해 두고 다른 자동차로 갈아탔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한 식당에서 나온 차인 것 같았다. 샤오펑이 미리 전화를 해 둔 모양이다.
식당에서는 샤오펑이 우리 식성에 맞도록 주문을 해주었다. 서너 가지를 시켰는데 모두 맛있었다. 이상봉 선생이 샤오펑에게 미리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샤오펑에게도 많이 들라고 권했지만 체면을 차리는 듯 식사를 많이 하지 않았다. 샤오펑은 북경 시민일 테지만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우리네 순박한 시골 사람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입장권을 끊어 용경협 관광을 위해 입장을 했다. 용경협은 협곡을 막은 산수가 수려한 인공 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이 찾아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 같았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의 빼어난 산수를 구경하고 내려오니 시간은 오후 3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했던 식당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샤오펑을 만나 북경 시내로 돌아왔다. 호텔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자동차 대절료로 위안화 400원과 미화 5달러를 봉사료로 지불하자 샤오펑은 고맙다고 했다. 우리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호텔 룸으로 돌아와 간단히 샤워를 하고 이상봉 선생에게 전화를 했다. 저녁에는 중국 전통 음식을 먹기로 약속을 하였기 때문이다. 회사를 퇴근한 이상봉 선생이 호텔로 왔다. 다시 택시를 타고 지단공원 정문 앞에 있는 중국의 전통 음식점인 '금정헌(金鼎軒)'으로 갔다.
이상봉 선생은 대표적인 중국음식을 이것저것 주문해주었다. 아주 매운 사천요리, 전통 자장면과 몇 가지 음식을 추가하고, 전통 중국술(오량애)도 한 병 주문하였다(가격 650위안). 맛이 깔끔하고 독특하였다. 식사를 마치고는 다시 택시를 타고 중국 서커스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으로 갔다.
극장의 입장료는 급수에 따라 가격이 다양했다. 1인당 150위안 하는 표를 끊어 입장하고 중국의 서커스를 관람하였다. 어릴 때 시골 백사장의 가설 텐트를 친 극장에서 서커스를 본 이후 정말 오랜만에 서커스다운 정통 중국 서커스를 관람하고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호텔 주위 24시간 가게인 '세븐일레븐'에 들러 음료수와 몇몇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여 룸으로 돌아왔다. 호텔에 구비되어 있는 작은 페트병 물 한 병이 30위안이고 캔 맥주 1병이 20위안이었다. 그러나 가게에서는 물 한 병이 보통 2위안, 캔 맥주 한 병이 2위안 또는 3위안이었다. 비싸게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이 또한 외국에서 며칠을 지내다 보니 쌓이는 여행객의 노하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