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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관련 결정문을 읽고 있는 구보씨는 이 단어 앞에서 잠시 멈춰섭니다. '공교육' 혹은 '사교육'입니다. 이미 살펴본 구 교육법 제157조 사례에서도 수차례 등장하지요. 서로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연결 지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원래 부모들이 각 자녀에 대한 친권자로서 사적 시설에서 양육 및 보호·감독의 일환으로 행하는 사(私)교육은 근대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급진적인 발달과 다원화에 따른 교육수요에 부응할 수 없게 되어 공공의 교육전문시설에서 교육전문가에 의하여 조직적, 계획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학교라는 것은 그러한 배경하에서 생겨난 공교육기관이라 할 것이다.

교육도 공과 사로 나뉘는데….

이후 보게 될 사건에서도 이 두 대조어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합니다. 물론 법에 국한되는 용어는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어이지요. 언론도 빈번히 사용합니다. 대개 공교육은 '붕괴'라는 낱말과 사교육은 '과중한 비용부담'이라는 주제와 짝을 이루지요.

삶을 영위하는데 '공'과 '사'를 나누는 일은 중요합니다. 경계를 흐리면 도덕적 법률적 비난과 책임이 따르기도 합니다. 허나 무 자르듯 쉽게 변별되는 것은 아니라는데 고충이 있지요.

그런데 교육에 있어서 구분은 의외로 명약관화합니다. 대개 그 차이를 명징하게 선 긋고 있습니다. 주체로 가르고 있지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치면 공교육, 학원에서 강사로부터 혹은 과외교사에게서 배우면 사교육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동일한 문맥으로 쓰고 있네요.

'방과 후 학교'는 공교육일까, 사교육일까

구보씨는 이러한 준거가 그대로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교원평가제' 논란에 묻혀 관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새로 도입되는 제도에 '방과후 학교'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교육을 학교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발상에서 고안되었는데, 학원가 인기 강사가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과후 학교'는 공교육일까요, 사교육일까요. 학교 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비영리단체와 비영리법인에 위탁해 운영하니 여전히 공교육일까요. 아니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참여 학생·학부모로부터 비용을 징수할 수 있는 근거가 있고 더욱이 외부인이 가르치니 사교육일까요.

주체 말고도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은 많아

다른 영역이지만 논의에 참고가 되는 비슷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법과 사법의 구별인데, 그에 따라 적용되는 법원칙이 달라지고, 쟁송수단이 같지 않고, 손해배상 규정이 차이가 나는 등 여러 실익이 있는 쟁점입니다.

우선 앞서 교육에 관한 바와 같이 주체를 잣대로 삼는 입장이 있습니다. 주체설이라 부릅니다. 국가나 공공단체 등 행정주체를 한 쪽 당사자로 하는 법률관계를 규율하면 공법, 개인 간 법률관계를 규율하면 사법으로 보는 견해지요. 그러나 국가 등 행정주체가 단순히 개인과 같은 지위에서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등의 행위마저도 공법관계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공익에 봉사하는 법규는 공법이고 사익을 실현시키는 법규는 사법이라고 보는 이익설, 법률관계가 종속·지배복종관계 내지 상하관계이면 공법이고 평등·대등관계에 적용되면 사법이라는 성질설 등 여러 견해가 이어집니다. 급기야 구별을 부인하는 학설도 있지요.

이러한 논점은 대체로 어느 한 학설만을 따를 것이 아니라 복수 기준을 통해 갈무리해야 한다는 태도로 흘러갑니다. 또한 현실세계에서 구체적인 사건으로 다투어질 때는 법원이 판단을 내려 해결하지요.

교육의 '공'과 '사'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런데 교육정책에는 법원과 같은 기관이 개념을 규정하며 쐐기를 박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양자를 단순히 장소와 주체로 구별하는 관점에는 토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 것이 구보씨 생각입니다. 대부분 별 의심 없이 따르는 기준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교원평가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이런 속내가 있어 보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학원 강사만큼 노력하지도 않고 그래서 수업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이지요. 교사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지적일지 모르지만 여론은 은근히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형성에는 공교육과 사교육이 내용이나 성질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정부정책도 같은 맥락입니다. 교육의 '공'과 '사'의 특성에 대해서는 별 고민이 없어 보입니다.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경계 짓기에 머물러 있지요.

그 둘 사이에는 단지 주관주체의 차이 밖에 없을까요. 그렇지 않고 만약 공교육을 특징지을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 핵심은 무엇일까요. 사교육은 또 어떤 알맹이를 담고 있을까요. 혹시 그 구분은 무의미한 탁상공론일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한지요. 이어서 살펴볼 교육 관련 결정문에서도 이러한 화두를 놓치지 않고 읽어보려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어지는 사건은 과외금지 위헌결정 [전원재판부 2000.04.27. 98헌가16][판례집 12-1,427~49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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