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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 장은리로 가는 길에 방조제 준공탑이 있습니다. 홍성과 보령의 경계지점에서 가까운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가 아름답습니다.
천북 장은리로 가는 길에 방조제 준공탑이 있습니다. 홍성과 보령의 경계지점에서 가까운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가 아름답습니다. ⓒ 구동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약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봄철 사흘 정도만 맛볼 수 있다는 옻 순이 그렇고, 맛있는 생선이지만 독이 워낙 강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요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복어도 그런 음식이 아니던가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서해안에서도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해야 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보령 천북에서 맛볼 수 있는 굴이 바로 그것입니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늦가을부터 만날 수 있는 굴구이는, 여름이 지나고 찾아온 맛의 진객 전어와 대하에 이어 늦가을의 가을을 맛있게 만드는 서해안의 귀한 손님입니다. 굴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 분들도 있겠군요.

싱싱한 생굴에 초장을 듬뿍 찍어 입안에 넣을 때의 그 신선한 맛을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 테고, 무생채나 배추 겉절이에 들어 있는 굴을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아니면 바다 내음이 향긋하게 풍기는 굴밥이나 구수한 굴 칼국수가 떠오르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방조제 준공을 기념해 세워 둔 탑입니다.
방조제 준공을 기념해 세워 둔 탑입니다. ⓒ 구동관
그러고 보니 굴로 정말 많은 음식을 만드는 셈인데…. 저는 그 많은 굴 음식들 중에 굴구이가 먼저 떠오릅니다. 손바닥만큼 커다란 굴을 숯탄이나 가스 불에 올려놓아 익혀 먹는 굴 구이는, 향긋한 굴 향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구수한 굴을 즐길 수 있는 멋진 방법이지요. 그런데, 그 굴 구이를 먹을 때는 작은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하기도 해야 합니다.

굴이 익을 때 껍질을 조금 까지 않고 불에 올려 두면 밤처럼, '펑'하고 소리를 내기도 하거든요. 맛에 취해 굴 먹는 것에만 신경을 쓸 때 커다란 소리가 나면 정말 깜짝 놀라게 되지요. 하지만 그런 작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늦가을에는 그곳을 꼭 찾습니다. 물론,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바로 앞쪽의 바다가 천수만 입니다. 멀리 보이는 땅은 안면도랍니다.
바로 앞쪽의 바다가 천수만 입니다. 멀리 보이는 땅은 안면도랍니다. ⓒ 구동관
지난 주 직장 동료들과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의 굴구이 집을 찾았습니다. 해질 무렵이라서 우선 방조제 준공탑을 먼저 들렀습니다. 천수만의 잔잔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 뒤쪽의 육지는 안면도입니다. 해는 이미 안면도 넘어 숨어 버렸고, 해가 진 하늘의 불은 석양의 잔재가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준공탑에서 바라보면 천북 장은리가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풍경이 너무 좋은 곳입니다. 한쪽에는 작은 호수, 다른 쪽으로는 넓은 바다가 펼쳐진 그곳에 대략 50여 곳의 굴구이 집이 어깨동무를 하듯 한 줄로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준공탑에서 내려와 장은리로 갔습니다. 그동안 다녔던 단골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곳이니 단골집이라는 말을 쓰기가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어떻든 5년쯤 그 집으로만 발길을 하고 있으니 단골집은 틀림없습니다.

굴 구이로 팔릴 굴들입니다.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랍니다.
굴 구이로 팔릴 굴들입니다.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랍니다. ⓒ 구동관
굴 한 '다라이'에 2만5천원. 지난해와 같은 가격이었습니다. 그 가격이면 3명 정도가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소주 한두 병의 안주로도 적당한 양이지요. 먹다가 양이 부족하다면 반 다라이 추가해서 배불리 먹을 수도 있지만, 추가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손님들의 눈치를 보고 적당히 덤을 주기도 합니다.

