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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마이뉴스> 초청 `네티즌과의 대화`에 나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
7일 <오마이뉴스> 초청 `네티즌과의 대화`에 나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먼저 치고 나왔다. 정 장관은 7일 열린 <오마이뉴스> 네티즌 대화에서 "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정치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복귀 '시기'도 가시화했다. "올 연말쯤이면 정부에서 하는 일을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인사문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과 상의를 하겠다"고 전제를 깔았지만, 시기를 '연말 정리'로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돌아갈 '자리'를 국한하지는 않았다. 정 장관은 "결코 뭐가 되고 싶은 것은 없다"며 "당에 돌아가서 물 한방울, 벽돌 한장의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에 도전할지, 혹은 지방선거 선거대책본부장 정도의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할지 여지를 남겼다.

정 장관 스스로 말한대로 "당이 어렵고,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 '사심'을 최대한 버리면서 어려움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10·26 재선거의 패배 이후 문희상 체제를 주저앉히고 차기주자 복귀에 불을 지핀 쪽은 김근태 장관측이었다. 정 장관측은 '가세'하는 수준이었다. 김 장관측이 당·정·청 쇄신을 내세우며 공세적인 행보를 해온 데 비해 정 장관측은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였다.

정 장관이 "고(go)!"를 결심한 시점은 대략 11월초다. 비상지도부가 꾸려지고 주자들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형성되자 "기왕 나설 거면 어정쩡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라고 결심을 굳혔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그 뒤 정 장관은 '강연 정치'를 통해, 계파 조직들은 물밑 '세'를 다지며 분주히 움직여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 장관의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이미 준비된 선언인 셈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물 한방울, 벽돌 한장 역할이라도"

이날 <오마이뉴스>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정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남, 6자회담 재개 등 통일부 장관으로 1년 6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이뤄낸 성과들을 맘껏 과시하고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통한 민족경제공동체 건설론, 4강대국 사이에서 주도적 역할론 등을 제시하며 '큰 꿈을 가진 인물'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제 문제는 돌아갈 곳이다. 당과 청와대, 그리고 그외의 정치세력. 이 3자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처지. 이와 관련한 <오마이뉴스> 네티즌들의 질문에 정 장관은 피하지 않고 답했다.

정 장관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처한 현실에 대해 "고립무원상태에 있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당 내부에서 '이대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며 제기되는 이른바 '민주세력 통합론'에 대해 정 장관은 "우리 시대 에 가장 중요한 열쇳말은 미래와 통합"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는 아직 내부 냉전상태에 있다, 내부 통합이 절실하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정 장관은 나아가 "최초로 개혁세력에게 과반수의 큰 힘을 줬지만 4·19 이후 기대를 채워드리지 못했다,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고 말하며 전통적 지지세력의 재결집에 인식을 함께 했다.

당·청에 쓴소리 "통합적 행동 없었다"

정동영 장관은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처한 현실에 대해 "고립무원상태에 있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정동영 장관은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처한 현실에 대해 "고립무원상태에 있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청 엇박자' 등 집권세력 스스로가 혼란상을 연출한 대목에 대해서도 "그 동안 오만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 장관은 "여당이 여당답게 되는 것이 첫번째 일"이라며 "다양성이 힘이기도 하지만, 태도, 행태에 있어서는 통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영남(한나라당 대연정)을 향해, 당은 호남(민주당 통합)을 향해 각기 엇갈린 구애를 하는 것과 관련, 정 장관은 "국민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양측으로부터 거리를 뒀다. 이어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의 관심을 제대로 읽고 대변했는지 누구의 책임으로 돌리기 보다 나는 과연 얼마나 기여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자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내가 한 말 때문에 여당이 얼마나 상처받고 국민에게 멀어졌는지 자기성찰이 요구된다"라는 말속에는 '청와대 책임론'도 깔려 있다.

한편 가속도를 내기 시작한 정동영 장관의 행보가 여권 전반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비상지도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계파 경쟁을 자제해온 김근태 장관측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는 내년 초에 정국운영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터. 내년 2월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주자의 정치와 대통령 정치가 한판 '빅매치'를 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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