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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시인이란 딴 이름이 붙은 김용택 시인이 지난 9월 10일 경남 합천에 와서 합천 지역의 문인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김 시인은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란 주제로, 합천도서관이 주관하고 연화독서회가 후원한 강연의 강사로 합천을 방문한 것입니다.

▲ 김용택 시인
ⓒ 정일관
합천도서관 시청각실에 가득 모인 50여명의 일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강연에서, 김 시인은 털털한 시골 농부와 같은 인상으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마암분교 시절과 현재 덕치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과 만나면서 글쓰기를 가르쳤던 경험을 아주 재미있는 예화를 곁들여 풀어내어 자리를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김 시인은 우선 자신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졸 출신임을 밝히면서 단 한 번도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자연과 농민들의 삶을 통하여 우리가 사는 세계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것을 글로 정리하다 보니 책도 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시인은 아이들에게 글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며, 도리어 공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고 하였죠. 즉, "공부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자연을 자세히 바라보는 것이며, 없는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아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는 황우석 박사도 어릴 때부터 소 먹이는 일을 많이 하면서 소와 친해져서 소를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수의학과로 진학해 오늘날 세계적인 과학자가 된 것이며, 에디슨 역시 창조한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일 뿐이라는 예를 들어 설명하였습니다.

▲ 경남 합천을 방문하여 강연하고 있는 김용택 시인
ⓒ 정일관
그래서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세상을 자세히 보는 눈을 기르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모든 삶이란 "보고,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표현하는 것"이라는 범주에 다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글쓰기란 그런 과정을 통하여 자연히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김 시인은 그래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관찰하도록 하는 숙제를 내 준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각각의 아이들에게 각각의 '나무'를 지정해 주고는 늘 관찰하게 하고, 또한 그 '나무'가 어떠한가를 묻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늘 물어 보면 답을 해야 하니까, 자기 '엄마'는 보지 않아도 자기 '나무'는 꼭 보고 온다고 하여 모두 웃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는 "느티나무 아래는 늘 할아버지가 계시고, 그 앞엔 시냇물은 흐르고, 또 그 앞엔 들판이 있고, 들판에는 농부들이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표현할 줄 아는 힘을 기르게 한다고 했습니다.

▲ 강연 후 자필 서명한 책을 나누고 있다
ⓒ 정일관
특히 김 시인은 자신이 걸어온 삶을 진솔하게 얘기해 공감을 자아내었습니다. 시인은 21살에 산골 오지의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읽은 러시아 문학으로 인해 삶과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 때부터 다양한 독서를 통해 인생의 재미를 느꼈고, 쌓인 책을 보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사는 삶을 글로 썼는데, 어느 날 김 시인은 자신의 글을 보고 감동하였다고 하였죠. 이를 통해 "모든 삶은 자기 감동이구나!"하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서 김 시인은 자신은 3가지의 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 첫째가 늘 농사 짓는 사람 곁에서 살았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농부들은 참 지혜로운 사람이고, 배우지 않아도 세상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며, 그것은 인격이 곧 일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더구나 농부들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봄에 씨를 뿌려 가을까지 기다리는 느리고 더딘 농부들, 오래 기다려 생명을 살리는 곡식을 가구는 농부들 곁에서 살아온 것이 큰 복이라는 것입니다.

▲ 합천고등학교 교사, 학생과 더불어
ⓒ 정일관
둘째는 아이들 곁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생동감 넘치고 다분히 충동적인 아이들로부터 "진실하게 살아라!"는 가르침을 받았고, 이 아이들로 인해 인생을 살아갈 가치를 배운 것이 또한 큰 복이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지 않거나 반성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교육자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세 번째 복은 바로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복이 가장 큰 것이라며, 문학과 예술을 통하여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속에서 감동할 수 있었고, 삶의 의미를 깨달았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 합천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 정일관
끝으로 김 시인은 청중들에게 자연과 가까이 하라고 당부하였습니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원천도 자연 속에서 살기 때문인데, 요즘 아이들은 논과 밭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를 모르고, 담배와 배추, 파와 마늘을 구별할 줄 모른다고 개탄했습니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그 자연과 나의 관계를 늘 생각하게 하여 아이들이 논리 능력을 기를 수 있음을 강조하였죠.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늘 정리해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자면서,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지 않은 사람보다 훌륭한 면모가 확연히 남다른데, 이 땅에 주부는 많지만 주부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드물다며,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일기를 쓰고 동시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시인은 강연이 끝나고 자필 서명한 책을 나누어 주고, 합천 문학회, 연화독서회 회원, 그리고 합천고등학교를 비롯한 합천 지역 학생들과도 기념 촬영을 하였습니다.

▲ 필자와도 만났습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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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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