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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여유있는 삶을 말하는 김용택 시인
느림과 여유있는 삶을 말하는 김용택 시인 ⓒ 엄선주
1. 바라보는 법을 먼저 가르쳐라

글쓰기는 논리의 표현이며 이는 철학적 사고를 말하므로 글쓰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바라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

우리의 삶, 즉 사물이나 현상 등을 찬찬히, 자세히, 느긋하고 섬세하게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바로 글쓰기가 시작된다. 삶을 바라보는 법을 알게 되면, (관계를) 생각하게 되고, 이를 정리한 것이 바로 글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글쓰기는 특히 더 그러하다. 컴퓨터와 TV 등 빠른 시청각에 물들어 있는 요즘 아이들은 더욱 바라볼 줄을 모른다.

예컨대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나무를 정해오게 한 후 그 나무에 대해 매일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으면 아이들은 그 나무를 관찰하는 습관을 갖게 될 것이다. 오랜 기간이 흐른 후 본 것을 글로 써보게 하자.

다음은 한 아이의 글이다.

우리 동네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느티나무 앞에는 시냇물이 흐른다.
시냇물 건너에는 들판이 있다.
들판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일을 한다.
- '느티나무'


'나무'라는 하나의 사물을 오랫동안 찬찬히 관찰함으로써 그 주변의 세상을 종합해서 바라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2. 아이들의 글을 어른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라

어른들은 흔히 은유적인 표현, 감각적인 단어선택 등으로 세련된 글을 '잘 썼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어른 흉내내는 글은 절대 논리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글이다.

예를 들어 '나무는 요술쟁이 / 철마다 색깔 옷을 갈아 입으니까' 등의 글은 단지 어른의 입맛에 맞도록 포장되어 있을 뿐, 관찰도 생각도 없는 글이다.

한 아이의 글을 보자.

아버지의 일은 회사일이다
회사일은 어렵겠다
일이 꼬이면 풀기가 어려우니까
줄넘기 2개가 꼬이면 풀기 어려운 것하고 회사 일하고 같겠다
- '아버지'


특별한 기교나 예쁜 단어는 없지만 얼마나 논리적이며 아이다운 글인가. 이 또한 '관찰과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훌륭한 글이다.

세상에 발자취를 남긴 훌륭한 위인들, 한마디로 공부를 잘한다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우리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 그 다름이 있을 뿐이다. 황우석 박사는 어려서부터 소를 아주 자세히 오랫동안 들여다봤기에 세계적인 복제기술까지 개발해낸 것이 아닌가.

느림과 양보가 행복의 지름길

끝으로 시인은 느긋하고 섬세하게 삶을 바라보자고 조언했다.

"버스를 탈 때 도착지까지 서서 가리라 마음먹으면 창밖 풍경도 볼 수 있고 앉아 있는 사람, 타는 사람, 내리는 사람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앉아야겠다고 생각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때부터 조바심과 욕심만 생긴다."

느긋하고 찬찬히 그리고 섬세한 눈으로 삶을 바라보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지혜가 생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행복해지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익산내일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카페와 개인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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