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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경화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중국산 납 김치의 위해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돼 기생충 알 문제로 비화된 김치파동을 보며 도대체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과 정부당국은 무슨 생각으로 국정을 논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또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글로벌 경제경쟁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 싸움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가위상과 김치 수출은 물론 우리 상품에 대한 대외 신인도 하락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 건강하게 살아야 함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과 소위 튀는 의정활동을 기대하고 현실을 외면한 채 건강에 거의 문제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 마치 국민들의 건강이 당장이라도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대정부 질문을 하고 언론은 국민 건강에 대한 이상 유무를 면밀히 검토해 따지지도 않고 터뜨려 국민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몰고 가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위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간 우리는 중국산 고춧가루와 중국산 수산물에서 이물질과 중금속이 검출돼 많은 피해를 봤다. 또 국내 일부 악덕 식품제조업자와 유통업자들의 상혼에 분노하고 이래서는 절대 안 된다며 식품 안전에 대한 기준을 강화 할 것을 요구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때로는 언론이 식품에 대한 안전성과는 동떨어지게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보도로 죄 없는 식품제조업자들과 유통업자들을 하루아침에 망하게 함은 물론 자살까지 하게 하는 사태를 야기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당국 역시 차분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나 여론에 휘둘리며 우왕좌왕하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이번에 터진 김치파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거의 모든 농·수·축·산물에는 납을 비롯한 중금속이 함유되어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농산물의 경우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납과 중금속 잔량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과정에서는 물론 유통과정에서 부패를 막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기생충 역시 가축이나 사람의 배설물을 이용한 유기농 퇴비를 사용할 때 반드시 검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추가 재배된 토양을 검사하겠다는 당국의 발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외국의 경우에도 유기농으로 생산한 농산물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어쨌든 건강에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기생충 알 김치파동은 몇 가지 심각한 사태를 유발하였다.

첫째, 우리 민족 최고의 식품으로 밥상을 지켜온 김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둘째, 전략 수출품이 되었던 김치 수출이 둔화되고 한국의 김치를 흉내 내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자 했던 일본의 기무치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수 십년간 온갖 열악한 자금난과 환경 속에서도 김치에 대한 연구와 상품화에 성공하여 건실한 중소기업이 된 업체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그 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어 실업의 그늘에 나 앉게 되었다. 주변 상가들 역시 썰렁해지고 있다.

넷째, 정직하고 성실하게 높은 기업윤리로 성장하고 있는 지방기업의 싹을 잘라 지방재정이 악화하고 기업의 지원을 받아온 복지단체나 시설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다섯째, 직접적으로 김치를 생산하지 않지만 김치를 재료로 식품접객업을 하는 음식점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가뜩이나 장사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며 한숨만 늘어가는 터에 위해성 여부를 떠나 손님이 뚝 끊긴 상태라니 영세업소의 생존권이 위협당하는 상태다.

여섯째, 한국 상품에 대한 대외적 신뢰 상실이다. 단순 제품만 수출하던 우리가 이제 반도체와 자동차, 통신제품 등 기술 집약적 수출국으로 우뚝 섰는데 이번 사건으로 상표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까지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정치권은 입만 열면 서민 경제 살리기, 경제 올인, 일자리 창출, 경제회생을 외치고 선거 때만 되면 제래 시장을 돌며 장사가 안 돼 얼마나 힘들겠느냐, 우리에게 맡겨 주면 해결하겠다는 말로 표를 얻고자 한다.

그러나 이번 기생충김치 사건을 통해 이들의 숨겨진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서민들의 삶과는 무관한 감언이설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김치 파동으로 득을 본 쪽은 과연 누구이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누구인지 자성해야한다.

유명 대기업 김치 재조업체로 이들 업체는 이상하리만치 이번 검사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 앞서 지적했듯 우리 김치와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던 일본의 기무치 업체 와 우리나라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수출 경쟁국들이 이득을 볼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초점을 받아 인지도를 한껏 높인 한나라당 고경화 국회의원도 득을 봤다면 봤을 것이다. 그들의 웃는 웃음 뒤로 수많은 사람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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