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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사관을 이곳에 만나다니 정말 꿈만 같구려!”

장판수는 최효일의 손을 잡으며 크게 기뻐했다. 정뇌경은 두 명이 서로 아는 사이임을 보고서는 일이 수월하게 풀려 감을 속으로 기뻐했다.

“어찌하여 심양에 오게 된 것이오?”

“말도 마시오. 임장군의 명을 받아 명의 등주로 가서 장사를 했다오. 그곳에서 중국 사람들의 장사수완이 뛰어나다더니 장대인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좋은 값에 팔아 많은 이윤을 남겼다오. 하지만 명의 조정이 썩을 대로 썩어 조정 관리에게 줄을 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오. 가진 재물을 다 쏟아 부어도 될 성 싶지 않아 차라리 남은 재물로 심양으로 와 포로로 잡혀 간 사람들이나 구제해 보자 싶은 심정으로 오게 되었소.”

최효일의 이야기를 들은 장판수도 그간의 사정을 얘기했고 차충량이 죽었다는 대목에서 최효일은 크게 통곡하며 그 죽음을 애석해마지 않았다.

“아!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정뇌경도 그 얘기에 통탄해 마지않으며 울분을 토로했다.

“정명수 그 자의 방자함은 심양에서도 유명한 일인데 그런 일이 있었구려. 내 따로 손을 보아 그 자를 제거할 방도를 찾을 것이외다. 그건 그렇고….”

정뇌경은 깊이 한숨을 쉬며 잠깐 동안 최효일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장초관이 아까 세자저하에게 아뢴 말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소. 최종사관이 거금을 내어 놓아 이곳 세자부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 심양 인근에 논밭을 마련해 놓고 한인 농부들을 사서 농사를 짓고 있다오.”

“아니 조선 사람들을 쓰지 않고 어찌….”

“그건 그렇지 않소. 비록 세자부에서 쓰는 사람이라도 몸값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오. 그러기에는 너무나 밑천이 모자라 일단 한인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한 것이외다.”

“음… 기렇다면 내래 이미 진행 중인 일을 방책이랍시고 세자저하에게 고한 것이 아닙네까?”

장판수가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몰라 하자 정뇌경이 껄껄 웃으며 그를 위로했다.

“그렇지는 않소이다. 처음에 그리 하겠다고 저하께서 말하자 처음에는 모두가 반대만 했다오. 그런데 장초관이 나서 그 얘기를 하자 저하께서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매우 기쁘게 여겼을 것이오. 그러니 장초관에게 이런 특전을 베풀려 하는 것이 아니겠소?”

그 사이 마음을 조금 진정시킨 최효일이 그때서야 본래 의논하고자 하는 바를 얘기했다.

“듣자하니 장초관 외에도 반드시 심양을 빠져나가 가야 할 자들이 십 여 명은 된다고 들었소. 그래서 의논이 길어진 것이외다. 사실 그만한 사람들이 들키지 않고 의주까지 빠져나가려면 뇌물을 쓰는 수밖에 없는데 수중에 그만한 재화는 없소. 그러지 않으려면 길을 돌아 밤에만 이동해야 하는데 사실 이는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위험부담도 있소이다. 허나 말이오… 이미 난 이 일을 해보기로 했다오.”

그때까지 넋을 놓고 있던 육태경이 기뻐하며 최효일에게 절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오! 너무 기뻐할 일은 아니외다. 왜냐하면… 매우 중요한 물건을 이곳에서 가지고 나가기 때문에 이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던 판국이었다오.”

“중요한 물건이라니?”

최효일이 품속에서 작은 서첩을 꺼내어 놓았다.

“바로 이것이외다. 여기서 천천히 읽어보시오. 원래 여진어로 되어 있는 것을 한문으로 옮긴 것이오.”

최효일이 내어놓은 서첩을 장판수는 모르는 글자는 물어보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한 줄 한 줄에 담긴 옛 일을 더듬거리며 겨우 읽어 내려가던 장판수의 얼굴은 굳어져 갔다.

“어찌 이럴 수가… 그렇다면 두청 그 땡중 놈의 말이 아주 허황된 것은 아니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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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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