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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 <2030년 미래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앞표지
ⓒ 김영사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2030년쯤에는 이것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텔레파시(그리스어로 '먼 거리'와 '느낌'을 뜻하는 단어) 장치를 통해서다.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고 상대방과 대화를 해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게 현실 상황이다. 그러나 2030년쯤에는 무선 텔레파시 장치를 통하여 마음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부작용이 클 것만 같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지우개로 지워버려야 할 만한 옛말이 되겠지만, 텔레파시를 가동시킨 후 엉뚱한 생각을 할 경우가 문제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찰나에 5만 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속내와는 다른 엉뚱한 생각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생각이 도청되면 사생활이 심각하게 노출되는 병폐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사람의 마음을 읽어서 스스로 작동하는 지능형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즉 BCI(Brain-Computer Interface)는 작가와 장애자에게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다. 장애자는 BCI 덕분에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으며, BCI를 이용한 작가의 책이 벌써부터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그런 작가가 되어야 옳을까? 생각을 컴퓨터에 전해주어 소설책을 펴내는 것보다는 생각을 직접 키보드로 두들기고 고쳐가며 고행(苦行) 끝에 탈고해야 제대로 된 소설이 나오지 않겠는가. 단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고 BCI가 만능은 아닐 터.

BCI 같은 첨단과학으로 살아가는 미래 세상 이야기는 <2030년 미래한국에서는 어떤 일이?>(2005년 8월 29일 김영사 펴냄)에 나와 있다. '2030년, 길동씨 가족이 보낸 12일'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한국의 과학자 5400여 명이 예측한 미래한국의 시나리오다.

프랑스 페르피낭 대학원에서 카오스 이론에 의한 유체 이동 연구로 과학국가 박사 학위를 받고 '역피라미드 공법' 등으로 20여개 국가에서 특허권을 따낸 이종호씨가 이해하기 쉬운 글로 엮어냈다. 발명과 글쓰기를 같은 맥락으로 보는 이씨는 자신의 과학적 지식에 상상력을 더하여 <피라미드>(전12권) 등의 소설을 써내기도 했다.

<2030년 미래한국에서는 어떤 일이?>는 모두 12장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유비쿼터스로 생활이 바뀐다', '잡일은 로봇이 해결한다', '안전하고 더 빠른 교통이 지배한다', '학교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노는 곳', '100살까지 무병으로 산다', '장애자라는 단어가 사라진다', '담배꽁초 버린 범인도 찾아낸다', '달로 가는 허니문', '화성에서 복덕방 차린다' 등 제목 하나하나가 '이상향(理想鄕)'의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국도 자원부국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동해에 매장된 메탄하이드레이트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 때문. 이것은 대체에너지로서 국내 에너지의 10%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세계 도처에서는 한꺼번에 수많은 인명(人命)을 앗아가는 대재앙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빈민국인 파키스탄뿐만이 아니라 과학 대국인 미국에서도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다고들 말한다. 정말 불확실하기 짝이 없다. 언제 어디서 대지진이나 대해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고, 또 대형 테러가 발생하거나 전쟁이 터질지 알 길이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잘 점쳐놓은 미래 세계의 가상 시나리오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30년쯤에는 첨단과학이 자연재앙을 막아내며 인명 피해를 줄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린다.

<2030년 미래한국에서는 어떤 일이?>는 올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쓴 것이므로 믿을 만한 미래예측서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미래의 25년 동안에 얼마나 빠르게 변화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과학자들이 지적했다고 한다. 나노기술, 생명공학, 정보화기술, 인지과학의 융합화로 인한 시너지화는 개인과 집단의 성과를 극적으로 증대시키고 인류 문명에 대한 지원 시스템을 급격히 향상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만화가 이우일씨의 유쾌한 삽화가 글의 이해를 십분 도와주고 있다. 길동씨 가족의 12일 생활에 독자가 동참하여 인류의 미래를 미리 살아보는 재미를 주는 것이 이 책의 탁월한 매력이다. 또한 어른이 보아도 좋고 어린이가 보아도 좋게 편집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온가족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자녀가 낭독해 읽으면 좋을 듯.

2030년 미래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 한국의 과학자 5400여 명이 예측한 미래한국의 시나리오

이종호 지음, 이우일 그림, 김영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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