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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장구를 기대하였으나 어쩐 일인지 그녀는 꽃만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하는말,
“있잖아, 이거 쇠물팍이 아닌 것 같애. 지금 보니 이것은 분꽃이야. 미안해. 그런데 쇠물팍이랑 너무 닮았어.”
그녀가 ‘분꽃’이라고 하는 순간, 나는 그제야 오랜 ‘최면’에서 깨어났다. 무엇에 쓰인 것이 아닌 맑은 정신으로 보니 쇠물팍은 어렸을 적 초등학교 화단에서 보았던 분꽃이 확실했다. ‘쇠물팍’의 어감과 의미, 그리고, 그 효능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달리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분꽃은 어렸을 때 빼고는 본 기억이 없는데다 지난해에는 아무 일 없다가 갑자기 올해 뜬금없이 한 송이 피어났는데, 도대체 이 분꽃씨는 어디서 날아온 건지. 아무튼 사랑초와 마찬가지로 분꽃 또한 올 여름 내내 우리 가족을 기쁘게 해 주었다.
특이한 것은 사랑초는 저녁이면 잠이 듦에 반해 분꽃은 저녁이 되면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 내내 활짝 피었다가 아침이면 꽃잎을 닫았다. 한 번 핀 꽃은 두 번 피지 않았고 매번 새로운 꽃대에서 꽃이 피었다. 낼 모레가 구월이지만 이 꽃이 다 피고 지려면 아직 많은 날들이 남은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사랑 할 수 있다고 했던가요? 쇠물팍이 아닌 분꽃으로 인지하고 난 다음 부터는 거짓말 처럼 길가 이곳저곳에 핀 분꽃을 많이 볼수 있었습니다.
물론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도 했지요. 가까이 가면 분 냄새가 확 풍겨오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