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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여야 정치인을 상대로 '대연정'을 비롯해 선거구제 개편, 개헌 등 정치 전반의 구조개편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듣는 인터뷰 및 기고를 릴레이로 싣는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릴레이 기획'을 마무리한다. <편집자주>
질문-정리 : 황방열 유창재 기자
사진 : 권우성 기자


▲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평소 노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은 가능한 억제한다는 인상을 주어온 그였으나, 이날은 다른 모습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대통령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민주당에게 소연정을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큰 판을 그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당선자인 시절에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소연정'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또 설령 소연정을 제안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요새는 앞이 보이지 않아서 별로 할 말도 없는데…"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대통령은 큰 판을 그리고 있으며, 대연정과 소연정은 서로 대체 가능한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연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법안의 원활한 통과와 장관 해임안 저지 두가지 뿐인데, 대통령의 목표가 이정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배경에 대해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 '임기 후반부와 퇴임 이후를 생각하는 전략', '남은 임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굴곡과 이를 돌파해온 '괴력'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았던 이 의원이지만, 대통령의 이번 대연정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것이 노 대통령의 작품이라서 성공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성공은 국민적인 에너지에서 나왔는데, 그 에너지가 식어가고 있기 때문에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것.

그는 '대연정은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 목적'이라는 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영남출신 대통령이 영남에 기반한 당에 권력을 주겠다는 것이 지역구도 극복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지역주의는 상당히 완화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역주의 해소는 지역간의 균형발전과 소외감 해소가 가장 정직한 접근법"이라고 반박했다. 또 "지역문제의 당사자인 호남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방법으로 지역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옳지도 않고, 성공하기도 어렵다"고 못박았다.

평소 노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은 가능한 억제한다는 인상을 주어온 그였으나, 이날은 다른 모습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민주당 탈당자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그런 말이 어디 있느냐", "당신이 몸을 담고 꿈을 이룬 곳인데, 오히려 매도를 하고 야박한 말씀을 되풀이하면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지도자이자 인간으로서 기품이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할 때는 비감함을 드러냈다.

또 당선자 시절 뒤차로 수행하던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채 한겨레신문사를 갑자기 방문한 뒤 "이 의원에게 말하면 반대할 것 같아 갑자기 차를 돌렸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노 대통령이 "당신(대통령) 생각을 따라주지 않으면 상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끝으로 "선거구제 개편은 큰 업적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며 "얼마 전에 비공식적으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국민들은 경제를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하면서, 대통령에게 '경제에 올인해달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낙연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

"노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해서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담에 대한 관전평을 한다면?
"회담의 전개 양상이나 결과를 보면, 박 대표가 준비도 단단히 했고 매우 공세적으로 했다. 준비의 정도나 기세에서는 오히려 노 대통령이 좀 밀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박 대표는 여러가지를 얻었다. 반면 노 대통령은 약간의 상처가 났다. 박 대표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나, 통계를 잘못 인용했다던지, 일반 국민과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거리감을 확인시켰다.

또하나 독특한 것은 보통의 지도자들 같으면, 아주 원론적인 합의라도 내놨을 것이다. 그런 노력을 굳이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독특한 리더십이다."

- 대연정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나.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우선 '진정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정치분야에 무엇인가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대통령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하나는 임기 후반부와 퇴임 이후를 생각하는 전략 내지 정략도 있었다. 임기후반과 퇴임 후를 봤을 때, 지금 그대로 뒀을 경우 앞으로 굵직굵직한 것을 처리하는데 순탄하게 의도대로 운용하기 힘들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판을 바꿔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임기 반환점에서 본 남은 임기에 대한 불안감이나 초조감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29%의 지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 노 대통령의 다음 수순을 놓고 이런 저런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는데, 다음 카드를 무엇으로 예상하나.
"잘 모르겠다.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 본인의 진퇴 등 이런 것들의 조합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으로서는 커다란 모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모험이 성공할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워낙 큰 것을 걸어버리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아서 최종적으로 그 모험에 국민들이 동력을 걸어줄지…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노 대통령의 작품이라서 성공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나치게 공학적인 드라이브를 가져오면 국민들이 반발할 지도 모른다. 여론의 지지가 식어가고 있기 때문에 과연 국민적인 에너지가 생길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성공은 국민적인 에너지에서 나왔다. 그 에너지가 식어가고 있다. 집권 초기 때처럼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 노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민주당에게 '소연정'을 제안한다면?
"대통령이 소연정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에게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노 대통령은 큰 판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대연정과 소연정은 서로 대체 가능한 카드가 아니다. 아주 질적으로 다르다. 소연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생 등의 정치문화적 요소를 뺀다면, 법안의 원활한 통과 또는 장관(국무위원) 해임안 저지 두 가지 뿐이다.

대통령이 번번이 민주당을 향해 하는 발언을 보면, 대통령은 민주당을 연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남의 탈당자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그런 말이 어디 있나. 민주당은 당신이 몸을 담고 꿈을 이룬 곳이다. 어떤 사정으로 결별했다고 하더라도 그 당에 대한 연민이나 고뇌가 있는 것이 보통의 경우다.

그런데 오히려 매도를 하고 야박한 말씀을 되풀이하면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지도자이자 인간으로서 기품이 있는 태도가 아니다. 그런 모습은 옳지 않다. 최소한의 고뇌라도 있었으면 했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가 노 대통령에 대해 야박한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극구 노력하는 것도 이런 것이다."

- 만약에 가정으로라도 소연정을 제안한다면?
"가정 갖고 얘기하는 것은 그런데,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 소연정 대한 당내 논의가 있었나.
"연정 얘기 나오던 초기에 조금 있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 7월 5일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나의 사랑의 대상은 한나라당'이라 공표한 후부터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으로 됐다."

