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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렁청진 <치도> 1권 앞표지
ⓒ 세계사
된사람 CEO가 필요한 세상이다. 국민들은 난사람 CEO와 든사람 CEO보다 된사람 CEO를 원한다. 물론 난사람+든사람+된사람 CEO라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고대 중국 제왕들의 나라 경영과 사람 경영을 깊이있게 다룬 책이 나왔다. <치도(治道)>(2005년 8월 20일, 세계사 펴냄). 원제는 <독사유지혜(讀史有智慧)>, '지혜가 있는 사서(史書)'라는 뜻일까. 고대 중국을 경영한 국가 CEO들의 성공과 실패의 치도 파일인 셈이다.

'치도(治道)'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하나는 도로를 새로 내거나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스리는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물론 후자다.

중국의 역사책들은 방대하면서도 구성이 오밀조밀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치도, 역시 그러하다. 저자는 렁청진(冷成金). 중국인민대학 교수이며 중국의 저명한 문학박사인 렁청진 교수는 2002~2003년 동안에 걸쳐 문학과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떨쳤던 <독사유학문(讀史有學問)>의 저자이기도 하다. <독사유지혜>, 즉 <치도>는 그의 가장 최근 저작물.

▲ 렁청진 <치도> 2권 앞표지
ⓒ 세계사
1, 2권 다 해서 948쪽인 데다 하드커버이다 보니 그 무게에 밀리는 독자들도 있을 듯하다. 1권은 법가의 치도와 유가의 치도, 2권은 병가와 종횡가와 도가와 음양가와 불가의 치도를 다루고 있다. 각 부문마다 따로 된 책으로 만들었으면 들고 다니면서도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부 '법가의 치도' 중 '1장 한량, 무뢰배가 천하를 얻다'에서는 '인재 얻어 천하 차지한 한 고조 유방'을 다루고 있는데, 마지막 부분을 옮겨 오면 이렇다.

누가 인심을 얻어야만 비로소 천하를 차지할 수 있다고 했던가? 무뢰배 역시 천하를 얻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건달, 무뢰배 출신들은 어떻게 천하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인재를 얻었기 때문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덕(德)의 활용은 머나멀고, 술(術)의 활용은 곧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래서 급할 때의 도(道)는 술(術)을 중시하고 덕을 가볍게 여기는 것인가!

비록 무뢰배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단지 술을 활용하여 도를 얻어 천하의 주인이 되었다. 여기까지 이야기했다면 또한 다시 무엇을 부연할 필요가 있겠는가? 다만 글 읽는 선비로서 길게 탄식할 수밖에 없음이 한스러울 따름이다.
- <치도> 26쪽에서


그런가 하면 저 똑똑하고 유명한 제갈량은 자신을 대신할 인재와 후계자를 기르지 못해 나라 경영에 실패하였으니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것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 것을 무시하고 넘어갔다가 참패하는 결과를 맞이하는 장면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그려놓았다.

유비는 임종 직전에 특별히 제갈량을 불러 마속을 평하길, "말이 사실보다 지나치니 크게 등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제갈량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마속을 중용하고 말았다. 제갈량은 가정(街亭) 전투에서 마속을 선봉장으로 임명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참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마속도 목숨을 잃어 버릴 처지가 되었다. 제갈량은 스스로 인재 등용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지만 정작 스스로를 철저하게 반성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 <치도> 29쪽에서


나라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CEO나 중책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 필독서로 권할 만한 책이다. 뿐인가. 어느 분야에서든 치도를 응용하는 데 필요한 참고서로 이만한 책은 드물다고 하겠다. 중국 고대 역사에 굵은 획을 그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저절로 깨우쳐질 만하다.

세상 살아가기 답답하고 갑갑한 사람, 자기가 하는 일에 흥이 나지 않는 사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닫혀 있던 혜안(慧眼)이 공작의 날개처럼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각 장마다 한두 문단씩 정리하여 아포리즘(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금언·격언·경구·잠언 따위)으로 기록해 두면 좋을 것이다.

치도 1 - 법가.유가편

렁청진 지음, 김영진 옮김, 세계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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