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청소년 문학 작가들이 동성애를 주제로 써낸 단편을 모은 <앰 아이 블루? Am I Blue? Coming Out From the Silence>(메리언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조응주 옮김·낭기열라 펴냄)는 그런 점에서 꽤 괜찮은 텍스트다. <앰 아이 블루?>에 실린 13편의 글은 동성애라는 동일한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앰 아이 블루?'(브루스 코빌)는 동성애자라면 한번쯤 떠올려봤을 법한 상상-모든 동성애자들이 파란 빛깔로 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관한 동화다. "게이들의 세 번째 판타지"가 전국적으로 실현되자 "공포에 질린 사람부터 이성을 잃은 채 현실을 부인하는 사람,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춤을 추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반응도 천차만별이었다. 공영 라디오 방송국은 재빨리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다음날 사람들이 출근하면 직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토론을 벌였다".
나에게도 요정(fairy) 대부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면 어떤 걸 빌까 떠올려보는 사이 커밍아웃을 둘러싼 다양한 경험과 감정들-두려움과 혼란, 불안과 설레임-이 펼쳐진다. 남자친구의 커밍아웃으로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그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위니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그냥 우리 사이가 조금 달라진 것뿐"이라고 말하는 의젓한 토미('위니와 토미', 프란체스카 리아 블록)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만큼 예쁘고, 자신에게 거리를 두려는 친구를 보며 "우리가 할 일은 힘과 용기와 참을성을 기르는 거"라고 중얼거리는 잭시나('조금씩 멀어지는', 재클린 우드슨)에게는 지지와 격려를,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캐런('학부모의 밤', 낸시 가든)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가 하면 "레즈비언은 입도 걸고 무뚝뚝해 보이고 험상궂은 얼굴에 머리는 짧게 깎고 가죽 점퍼만 입는 줄 알았"다는 테리('달리기', 엘렌 하워드), 어느 월요일 본능처럼 "온몸에 퍼지는 불안한 열기"를 감지하는 데이비드('7월의 세 월요일', 제임스 크로스 기블린)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땅굴 속에서'(윌리엄 슬리터)의 베이와 '나'의 이야기는 역사 속 어느 곳에서나 동성애자들은 '존재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킨다.
<앰 아이 블루?>는 성 소수자를 그리는 흔한 방식-선정적이거나 선동적이거나-을 사용하지 않는다. 따뜻한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낼 뿐이다. 그러면서 '단조로운' 일상의 결마다 스며들어 있는 치열함과 절박함을 모른 척 하지 않는다. 그것이 <앰 아이 블루?>의 장점이자 미덕이다.
출판사인 낭기열라는 책의 판매액 중 1%는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에 기부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