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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11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11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의장이 없어야 잘 되는 것 아냐?"

한 당직자는 이같은 농을 던지며 정세균 비상체제를 호평했다. 문희상 체제가 출범하기 전 임시 지도부를 맡은 임채정 당의장 시절에 대한 평가도 곁들여 이 당직자는 "열린우리당은 위기에 강하다"고 말했다.

맞다. 열린우리당은 '위기'다. 유시민 의원의 "야당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발언, 임종석 의원의 "이대로 가면 재집권의 희망이 없다"는 발언 등은 열린우리당 저변에 깔린 위기감을 대변한다. '전당대회로는 안 된다'며 정동영·김근태 장관 두 차기주자의 복귀가 당 회생의 해법은 아니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쌀 비준안 처리, 비정규직·부동산대책 법안에도 박차내며 '실적'

이를 진화해야 할 책임은 당장 정세균 의장에게 있다. 정 의장은 흩어진 당 기강부터 다잡았다. 청와대 만찬 이후 확산될 수 있었던 당청 갈등도 정 의장의 입단속으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정 의장은 의원들의 소신 발언에 대해서도 "토론이 끝난 뒤에는 당론을 따라야 한다"고 경고했다. 원안과 절충안 사이에 이견 충돌이 심했던 금융산업구조개선법도 '권고적 당론'으로 매듭지어 여진을 최소화했다.

또 의원총회 출석율이 좋은 의원들을 꼽아 '개근상'을 주기도 했다. 지난 여름 8·31 부동산대책 관련 논의가 뜨거울 당시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절반도 안 되자 한 중진 의원은 "밖에서만 떠든다"며 젊은 의원들을 호되게 비판하기도 했다.

기강을 세운 정세균 의장은 '실적'을 내기 위해 분주해졌다. 한달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 의장은 "제가 비판을 받더라도 현안에 대해 매듭을 짓겠다"며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차선이나 차차선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에서 다급한 쌀협상 비준동의안을 처리했고, 민주노동당과 대치하고 있는 비정규직법안, 한나라당과 견해차가 큰 부동산대책 후속법안에 대해서도 협상의 기선을 제압했다고 자평한다.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도 '1천명 감군'을 전제로 찬성당론을 도출해 냈다. 지난 1차 연장동의안의 경우 시끄럽게 처리되었지만 이번엔 당정협의 과정에서 감군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 내부 잡음을 최소화했다.

거기에 더해 운이 좋게도 행정복합도시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 판결은 비상 지도부의 사기를 높이는 소식이었다.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정 의장이 모처럼 크게 웃었다. 한 주요당직자는 "당이 침체의 늪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정세균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font color=a77a2>쌀 비준안도 처리하고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안의 본회의 처리를 앞둔 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앞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모여 있다.
쌀 비준안도 처리하고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안의 본회의 처리를 앞둔 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앞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모여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회 바깥은 농민·노동자 시위로 시끄러운데... '거리'와는 선긋나

하지만 밖은 시끄럽다. 쌀 비준안 통과에 따른 농민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등 노동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작년 정기국회를 뜨겁게 달군 '4대 개혁법안' 중 처리 안된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1년이 넘도록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개정안만은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은 개방이사의 비율을 축소하고 자율형사립고를 '거래안'으로 내놓고 있다. '지둘려' 국회의장의 사학법 직권상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선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17대국회를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오간다.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게 과반 의석을 만들어준 한 축(개혁세력)은 상당수 민주노동당으로 이동했거나 부동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여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말이 앞서고 실천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게 현 비상지도부의 인식이다. 또 "과격한 구좌파 세력과도 분명한 선을 긋겠다"고 천명했다. 현 지도부는 '일하는 개혁' '중도개혁' 노선을 밝혔지만 '중도실용' 노선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정창교 수석전문위원은 "열린우리당의 1차 지지층 이탈은 대선 때 정몽준 후보로 대표되는 합리적 보수층"이라며 "이들이 현재 한나라당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font color=a77a2>농민들 마음은... 쌀협상 비준안 국회 상정 하루 전날인 지난 11월 2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농민 50여명이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 사무실 앞에서 쌀관세화유예협상비준안 국회 본회의 상정 반대를 요구하며 나락 10가마를 불태웠다.
농민들 마음은... 쌀협상 비준안 국회 상정 하루 전날인 지난 11월 2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농민 50여명이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 사무실 앞에서 쌀관세화유예협상비준안 국회 본회의 상정 반대를 요구하며 나락 10가마를 불태웠다. ⓒ 광주드림 안현주
개혁세력은 이동했지만... "수도권 중산층·호남 잡겠다"

한편 비상 지도부의 이같은 가시적인 움직임과 별도로 당내에서는 보다 근원적인 고민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 초 당 복귀를 앞둔 차기주자들을 비롯해 최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40대 재선급 의원들은 다양한 형태의 '통합론'을 고민하고 있다. 이탈한 '지역' 지지기반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주요한 지역은 호남. 최근 한 지역 언론사의 광주·전남지역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이 37.2%를 기록해 24.1%인 열린우리당을 크게 앞섰다.

행정도시법으로 충청권의 민심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판단한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통합, DJ와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하지만 한 정치컨설턴트는 "과연 민주당 통합 등 물리적인 봉합으로 이탈한 지지층이 복원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화일보>-KSOI 공동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이전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싫다'는 이탈층이 41%로 집계됐다. 유입층은 6.2%에 불과했다. 이탈층은 호남권과 30대, 고학력 및 고소득층, 화이트칼라층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이 실용과 중도 색채를 강화하고 지역 통합론을 고민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먼저 달아난 수도권 30·40대 중산층과 뒤이어 달아난 호남 지지자들을 다시 모셔오겠다는 의지다.

반면, 시위 중에 농민이 죽고 여전히 경찰의 과잉진압이 계속되는 데도 이를 우려하는 그 흔한 논평 하나 내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 역시 황우석 논란에는 직접 칼럼을 쓰는 '용기'를 내면서도 전용철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한 마디가 없다.

열린우리당이 외치는 '통합'이 참 허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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