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성급히 다가온 가을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새벽녘이면 움추리고픈 날갯죽지, 이완되었던 근육들이 툭툭툭 오무라든다. 그래도 아직은 8월 마지막 여름의 햇살이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는 물찻오름의 숲속에 해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숲을 가득 채웠던 버섯들의 두런거림이 때이른 찬기운에 소스라치고 말았다. 갑자기 고요가 찾아든 숲, 요새는 왜 이리 추적추적 비는 자주 내리는지.

지난 여름은 뜨거웠지. 그래, 잘 견디어 내었다. 그렇게 시간은 내 마흔 네번째의 여름과 무탈히 작별할 수 있도록 애써 평화로운 걸음으로 뚜벅거리며 간다. 뒤돌아보는 건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일 뿐.

나무와 풀과 새와 곤충들 그리고 숲 속의 향기를 만들어 내는 식구들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으로 달걀버섯인 그가 있다. 숲에 버섯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돌고 도는 물질순환의 고리 속에 분명히 자리매김하는 그는 자연생태계의 소중한 한 구성원이다. 화려하기 때문에 독버섯일 거라고, 위험할 것이라고, 경외시하는 눈길이 그는 서럽다.

새로운 시각으로 그를 보자. 한 때는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걸 뭇사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마음을 열고 보면 진면목이 보이기 마련인데.

버섯의 세계라고 빛이 없어서 될 일은 아니다. 빛이 있어 더욱 빛나는 아름다움. 8월의 마지막 더위는 그를 익히고 나를 익힌다.

ⓒ 고평열

ⓒ 고평열

ⓒ 고평열

ⓒ 고평열

ⓒ 고평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