주문을 받은 주인아주머니가 장갑 세 개, 집게 두 개, 그리고 초장과 마늘을 먼저 가져다 놓았습니다. 잠시 후 싱싱한 굴 한 다라이를 가져와 불에 얹었습니다. "자연산이라 더 튈 거유" 굴을 불에 얹으며 아주머니께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우리 일행들은 뒤로 조금 더 물러서 앉았습니다. 미리 조심하는 게 제일이지요. 앞치마도 하나씩 둘렀습니다.

굴구이를 주문하면 굴 한 다라이에 마늘, 고추와 초장만이 나옵니다.
굴구이를 주문하면 굴 한 다라이에 마늘, 고추와 초장만이 나옵니다. ⓒ 구동관
굴이 익어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주머니께서 예전 굴구이 먹던 풍경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장은리는 원래 굴 생산이 많던 곳이랍니다. 굴 따는 일은 대부분 아낙들의 일거리였습니다. 그 아낙들이 겨울에 주로 수확을 하다보니 추위 때문에 고생이 많았답니다. 일을 하면서 춥고, 배가 고플 때 모닥불을 피워 불을 쬐며 굴을 구워 먹다보니 맛이 좋았답니다. 그래서 그 굴을 상업적으로 파는 것이 시작된 것이랍니다. 생각보다 사연이 많은 굴구이였습니다.

그 사이 굴이 익었습니다. 원래 굴이 익으면 쫙 입을 벌려 '이제 익었으니, 맛있게 드세요.' 그런 신호를 보내줍니다. 적당히 익어 입을 살짝 벌린 그 굴들은 재빨리 먹어야 한답니다. 굴이 익으면서 굴 속에 있던 수분은 맛있는 굴 육즙으로 흘러나오고, 흐물거리던 굴이 탱탱해지지요. 그런 굴을 하나 초장에 찍어 입안에 넣으면 구수하고, 향긋하면서도 씹는 촉감도 부드럽습니다.

뜨거운 불에서 굴이 익어가면, 구수한 냄새로 입안 가득 침이 고입니다.
뜨거운 불에서 굴이 익어가면, 구수한 냄새로 입안 가득 침이 고입니다. ⓒ 구동관
그렇게 불에서 잘 익은 굴들을 맛있게만 먹으면 되는데, 사실 이 부분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답니다. 굴이 익을 때까지는 위험하지 않지만, 익은 굴을 먹는 시기를 놓치면 굴 껍질이 불에 너무 익어 퍽퍽 소리를 내게 되고, 가끔 폭탄이 터지듯 '펑'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이론을 안다고 '퍽, 퍽' 튀는 굴을 말릴 재간이 없습니다. 한꺼번에 불에 올렸으니, 입을 벌리기 시작하는 것도 거의 비슷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한참을 기다려 익은 굴을 찾아내야 하지만, 한번 익기 시작한 굴들은 정신없이 입을 쫙쫙 벌리기 때문입니다. 일행 중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제 입에 넣는 것을 잠시 미루고 입 벌린 굴들을 불 바깥쪽으로 옮겨두는 수고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번 맛본 굴 맛에 그런 정신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서로 제 입에 넣기만 바쁘게 되지요. 더욱이 바다 경치를 이야기 하면서 술 한잔까지 곁들인다면 더욱 그렇지요. 어쩔 수 없이 '퍽, 퍽' 튀는 굴들에 가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굴구이를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배들이 정박한 포구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굴구이를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배들이 정박한 포구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 구동관
하지만 펑 소리도 한두 번 들어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정도 맛있는 것을 먹는다면 저런 '펑, 펑' 소리는 참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쯤이면 굴구이도 거의 떨어지고, 술 한 병도 맛있게 드셨을 시간입니다. 이젠 저녁 식사를 해야겠지요? 그때 준비 되는 것이 굴 칼국수입니다.

