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비의 위력은 대단했다. 다행히 전국적인 재난으로 번지지 않았음을 오히려 감사해야 할 참이다. 그러나 전라도와 경상도 농가들과 울릉도 섬 주민들의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특히 울릉도의 경우 섬 전체가 마치 포탄을 맞아 아수라장이 된 듯 초토화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 정치인들은 없었다. 오로지 동분서주하며 고립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피해 주민들만 있을 뿐이다.
관광사업 큰 타격, 한해 장사 사실상 끝장
울릉도는 작은 섬이다. 뱃길로 가기에도 멀고 험하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해안도로는 산사태로 두절되었고, 가까스로 길을 뚫었으나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며, 전화조차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남양동 일대의 피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라 한다.
이틀 동안 700mm의 폭우가 남양동에 쏟아졌으니 울릉도 토양이 그 물난리를 견뎌냈을 리 만무하다. 굉음과 함께 온 마을을 덮친 산사태는 급기야 실종자를 만들었다. 정확한 피해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태하 마을은 그보다 더 심하다 한다. 온 마을이 산사태로 무너지고 덮여버린 남양동보다 더 심하다는 주변 말들을 모아보니 말조차 꺼내기가 두려워진다.
"순간, 기막힌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사태로…. 사이에 하나뿐인 해안도로가 형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끊겨 있었다. 지난 태풍 '매미' 때 무너진 지점 앞에 두 군데가…토사와 바위 덩어리를 포함해 양을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마이뉴스> '울릉도 해안도로 산사태로 끊겨... 복구에 20일')
울릉군에서는 발 빠르게 피해상황을 집계할 특별조사반을 구성하였다고 하나 역부족이다. 태하마을을 지나 구암까지는 아직 접근조차하기 어렵다. 태풍 매미 때와 마찬가지로 태화동과 울릉도 북면의 주민들은 도동과 저동 주민들이 배를 이용해 실어나르는 물과 생필품에 의지해야 할 판이다.
하천 70%가 물에 유실되고 서북면의 경우만 보더라도 가옥 100채 이상이 침수 또는 유실되었다. 관공서와 공공시설도 피해를 봤다.
무엇보다 울릉지역 관광사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도로 위에 무너진 토사를 치우는 데만 20일 이상이 걸리고, 온 울릉도민이 합심하여 복구를 한다 해도 이 해 안에는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주민들, 심리적 탈진 상태
울릉도는 여름 한철 관광사업으로 먹고 산다. 농사로 치자면 6월~9월 추석 전까지 한 철 장사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년도보다 부진한 관광 수익 때문에 살기 힘들다는 말이 많았는데 이런 통에 들이닥친 태풍은 난리 중에 난리가 아닐 수 없다.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장사를 못하는 것은 만무하고 피해 복구하는데도 주민이 짊어져야 할 복구비가 만만치가 않을 터. 일찍부터 자포자기하는 주민들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그저 피해 상황만 집계하여 보고하라는 식인가?
정부와 정치인들은 누군가가 죽어야 얼굴을 내미는 몹쓸 버릇이 있다. 자기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지옥이라도 찾아가 표를 구걸하는 사람들이 막상 표밭이 적은 이런 소외된 지역에는 애당초 무관심한 것이다.
정부는 태풍 나비의 피해가 극심한 울릉도를 '집중피해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복구지원을 받은 주민들이 다시 일어서 희망찬 기대로 다음 해를 맞이하도록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울릉주민들은 소외된 낙도가 되고 말 것이며 '아름다운 울릉도' '관광지 울릉도'는 헛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