-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연합공천 가능성은 있지 않나.
"연합공천은 연합보다 어렵다. DJP정권 때도 연합공천에는 실패했다. 이때도 연합공천 논의가 있었는데, 이인제씨가 논산에 가지 않았나. 이해 당사자들이 너무 많다."

"영남출신 대통령이 영남 기반한 당에 권력 주겠다는 것이 지역구도 극복인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도를 개편한다고 지역주의가 극복될 수 있다고 보나.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선거구제라는 것이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만능은 아니다. 약간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역주의의 해소는 지역간의 균형발전과 소외감 해소가 가장 정직한 접근법이다.

더구나 지역주의도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 차기 대선까지는 지역주의가 큰 약효를 갖겠으나, 그 다음부터는 지역주의가 가장 중요한 득표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문제의 당사자인 호남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방법으로 지역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 옳지도 않고, 성공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 유시민 의원은 정치권의 지역분할구도에 대해 '지금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지만 반드시 치유해야 할 암적 존재'라고 풀이했는데.
"문제의식이야 그럴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영남 분으로서 호남주도의 정당에 몸담아 활동하면서 그런 것을 크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문제라는 것은 잘못 다루면 반대로 악화시킬 수 있다. '대연정을 하면 지역문제가 완화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남출신 대통령이 영남지역에 기반한 당에 권력을 넘겨 주는 것이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것이냐' 식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이고, 지역의 균형발전, 소회감 해소라는 정직한 방법의 접근이 옳은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이 부분적으로 플러스가 될 수 있지만, 지역주의 극복의 대안은 아니다."

-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에 호의적인 만큼 선거구제 개편 정국에선 한나라당을 포위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포위전략은 현재의 판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데, 과연 현재의 판을 보겠나. 그러다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고, 그런 판을 전제로 해서 뭐가 어떻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열린우리당과 민주-민노당이 선거구제에 대해 어느정도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을 제쳐두고 관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나.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면 어려울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안을 강행 처리하는데, 다른 작은 당들이 동참할 수 있을까?"

- 민주당도 지역주의 구도에 자유로울 수 없고, 지역에 너무 기댄다는 지적도 있다.
"현실로써 하나의 출발점 삼고자 하는 것이지, 그 속에 들어가 안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 2003년에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가 막후 연정협상을 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 알고 있었나.
"몰랐다. 그런데 대통령 주변사람들의 고민 대상은 영남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영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2002년 여름 올림피아 호텔에서 선대위의 일정직급 이상의 40명이 모여서 토론을 했다.

천정배 의원이 신당창당을 강하게 이야기했고, 신기남 의원이 동조했다. 정동영 의원은 별로 말이 없었다. 이해찬 의원이 신중해야 한다고 해, 결국 그대로 끝났다. 신당 창당은 그때 이미 감지됐던 것이었다. 천정배 의원의 논리는 '호남에서 잃는 것이 있더라도 영남에서 더 많이 얻을 것'이라는 기본 취지였다. 준비 없이 들은 사람들은 놀랐을 것이다."

- 민주당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말이 많다. 앞으로 민주당의 활로는?
"몸값이 올라간다는 느낌은 별로 받고 있지 않다. 앞으로 '왜 민주당인가'라는 이유를 확연하게 제시해드릴 의무가 있다. 저 자신도 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프게 반성하고 있다.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는 분도 저렇게 변화의 몸부림을 치는데, 민주당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만 같아 고민하고 있다. 한번은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이런 말씀을 했다. '사람들이 집안에 가구를 들여놓으면, 웬만하면 평생 그 자리에 놓는 사람과 늘 위치를 바꿔보거나 심지어 뜯어보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덧붙여 당신은 후자라고 했는데, 그 뒤로 취임 이후의 모습을 보면 참 절묘한 비유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노 대통령이 주변 참모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통령이란 자리가 원래 오래 있게되면 남의 말을 잘 안 듣게 된다. 무슨 이야기든지 어디서 들어본 것 같고, 당신이 알고있는 것 같을 것이다. 또 바쁘기도 하니까 점점 아랫사람들과 말도 못한다.

최근 노 대통령과 가까운 어떤 학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언론의 자유가 없는 곳이 청와대'라고 말했다. 또 당신(대통령) 생각을 따라주지 않으면, 상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김우식 비서실장이 연정 따라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두게 했다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갑자기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날 점심식사 이후 오후 일정이 비었다. 보통 그러면 인수위에 갔는데, 갑자기 차가 우회전해서 공덕동 한겨레 정문 앞에 섰다. 당시 당선자의 말씀이 '이 의원에게 말하면 반대할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변화보다 내 변화가 더 적을 것"

- 노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면?
"국민이 배고파서 밥을 달라고 하면 밥을 주면 된다. 계속 주방을 뜯어고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외형의 변화에 집착하지 말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어떻게 새로이 만들어갈 것인가, 또 양극화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그런 쪽에 지금보다 훨씬 더 집중하길 바란다. 제가 대통령이라면 경제에 올인하겠다. 그런 쪽에서 업적을 남기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이 큰 평가로 남을까 생각하면 안된다.

왜 일부 국민들이 민주화의 화신이고 6·15를 성사시킨 김대중 대통령보다 유신을 한 박정희를 더 뛰어난 대통령으로 생각하는지, 군정을 종식시킨 김영상 대통령보다 광주학살에 책임이 있는 전두환을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정론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들은 게 있나.
"지난번에 김대중컨벤션센터 개관식에 앞서 비공식적으로 김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그분은 '국민들은 경제를 중요시한다'고 강조하셨다. 정치는 떠났다고 하시지만…."

- 예전에 비해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세진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많이 변한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변화보다 내 변화가 더 적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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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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