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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농업만이 우리 농업의 살 길'이라 단언하는 김성훈 명예대회장
'생명농업만이 우리 농업의 살 길'이라 단언하는 김성훈 명예대회장 ⓒ 강상헌
제4회 대한민국농업박람회(전남 나주 전라남도농업기술원, 10월 26~30일)의 명예대회장으로 추대된 김성훈 교수(상지대총장·전 농림부장관)는 “전라남도의 농업이 한국, 나아가 세계 농업의 본거지가 되어야 한다는 의욕으로 귀한 자리를 맡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박람회에 터를 잡고 불을 지피고 있는 박준영 전남도지사, 류인섭 전남농업기술원장 등의 ‘유별난 욕심’ 때문에 회장 자리를 사양할 수도 없었다고.

“결과적으로 자연과 이웃을 약탈하는 ‘예전의 농업’이 아닌, 생명의 가치를 보듬는 ‘사랑의 친환경농업’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 지역에서, 전 세계에 던질 메시지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심정입니다. 자리를 수락한 이상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야지요.”

지난 14일 상지대총장실에서 만난 김 명예대회장은 전남 농업의 앞날에 대해 여러 경로로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친환경농업 전도사’를 자임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우리 농업과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미국의 경제봉쇄로 굶어 죽을 줄만 알았던 쿠바가 전 국가적인 생명농업의 성과로 몇 해 전부터 인류의 새로운 횃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우주적인 생각의 틀’로 해석해야 합니다. 생명의 이치가 막히지 않도록 ‘착한 농업’을 심으면 아파하던 지구가 제 기능을 회복한다는 간결한 이야기지요. 면적기준으로 친환경농업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고 있는 전남의 상황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 현실적으로 과욕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습디다. 이 지역 농업의 취약한 현실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지요
“동북아에서 생명산업으로서의 전남 농업의 입지를 선점하겠다는 박준영 지사님의 결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호주 등의 농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농업을 위해 아껴져왔던 이 천혜의 땅도 황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전남도 관계자도 농가도 모두 벤처기업을 운영하듯 전력투구하면 가격이나 품질, 물량 등 어떤 측면의 도전도 능히 극복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하고요.”

- 학문으로, 실물로 우리 농업을 체득한 전문가로서 우리 농업의 ‘탈출구’를 어떻게 가늠하시는지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우 희망적으로 봅니다. 우리에게는 농심(農心)이라는 매우 큰 재산이 있습니다. 다산(茶山) 선생 말씀의 ‘하늘의 뜻’과 바로 통하는 우리 사회와 농업의 귀한 전통이지요. ‘인심’이나 ‘덕(德)’과도 다르지 않은 이 지혜가 우리 농업에 그대로 배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전통은 ‘내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것만 낸다’는 친환경농업이 기능하게 하는 굳건한 토대입니다. 사랑이 배인 농산물로 인류 모두에게 감동을 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 중금속 덩이, 농약 범벅, 유전자 조작, 이물질 삽입, 가짜 등이 횡행하는 국제농산물시장의 상황은 자못 폭력적이기까지 합니다. 우리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제 소비자인 시민들이 엄정한 주권을 행사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농민이 만든 우리 농산물을 ‘뭔가 베풀 듯’ 사주는 것은 이미 시대에 뒤진 마음입니다. 콩나물 하나를 사더라도 무엇이 내 몸에 이로운 것인지, 또 나의 이런 결정이 우리 농업, 우리 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영향이 미래에 또 나에게 어떻게 되돌아오는지 등을 골똘히 밞아서 지갑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사는 연대의식도 여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싼 게 비지떡’이란 옛 말이 의미하는 바를 새롭게 생각해야 하지요.”

- 박람회와 같은 행사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우리 대한민국농업박람회는 전시장이라기보다는 현장입니다. 생명현상이 벌어지는 바로 그 들판에서 그 소쇄한 생명의 기운을 흠뻑 쬐며 농업의 많은 면모를 경험하는 것은, 나를 우주의 기운과 통하게 하는 귀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 농업에 관한 지식이 많아지고, 우리 농업의 발달상에 관한 정보가 풍부하면 내 몸과 우리 사회를 위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토대가 튼튼해질 것입니다. 특히 내일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자랑찬 우리 박람회를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 농업이 사양 산업이어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농업이 가지는 첨단산업으로서의 소질은 실은 반도체나 자동차보다 더 크지요.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누가 무엇을 넣어 어떻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고, 모양만 보고 먹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미국 등 잘 사는 나라들이 자기네들만 잘 살자고 강권하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뿌리 깊은 농업, 자존심 높은 농사, 사랑 배인 농심이 빚어내는 열매가 귀하게 대접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IT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는 방안도 우리 농업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되어야 합니다. 왜 보석을 유리조각과 바꾸려 하지요?”

- 농촌의 농촌다움(어메니티)을 살리는 것이 농촌을 잘 살게 하는 방안이라고 농림부 장관 시절부터 자주 말씀하셨지요?
“우리 농촌과 농업과 농민은 도시의 친구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텃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두들 아시지 않습니까? 들과 산, 강과 바다, 논과 밭, 외양간,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눈물겹도록 자애로우신 할머니 할아버지, 이런 요소들이 가지는 가치는 인위적인 놀이공원과 견줄 수 없는 것이지요. 다만 이런 요소들을 잘 다듬는 일이 열쇠지요. 정부도, 소비자단체도, 학계도 다 열심히 궁리하여 방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먼저 나서주셔야지요. 농촌은 우리 모두의 고향입니다. 마음을 기댈 언덕이지요.”

- 이 박람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실 요량이십니까?
“생산기지로만 농촌과 농업을 파악하는 낡고 우둔한 생각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농업인들이 힘을 모아 스스로의 값어치를 높이는 자조 자립의 마당인 대한민국농업박람회는 휴양산업으로서의 농촌의 기틀을 잡고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또 가공업과 유통업의 주역으로서의 농업인을 소비대중에게 새로 알리는 계기가 되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의미 깊고 재미있게 박람회가 치러져 각지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이 기뻐하시도록 마음을 쓰는 일입니다. 저도 그날 나주의 전남농업기술원 앞마당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 쓴 이는 <생명시대신문> 발행인이며, 대한민국농업박람회 자문위원입니다.
* 이 글은 녹색언론 <생명시대신문>(http://www.lifereport.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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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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