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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반환점을 돈 참여정부의 일성은 ‘주체세력 양성’이다. 집권 후반기 최초의 정책이 될 부동산 종합대책을 두고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세제가 됐든, 공급이 됐든 어떤 정책이든 그 정책을 지탱할 만한 이해관계 집단을 만들어놓겠다.”

이로써 김병준 실장이 말한 “헌법만큼 뜯어고치기 힘든 부동산 제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주체세력을 양성해 참여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제도를 보위토록 한다는 것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 정말 주체세력 양성은 가능할까? 전개되는 양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주체세력의 양성은 상대를 전제로 한 것이다. 즉 견제 대상이 전제되지 않은 주체세력 양성은 성립할 수 없다. 그럼 견제 대상은 누구인가? 정부여당이 일주일에 한 번씩 내놓은 부동산 종합대책의 분절을 이어보면 견제 대상은 다주택자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종합부동산세 상한선을 폐지하고,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에 중과를 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대책은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다. 이 다주택자의 상당수가 투기세력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이끈 주범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여당이 다주택자를 견제함으로써 득을 보는 주체세력은 무주택자가 돼야 한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김병준 실장이 부동산 주체세력 양성을 언급한 어제, 또 하나의 뉴스가 나왔다.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양도세 중과 방침을 접한 다주택자들이 장기전 채비에 들어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며, 주택을 구입하고자 했던 무주택자들이 보유세 강화 방침에 위축돼 전세로 돈 결과라고 한다. 주택 전세가가 오르면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무주택자다.

강북과 소형 아파트 가격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양도세 중과 방침에 따라 다주택자가 알짜배기 주택은 놔두고 쭉정이 주택, 즉 강북에 있는 소형 아파트를 우선 처분하려고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한푼 두푼 모으고, 모자란 돈은 은행 땡빚으로 메워 집 한 채 장만한 ‘범털 주택보유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물론 정부여당의 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더 가진 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조세 정의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주택자 다수가 투기꾼이란 전제 아래 양도세를 중과하려는 방침도 토 달기 어렵다.

결국 지금 빚어지는 혼조 양상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음영교차현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남는 문제는 이 혼조세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즉 지극히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무주택자와 1가구 주택 보유자의 정서를 누가 붙잡는가 하는 점이다. 김병준 실장은 주체세력 양성을 외치고 있지만, 다주택자들은 장기전 채비를 갖추면서 정부와의 싸움에 서민들의 이해관계까지 동원하려 하고 있다. ‘강남 아줌마부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금만 버티면 정권은 끝나고, 부동산 정책도 재조정 된다.” ‘강남 아줌마부대’의 이런 주장은 정권 말기마다 나타난 부동산 가격 급등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서민들에겐 꽤 설득력 있는 것이다.

불투명한 시장과 불안한 대중 정서를 볼모 삼아 심리전을 펴는 ‘강남 아줌마부대’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정부여당의 유일한 전술은 역심리전 뿐이다. 개개의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 즉 참여정부 들어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전망을 공유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 한 주체세력의 양성은 요원한 일이다.

참여정부만의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차기 정권까지 관통하는 부동산 정책의 대강을 제시하고, 그 일정표를 밝힘으로써 서민들이 장기 전망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지 않는 한 ‘강남 아줌마부대’와의 싸움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그나마 호평을 받았던 10.29대책이 왜 1년도 안돼 왜곡되고 완화되고 비틀어졌는지부터 따져 스스로 밝혀야 한다. ‘강남 아줌마부대’의 선전이 꽤나 설득력있는 목소리로 둔갑되는 데 참여정부가 기여한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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