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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조항을 삭제한 형법 일부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때 제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부부가 이혼할 경우 각 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부여되고, 자녀에 대한 친권도 동등하게 인정되는 등 사회적 여건이 변했다는 것이 법안발의 의사를 밝힌 국회의원의 주장입니다.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관점입니다.

간통죄폐지 여부에 대한 찬반 대립은 매우 첨예합니다. 해묵은 논쟁거리라 논거도 넘쳐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도 세 차례나 있었습니다. 그 만큼 위헌을 다툰 일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세 번 모두 주문은 합헌이었지만 보충의견 혹은 반대의견이 있었고, 가장 최근에 내린 2001년 결정에서는 '앞으로 간통죄의 폐지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미묘한 입장 변화를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위헌여부와 관련해 소가 제기되면서 헌법재판소에서 논박이 정리되기는 했지만, 사안의 성격상 법정이 가장 좋은 공론장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시민사회와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유연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더 나은 모색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유사한 입장을 결정문에 담았습니다.

"다만 입법자로서는, 첫째 기본적으로 개인 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으며, 둘째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고, 셋째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넷째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 취소되어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섯째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형벌의 억지효나 재사회화의 효과는 거의 없고, 여섯째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점 등과 관련, 우리의 법의식의 흐름과의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앞으로 간통죄의 폐지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2001.10.25. 형법 제241조 위헌소원사건에서)

종국적으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위와 같은 단서를 붙인 것입니다. 이런 문구를 볼 때, 헌법재판소가 이미 합헌으로 판단한 사안을 왜 다시 들고 나오느냐고 토를 다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반대입니다.

재판관 사이에서 의견일치를 보았던 사안도 아닙니다. 간통죄가 처음 문제됐던 1990년 결정에서는 3인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병채, 이시윤 재판관의 의견은 다소 절충적인 태도로 타협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간통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 자체가 합헌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징역형 이외 달리 선택의 여지를 없게 한 응보적 대응의 형벌제도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현행 형법 제241조에서 간통죄에 대해 징역형만을 둔 것은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처벌로서 기본권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간통죄를 통하여 보호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1990. 9. 10 형법 제241조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한병채, 이시윤의 반대의견)

벌금형 없이 징역형에만 처하도록 한 처벌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점진적인 타협을 추구하는 측에서 참조할 만한 견해입니다. 찬반이 극심한 쟁점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태도가 빛을 발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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