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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허헉!”
사방에서 엄습해오는 괴기스러움과 숨이 막혀오는 압박감에 장판수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뇌수가 터져 나오고 눈알이 튀어나온 끔찍한 형상의 머리통이 장판수의 코앞까지 다가와 비명소리를 질러대었다.
“아...... 아악!”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잠에서 벌떡 깨어난 장판수는 괴기스러운 웃음소리가 계속 귓가에 울리자 오싹 소름이 끼쳤다.
‘이 집에 귀신이라도 든 것이네?’
소름이 끼치는 와중에서도 장판수가 귀를 기울여 보니 웃음소리는 분명 사람이 틀림없었고 엉성한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주인 방에서 들려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장판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는 칼을 들고 조용히 몸을 일으켜 옆방 문으로 건너갔다.
“아이고, 또 무슨 일이야! 어이구 어이구......”
웃음소리 사이로 노인의 외침이 울려 퍼졌는데 이는 한탄에 가까운 소리였다. 긴장이 조금 풀어진 장판수는 문틈으로 살짝 방안을 엿보았다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를 산발한 노파가 미친 듯이 웃으며 손으로 자기가 싼 똥을 주무르고 있었고 수염 허연 늙은이는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노망이 난 게로군!’
긴장이 완전히 풀린 장판수는 아직도 바깥바람이 서늘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방안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청했다. 처음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구들장이 쩔쩔 끓는 게 노인이 아궁이에 때운 불에 몹시 신경을 쓴 것이 틀림없었다.
‘이거 노인장에게 본의 아니게 큰 패를 끼쳤구만. 새벽밥 얻어먹기도 죄송스러우니 일찌감치 일어나 길을 떠날까.’
인사도 없이 몰래 떠나는 게 더 염치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장판수는 혼자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가 노파의 웃음소리를 뒤로한 채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깨어난 장판수는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떨리면서 쑤셔댐을 느꼈다. 머리맡의 자리끼를 들이켰지만 목구멍 속이 부어올라 있어 한 모금을 넘기는 데도 고통이 심했다.
‘허! 내가 왜 이러나!’
장판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마저 후들거렸고 시야마저 흐려왔다.
‘좀 쉬면 나을 거야. 내래 잔병치례 한번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장판수는 다시 자리에 누워 이불을 깊숙이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지 않고 온 몸은 마치 누군가 몽둥이로 내려치는 듯 통증이 심해졌다. 곧이어 장판수는 정신까지 희미해져 자신의 입에서 절로 스며 나오는 끙끙거림조차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 참 뒤 아침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서던 노인이 이를 보고서는 깜짝 놀라며 장판수의 머리에 손을 대어보았다.
“허! 이거 큰일났구먼!”
노인은 급히 나가 찬물과 천을 가지고와 장판수의 머리에 얹어 주었다. 장판수는 그런 노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거듭 들었다.
“죄...... 죄송합네다. 노인장...... 내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데 몸을 움직일 수 없습네다....... 정말 죄송합네다.”
“뭐가 죄송하단 말인가. 자네가 어디 아프고 싶어서 이러는 것도 아닌데 말일세. 전혀 불편한 마음 가지지 말고 그저 편히 누워 있게나.”
그날 하루, 장판수는 노인이 쑤어온 미음조차 넘기지 못한 채 몇 모금의 물로만 지탱하며 꿈과 현실 사이를 헤매었다. 가끔씩은 죽은 아버지가 나타나기도 하고, 자신이 베어죽인 이진걸이나 청나라 병사들, 전사한 홍명구와 윤계남이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나 괴기스러운 웃음소리와 더불어 장판수를 괴롭히기도 했다.
‘내가 정녕 여기서 죽으려나 보다. 왜 자꾸 죽은 사람들이 이리도 자주 보이는가.’
그나마 노인이 간병해 줄때는 그런 환각이 보이지 않았지만 잠시 뿐이었고, 잠이 들라치면 몇 번 씩이나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되풀이되며 환각은 더욱 심해졌다. 그럴 때마다 장판수는 실낱같은 생명줄을 놓치지 않으려 몸부림치다가 간신히 깨어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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