칼국수에는 불 위에 올려 구워먹던 굴보다 조금 작은 굴들이 가득합니다. 불 위에 올려두어 한참을 먹었으니, 굴이 질릴 만도 한데, 먹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또 다른 새로운 맛입니다. 잘 익은 배추김치 한 접시도 칼국수에 맛을 더욱 빼어나게 만들어 줍니다. 배추값이 올랐다는 소식을 알고 있기에, 죄송해 하면서 김치 한 접시를 더 부탁했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도 고맙다면 처음 내 올 때보다 더 큰 접시로 배추김치를 내오셨습니다.

원래 맛이 좋은 굴구이지만, 이런 멋진 풍경이 함께하기에 더 그리운 것이겠지요.
원래 맛이 좋은 굴구이지만, 이런 멋진 풍경이 함께하기에 더 그리운 것이겠지요. ⓒ 구동관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광천나들목을 빠져 나온 뒤 광천 시내방향으로 500m 쯤 지나면 천북 입구입니다. 그곳으로 진입하여 진행하면 장은리, 남당리쪽 이정표가 보입니다.(광천 나들목에서 20분 소요.)

홍성 나들목을 이용해도 장은리로 가실 수 있습니다. 나들목에서 안면도쪽으로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데, 그 이정표를 따르다보면 남당리 가는 길 표지판이 여럿 보입니다. 그 표지를 따라 남당리로 가고, 그곳에서 장은리까지는 승용차로 5분쯤 걸립니다. 홍성 나들목을 이용하면 가는 길의 풍경이 더 좋습니다.(홍성 나들목에서 20분 소요)
굴구이를 먹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밤이 깊어졌습니다. 주변 작은 포구에 띄워져 있는 배들이 자꾸 말을 걸어옵니다. 일행들과 바닷가를 산책했습니다. 문득 매년 굴구이가 그리운 이유의 해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향긋하고, 구수한 굴 구이 자체의 맛으로뿐만 아니라, 인심 좋은 굴구이집…. 거기에 더하여 마음이 편해지는 포구 풍경이 그리움이 된 것 같습니다.

천북을 빠져나오며 처음 포구에 들어오며 들렸던 홍성-보령 방조제 준공탑에 올랐습니다. 적막한 밤 풍경을 보기에 더 좋습니다. 천북 굴구이 집들의 불빛이 아늑해 보였습니다. 바다에 떠 있는 배 몇 척도 불빛을 흔들리며 떠 있습니다. 홍성 남당리의 모습도 보이고, 멀리 안면도의 불빛들도 깜빡입니다.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충남 서해안에서 계절마다 즐기는 신선한 해산물

▲ 서해는 늘 맛있는 바다다. 왼쪽부터 전어구이(서천 흥원항), 대하구이(홍성 남당리와 태안 백사장항), 밀국낙지탕( 태안 원북과 서산 중왕리)

# 굴 구이
▷ 시기 : 늦가을부터 초봄까지(10월 말 - 3월 말)
▷ 장소 :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 낙지탕(박속밀국낙지)
▷ 시기 : 늦봄에서 초여름(5월 - 6월)
▷ 장소 : 태안군 이원면 원북리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 왕산포 포구

# 대하 구이
▷ 시기 : 가을(9월 - 10월)
▷ 장소 :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

# 쭈꾸미 샤브샤브
▷ 시기 : 늦겨울에서 봄까지(2월 말 - 5월 말)
▷ 장소 : 서천군 서면 마량리

# 전어 구이
▷ 시기 : 가을(9월 - 10월)
▷ 장소 : 서천군 서면 흥원항

# 실치 회
▷ 시기 : 봄(3월말 - 5월중순)
▷ 장소 : 당진군 석문면 장고항 포구

# 조개구이
▷ 시기 : 연중(시기마다 적당한 조개류가 준비 됨)
▷ 장소 : 보령시 신흑동 (대천해수욕장 및 대천 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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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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