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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 초기화면.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 초기화면. ⓒ 김주완
이처럼 서울 사람이 수립한 지역 관련 정책 중 지역 사람의 눈으로 보면 어이없는 것이 종종 있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라 전국의 지역일간지를 종합평가한 결과 경남도민일보 등 5개 신문사가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문제는 한국언론재단이 세부 사업 지원절차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신문기자를 희망하는 지역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을 대상으로 언론실무교육을 하겠다는 '언론학교'라는 사업이 있다. 대학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못하는 실무중심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현실성 없는 책상머리 계획

하지만 서울에서 지역을 내려다보면서, 그것도 책상머리에서 이 계획을 내놓은 것을 보면 기가 찬다. 우선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10~11월 중 2주간 합숙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경우 대구와 경북, 울산, 부산, 경남 등 무려 5개 광역단체가 포함된다. 심지어 호남권의 경우 전북과 광주, 전남은 물론 제주도까지 포함한다고 한다.

이럴 경우 장소가 광주로 잡힐 경우 전북, 전남의 학생들은 물론 제주도에 사는 학생들도 광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교육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것도 학기 중에 학교 강의도 빼먹고 말이다.

그러면서 이 사업을 해당 권역 안에 있는 지역대학에 맡겨 외부연수원 같은 곳에서 진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려면 그냥 그 대학의 언론관련 학과에서 배우면 되지 굳이 나랏돈을 들여 이런 학교를 개설할 필요가 뭐 있나.

더 기가 찬 것은 이 사업에 권역별로 4000만원, 5개 권역을 합쳐 무려 2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합숙교육인 만큼 학생들을 먹여주고 재워줘야 하니 그 정도 돈이 들어가는 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꼭 그래야 하나. 교육 프로그램 자체보다, 먹고 자는 데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이유가 있나. 배보다 배꼽이 큰 이런 사업을 꼭 해야 하나. 어차피 편성된 예산이니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05년 지원사업 계획 중 '언론학교 운영' 계획.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05년 지원사업 계획 중 '언론학교 운영' 계획. ⓒ 김주완
방학도 아닌 학기 중에, 생활권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이런 강의에 학생들이 모일 리가 없다. 책상머리에서 이런 계획을 짠 사람도 그걸 예견하여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기라도 하면 놀러오는 기분으로라도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더 기가 찬다. 언론재단이라면 나랏돈을 이렇게 막 써도 되나.

하도 답답하여 언론재단의 담당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서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대구나 경북이나 부산이나 경남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지역에 사는 사람 처지에서 경북과 경남은 강원도와 경기도의 차이와 거리감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굳이 합숙할 필요 없이 10월부터 11월까지 주 2~3회씩 평일 저녁을 잡아 광역지자체별로 진행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훨씬 알차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나름대로 납득은 하면서도 이미 공지된 계획이라 경남만 특별히 그렇게 하도록 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며 난감해했다.

국민 혈세 이렇게 써도 되나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신문특별법의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니까 주변에서 "10억이나 20억 정도 받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1/10 정도밖에 안된다고 대답하면 "애걔~고작 그거야?"하며 실망한다.

하지만 이 법의 원래 취지가 뭉칫돈을 신문사에 던져주는 게 아니다. 그동안 꼭 취재하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못한 일이 있다면 나라에서 지원해줌으로써 지역신문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본래 취지다. 또 공공저널리즘 차원에서 지역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신문사가 앞장서 토론회도 열고 여론조사도 해보고 싶지만 돈이 없어 못해왔다면 그걸 지원해주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지역신문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지, 신문사 사장의 경영부실을 만회해주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지역신문사 사장이나 종사자 가운데 지원기금이 너무 적다거나 실질적으로 경영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온 사람이 있다면 법의 취지부터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사업 중 비현실적이거나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이 뿐만은 아닙니다. 추후에도 지역신문발전법의 올바른 운용을 위해 기회가 되는 대로 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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