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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강경읍사무소에서는 생계비에 불만을 품은 조 모씨가 방화를 해 담당공무원 4명에게 중화상을 입혔다. 불에 탄 강경읍사무소 사회복지업무 상담실 내부
지난 9월 14일 강경읍사무소에서는 생계비에 불만을 품은 조 모씨가 방화를 해 담당공무원 4명에게 중화상을 입혔다. 불에 탄 강경읍사무소 사회복지업무 상담실 내부 ⓒ 전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이 신변에 위험을 느끼며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9월 14일 오후 1시45분경 논산시 강경읍사무소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은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당시 강경읍 서창리에 사는 조모(39)씨가 생계비가 적다는 불만을 갖고 강경읍사무소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곳에 찾아와 시너를 뿌리고 방화하여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4명에게 중화상을 입혔다.

이 사건으로 28일 현재 이봉우(52), 허인강(34), 김윤희(여·34), 최영숙(여·38) 등이 서울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허인강씨는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어 위독한 상황이다.

사건당시의 상황에 대해 지난 22일 치료를 받고 있는 강경읍사무소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을 만나고 온 김명중(여·41·논산시청 사회복지과)씨는 "14일 오후 1시45분경 조씨가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시너를 사무실 여기저기에 뿌렸고, 최영숙씨가 조씨의 팔을 잡고 말리는 순간 조씨가 라이터를 켜서 발화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영숙씨의 말에 의하면,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라서 미처 대응할 겨를 없이 온몸에 불길이 번졌고, 눈을 뜰 수가 없었으며, 동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사무실은 지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일으킨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조씨는 수년 전 부인이 가출했으며 현재 아들 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지난 2001년부터 알코올중독으로 치료를 받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강경읍사무소 사회복지담당공무원에게 생계비를 올려달라고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이날 시너 6.5ℓ를 사들고 읍사무소에 들어가 사고를 저질렀다.

이번이 처음 아니다

강경읍사무소 방화사건을 일으킨 후 자신도 화상을 입은 조모씨
강경읍사무소 방화사건을 일으킨 후 자신도 화상을 입은 조모씨 ⓒ 전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이 사건과 같이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의 근무현장에서는 신변에 위협을 받는 경우가 수없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또다른 피해가 예상된다.

경기도 평택시에 근무하고 있는 전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 정문호씨에 의하면, 전국 곳곳에서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이 당하는 신체적·정신적인 피해가 위험수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정 회장이 밝힌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의 피해사례들이다.

▲2005년 8월 30일경 한 민원인이 인천계양구 효성2동사무소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임신중인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죽이겠다고 협박 ▲2005년 9월 14일 인천 남구 주안8동사무소에서 민원인이 연필통을 여성 사회복지담당공무원에게 집어던져 머리를 다치게 함 ▲2003년 6월 12일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한 정신질환자로부터 대낮에 폭행을 당해 입원

이밖에도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은 민원인들로부터 폭언, 폭행, 위협, 협박 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정 회장은 "강경읍사무소 방화사건 이후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고, '제2의 강경읍사무소 사건'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9월 15일 제주도에 있는 한 동사무소에서도 생활보호대상자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 하는 순간 직원들의 제지로 방화가 실패한 사건이 있었다"며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의 신변안전에 대처하지 않으면 또다른 인명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절대빈곤계층을 상대한다는 것

논산시 연무읍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민경일 씨가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해 실태를 살피고 있다.
논산시 연무읍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민경일 씨가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해 실태를 살피고 있다. ⓒ 윤형권
정부는 저소득 절대적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업무를 위해 1987년도부터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을 채용하여 읍면동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읍면동에 약 7300여명이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무의탁노인, 알코올중독자 등 절대빈곤계층들에게 최저생계비지급, 장애수당지급, 경로수당지급, 생활상담, 장제비지급, 학자금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 절대빈곤계층은 더이상 추락할 것이 없는 상태로 사회나 정부 등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이들의 불만과 불평을 들어주기도 하며 때로는 협박과 폭언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논산시 연무읍에서 15년 전부터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민경일(44)씨는 "사회복지 수급자 대부분은 문제가 없지만, 이들로부터 간혹 폭언과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며 "이럴 땐 현장업무가 아닌 다른 사회복지업무부서로 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사회복지업무 최일선 종사자들의 고충을 말했다.

민씨는 "한 사회복지수급대상자가 건물 옥상에서 상담을 하자고 해 올라갔는데, 이 사람이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을 겨우 말렸다"며 "그러자 이 사람이 오히려 제가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리려 했다고 뒤집어씌우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너는 자식이 없냐?'며 저주하는 말을 듣는다거나 '자식이 온전할 줄 아냐? 밤길 조심해라'는 협박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 1명당 3900명 담당

고충은 또 있다. 날로 늘어나는 사회복지수급자에 비해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들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조금영(여·40)씨는 논산시 연산면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맡고 있는데, 연산면 인구 7800여명 중에 사회복지수급자가 270여 가구, 장애인 600여명, 경로연금자 250여명, 보육료감면대상이 100여 가구나 된다. 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단 2명. 수급신청자에 대한 가구방문조사, 수급자 정기조사 등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인력의 문제로 업무를 제대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문호 회장은 "한국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 1인당 사회복지대상인구는 3900명인데 비해 사회복지가 발달한 선진국인 일본 2천명, 영국 280여명, 호주가 800여명"이라며 "한국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힘없는 약자들의 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담당자들. 이들은 사회복지업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전국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일터에는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 사기도 땅에 떨어져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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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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