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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 김준
"섬에 사는 어떤 주민이 일 년 내내 농사지어 계산하고 나니까 5만원이 남드라는 겁니다. 새벽부터 한 눈 팔지 않고 농사 지은 대가치고는 기가 막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쪽에 쑤셔 놓았던 낚싯대를 들고 마을 앞 작은 짝지로 낚시질을 갔습니다. 화도 삭히고 기분전환도 할 겸 말입니다. 그런데 그 날 용왕님의 도움인지 조상님의 도움인지 20kg짜리 광어를 건져 올렸습니다. 그게 횟집에 20만원인가에 팔렸답니다. 홧김에 한 낚시질이 일 년 농사소득의 몇 배가 더 된 셈이지요."

어제 서울에서는 쌀협상 비준안 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 농민들 일 년 농사를 계산해보면 남는다는 사람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자신들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말입니다. 지난 UR 협상 당시 농특세 42조에 15조까지 더해져 천문학적 자금이 농촌에 깔렸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업농 지원자금, 영농후계자 지원금 모두 빚으로 남았습니다. 시설원예한다고, 축산한다고, 특용작물 한다고 지원해준 자금도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습니다. 정부에서 적극 권장한 것 들입니다. 농민들의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어서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정책실패'라는 겁니다.

지난달 신안 어느 섬에서 소금농사를 짓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도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기계는 대부분 갖추고 70여 마지기의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남는지 계산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한 두 해 적자를 봐야 계산도 해보고 만회할 방법도 고민해 보는데,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논바닥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합니다. 다행인지 1만 여 평 정도 염전을 가지고 있어 입에 풀칠을 한다고 합니다.

ⓒ 김준
그런데 몇 년 전까지 정부에서 중국산 소금수입에 대비해 소금의 과잉생산을 막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염전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당시 국가(산자부)는 소금 수입부담금으로 마련한 기금을 지원해주면 폐전을 독려하고, 새우양식을 비롯해 전환을 할 경우 다시 전환지원금을 주었습니다. 소금농사가 대부분 소규모(1만 평 내외)의 가족 노동력에 의존하는 고령의 영세농어민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대부분 폐전만 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폐전을 하지 않고 작은 규모로 소금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은 농사짓는 틈틈이 소금농사로 벌이가 괜찮습니다. 이게 어디 염전만 그러겠습니까. 소파동, 고추파동, 시설원예, 과수 등 정부에서 권장하는 것들을 따라하다 망한 사람들이 농어촌에 가면 많습니다.

ⓒ 김준
새벽이 되자 어민들이, 섬사람들이 손수레를 끌고 뻘 밭으로 들어갑니다. 굴을 까기 위해서랍니다. 이 섬의 굴은 모두 자연산이랍니다. 겨울철 '잠깐벌이'지만 하루에 4~5만원은 거뜬합니다. 김제양반 다시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손수레만 가지고 들어가도 잠깐 동안 수 만원을 버는데, 트랙터로 종일 일해도 기름값 안 나오는 일 더 이상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농부들이 땅 가꾸듯 어장들 가꾸었으면 마을어장만 가지고도 먹고 사는데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이라며 어민들의 안일함도 지적합니다. 농부들처럼 거름을 주고 농약을 해 풀을 매줘 가만히 놔두고 때만 되면 들어가 수확을 하는 것이 부럽다며 말이죠.

어찌 어민들이라고 할 말이 없겠습니까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갯벌에 들어가 그릇에 가득 굴을 담아오는 어민을 보며 김제양반 한마디 합니다.

"나도 어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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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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