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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인사위원회가 금품로비 사건 관련 직원 3명을 해고하는 등 중징계한 것을 두고 'MBC 개혁'에 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취임한 최문순 사장.
MBC 인사위원회가 금품로비 사건 관련 직원 3명을 해고하는 등 중징계한 것을 두고 'MBC 개혁'에 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취임한 최문순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문순 사장이 드디어 MBC 개혁을 위한 '칼'을 빼든 것인가.

MBC가 브로커 홍아무개(64)씨 금품로비에 연루된 직원들에 대해 해고 등 중징계를 전격 단행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는 지난 3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브로커 홍씨로부터 향응과 선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모 전 보도국장과 홍모 재무운영국 관제부 차장, 김모 뉴스편집2부 차장 등 3명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렸다. 인사위원회는 이들이 홍씨로부터 식사 대접과 선물을 받아 결과적으로 취업규칙과 방송강령을 위반했다고 해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해고 조치를 당한 강 전 보도국장은 이미 지난 1월 '구찌 핸드백' 파문으로 3개월 정직을 당한 전력이 있다. 강 전 보도국장은 이에 불복해 지난달 4일 서울중앙지법에 징계무효 확인소송까지 냈지만, 다시 금품로비 사건에 연루되면서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인사위는 또 로비사건에 얽혀 있는 홍모 재무운영국 관제부장도 같은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유모 시사영상부 차장에 대해서는 15일 대기근신 조치를 취하는 등 모두 5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MBC "이번 인사조치는 '일벌백계'"

인사위 결정에 대한 최 사장의 조처도 빨랐다. 최 사장은 1일 북한에서 돌아오자마자 인사위 결정을 결재하고 관련 직원 문책을 확정했다. 이례적인 신속한 조처이다.

내부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최근 MBC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잇단 '악재'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직원들의 느슨해진 기강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어난 악재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

올해만 해도 MBC는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모두 4차례나 공개사과를 해야만 했다.

지난 1월 '구찌 명품 핸드백 파문'으로 시사 프로그램 <신강균의 사실은…>이 중단된 뒤 MBC는 잇따라 터져 나온 사고로 머리를 숙였다. 이어 지난 7월 말에는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알몸노출 사건이 일어나 프로그램 중단사태를 맞았고, 8월 중순에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일본군 '731부대' 생체실험을 고발하면서 중국영화의 한 장면을 다큐멘터리 발굴로 왜곡보도해 또 한번 머리를 숙였다.

MBC 관계자는 "이번 인사조치는 '일벌백계'의 성격이 강하다"며 "자체조사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최 사장의 '개혁 시동' 조짐은 비단 금품로비 연루자 중징계 조처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MBC 윤리위원회는 인사위원회의 문책과 별도로 '윤리세칙'을 새로 만들어 이달 중순부터 적용해 나가기로 했다.

'윤리세칙'은 현행 방송강령이나 윤리준칙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직무상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든 일절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만약 MBC 직원이 현금이나 유가증권을 받을 경우 '즉시 해고'가 가능하도록 처벌규정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윤리위원회는 직원들의 윤리문제를 전담할 기구로 'MBC 클린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MBC 클린센터는 내부 직원의 비리 의혹에 대해 누구든지 인터넷으로 제보 혹은 고발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MBC 직원들이 윤리규정 위반여부를 상담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맡게 된다.

MBC 관계자는 "공영방송에 대해 고도의 윤리성과 공익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뿐 아니라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윤리준수 의지를 반영하는 쪽으로 구체적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모두 '도덕성 회복 시급'에 절감

MBC가 직원 문책에 이어 윤리세칙을 만들고, 클린센터까지 설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도덕성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사 대표가 각각 3명씩 참여하는 MBC 윤리위원회가 지난 8월 22일 이후 세 차례나 회의를 열어 윤리세칙 제정 등에 전격 합의한 것은 임직원 모두 현 상황을 '도덕적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편 이번 '브로커 홍씨 금품로비' 사건에 연루돼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 3명은 재심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인사위원회 결정에 대한 재심은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해고 통보를 받은 홍모 차장은 "내가 한 일은 직무와 관련되지 않았는데도 회사에서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고 결정한 것 같아 억울한 면이 있다"며 "재심 절차가 있으니 개인적으로 재심을 신중히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경찰조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도 보지 않고 너무 빨리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브로커 홍씨를 세 차례 만났을 뿐 홍씨를 강 전 보도국장에게 안내해 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 전 보도국장은 "아직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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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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