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투기꾼이라고 하는데, 투기꾼들은 이미 보상 다 받아서 나갔다. 생계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판교주민통합위원회 김영태 행정실장은 23일 새벽 4시께부터 시작된 '판교동 강제 철거'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토지공사는 판교동 택지개발지구에 용역업체 직원 400여명을 동원해 이전하지 않은 가옥과 상가에 대한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판교택지개발사업 공동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가 사업지구내 도로 착공 구간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한 것.
한국토지공사는 3차례에 걸쳐 계고장을 발송하고 자진이주를 독려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법적 강제수단인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판교동 42가구 가운데 19가구(가옥12채, 상가7곳) 철거가 진행됐다. 판교주민통합위원회 소속 주민 50여명은 23일 새벽 용역업체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철거가 진행되자 새벽 6시30분부터 성남구 분당구에 위치한 한국토지공사 7층 사장실을 점거해 4시간 가량 농성을 벌이다 경찰력 투입으로 강제 해산됐다.
살던 집이 철거를 당한 서아무개(47. 여)씨는 "새벽 4시도 못 됐는데 용역업체 직원 수십명이 몰려와 강제로 끌어냈다"면서 "사무실에 방 1개를 얻어 아들과 살고 있었는데 생계 대책은 마련해주지 않고 무조건 내쫓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서씨는 30만원씩 월세를 내고 있으며, 식당일을 하면서 살림을 꾸리고 있다.
"토지공사에서는 가게에 무허가로 방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보상을 못해주겠다고 하더라. 단지 이사비 30만원만 주겠다고 하는데, 이주대책도 마련해주지 않고 거리로 내몰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일주일 여관비로는 안된다"
주민대표 "오늘 생계터전을 강제 철거당한 주민들은 살만한데 안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보증금 없이 월세를 내고 살아가던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주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주단지를 제공해 달라."
토공 김재현 사장 "이주단지를 마련해준다는 약속은 하기 힘들고, 일주일 여관비 정도를 제공하는 것은 어떤가."
토공 김재현 사장은 주민대표 3명과 면담을 통해 판교주민통합위원회에 '일주일 여관비 제공'을 제안했지만, 농성중인 판교 주민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주단지 마련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지 일주일 여관비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는 것이다.
주민대표였던 김영진(52)씨는 "토공 사장과 면담했지만, 사장이 판교 주민들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주일 여관비만 주겠다고 하는게 대책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판교주민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소속 주민은 250여명으로 이들은 등기가 안된 가옥주, 세입자, 영세상인, 축산농, 공장 사업주, 화훼농, 임업농 등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는 이주대책 마련과 함께 이주자 택지 제공, 아파트나 상가분양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의 한 관계자는 "2001년 7월 이전부터 거주했던 적격 세입자는 4인 기준으로 770만원을 받거나 전용면적 18평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도록 돼 있는데, 사장실을 점거했던 세입자들은 이주비와 함께 임대아파트 평수를 25.7평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기준보다 더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교주민통합위원회와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관련 법령을 뛰어넘는 보상을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토지공사는 철거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본격적인 토지 조성 작업에 착수, 2008년 12월까지는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