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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가까이서 본 분꽃
2005년 8월 가까이서 본 분꽃 ⓒ 정명희

2005년 8월 가지가 너무 뻗어서 홀로 지탱을 못하여 죽은 벤자민 몸통에 걸쳐둔 분꽃
2005년 8월 가지가 너무 뻗어서 홀로 지탱을 못하여 죽은 벤자민 몸통에 걸쳐둔 분꽃 ⓒ 정명희
맛 장구를 기대하였으나 어쩐 일인지 그녀는 꽃만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하는말,

“있잖아, 이거 쇠물팍이 아닌 것 같애. 지금 보니 이것은 분꽃이야. 미안해. 그런데 쇠물팍이랑 너무 닮았어.”

그녀가 ‘분꽃’이라고 하는 순간, 나는 그제야 오랜 ‘최면’에서 깨어났다. 무엇에 쓰인 것이 아닌 맑은 정신으로 보니 쇠물팍은 어렸을 적 초등학교 화단에서 보았던 분꽃이 확실했다. ‘쇠물팍’의 어감과 의미, 그리고, 그 효능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달리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분꽃은 어렸을 때 빼고는 본 기억이 없는데다 지난해에는 아무 일 없다가 갑자기 올해 뜬금없이 한 송이 피어났는데, 도대체 이 분꽃씨는 어디서 날아온 건지. 아무튼 사랑초와 마찬가지로 분꽃 또한 올 여름 내내 우리 가족을 기쁘게 해 주었다.

특이한 것은 사랑초는 저녁이면 잠이 듦에 반해 분꽃은 저녁이 되면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 내내 활짝 피었다가 아침이면 꽃잎을 닫았다. 한 번 핀 꽃은 두 번 피지 않았고 매번 새로운 꽃대에서 꽃이 피었다. 낼 모레가 구월이지만 이 꽃이 다 피고 지려면 아직 많은 날들이 남은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사랑 할 수 있다고 했던가요? 쇠물팍이 아닌 분꽃으로 인지하고 난 다음 부터는 거짓말 처럼 길가 이곳저곳에 핀 분꽃을 많이 볼수 있었습니다.

물론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도 했지요. 가까이 가면 분 냄새가 확 풍겨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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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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