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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의 줄기세포 사태를 바라보는 모든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의 진정성을 지금까지 하나 의심하지 않았던 측도, 혹시나 하며 의심을 보냈던 모든 사람들도 똑같은 충격으로 지금 허탈감에 빠져있다.

하지만 비난의 여론이 또다시 광폭의 폭탄으로 둔갑하여 사회 전체를 뒤덥기 이전에 단순히 PD 수첩 이후 한달 남짓 겪었던 소용돌이의 시발점이 아니라 2004년 황우석 교수의 첫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 시점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고 이번 줄기세포 논란이 1인 모노드라마였는지 아니면 국내 각계 각층의 침묵과 동조로 만들어진 범국민적인 신기루였는지 냉철히 뒤돌아봐야 할 때라 생각된다.

2004년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성공은 훌륭한 연구 성과였다. 200여개의 난자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한 것은 그간의 땀방울이 이룬 쾌거였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2004년 줄기세포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했음도 사실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줄기세포를 치료용으로 사용하기엔 줄기세포를 질병원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목적세포 유도기술의 개발이 요원해보였다. 또 타인의 난자로 만들어 낸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할 수 없다는 면역상의 문제가 있었다.

대학에서 일반 생물학을 전공한 수준의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몇 십 년 아니 몇 세대가 걸릴지도 모를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발표 이후 그 어느 언론도 일반 대중들에게 이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았다. 대부분 선정적인 제목과 편집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환자에게는 희망을, 대한민국에는 장밋빛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2004년 논문 발표 이후부터 2005년 문제의 PD수첩 전까지 <오마이뉴스>를 포함한 거의 모든 언론이 황우석 교수 띄우기 작업에 매진했다.

이런 비이성적인 황우석 띄우기 작업에 조력한 건 비단 언론만이 아니다. 과학계와 의료계는 분명히 2004년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결과의 이 같은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나서서 황우석 띄우기 작업을 제지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줄기세포에 대한 서툰 환상은 금물이라고 대중들의 장밋빛 환상을 고쳐주지 않았다.

아직도 신체기증에 인색한 우리 유교문화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충족시킬 만큼의 정상적인 난자의 수량 획득자체가 어렵다는 사실과 비록 번복했다고는 하지만 2004년 논문 첫 발표 때 이미 황우석교수팀 연구원들이 외신기자들에게 스스로 난자기증사실을 인정했던 인터뷰 사실까지도 있었다.

따라서 생물학계에선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기증문제에 대한 비윤리성을 알면서도 침묵의 카르텔로 묵과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과학계 지식인들은 역사상 유례없던 기초과학계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에 대한 기대와 황우석 신드롬에 대한 반론으로 여론의 비난을 직격탄으로 맞을 것을 두려워하여 철저히 침묵과 묵인으로 황우석 신드롬을 방조하고 있었다.

그렇게 언론이 대중들을 현혹하는 선정적인 한탕주의로 영웅에 목말라하는 세태를 조장하고여기에 사회 지식인들이 보신주의와 개인주의로 침묵하면서 황우석 띄우기 작업은 2004년을 꿰뚫는 시대의 화두로, 2005년을 넘기면서는 시대의 희망으로 부풀려져왔다.

이 시점에서 우리 솔직히 고해하자. 우린 그렇게 전국민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람들의 인간적 고뇌를 알지 못한다. 단 한번도 그 자리에 올라가지 않았고 단 한번도 그 위치로 다가가본 적도 없다.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민이 함께 하는 자리일지, 얼마나 많은 부담의 짐을 짊어져야 할 자리일지 우린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문제점과 한계는 철저히 감춰지고 환상만 부풀어오른 신드롬의 주인공이던 황우석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한계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열기에 마주칠 때마다 얼마나 많은 번뇌를 했을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우린 박수만을 쳐주었을 뿐 단 한번도 이해하려, 생각해보려 노력한 적이 없었다.

그는 2004년 이전까지는 일개 대학 수의대 교수였고 학자였을 뿐이다. 단 한번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본 적 없고 단 한번도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 본적도 없었다.

그렇게 맹목적인 언론의 띄우기 작업과 동료들의 방조로 시대의 영웅까지 되어버린 황우석교수에게 정부까지 나서서 전폭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거기에 암묵적으로 방조만 했을 뿐이지 보이지 않게 그의 뒤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한계와 그의 언론플레이에 대해 비아냥거렸을 많은 동업자들이 존재했던 사실은 그에게는 차기 연구 성과에 대한 더욱 큰 조바심의 압력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물론 그가 받았을 부담의 압력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그는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당연히 그것은 학자의 양심을 판 사기행각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성은 그의 몫이다. 하지만 2005년 연구가 조작되었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단순히 그 한 사람만의 잘못인 것처럼 우리 모두 위선적인 얼굴로 그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과학부 기자들이라면 충분히 인지하고도 남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한계를 무시하고 무차별적이고 무비판적으로 띄우기 작업에만 골몰했던 언론과, 그에 대해 침묵으로 방조해버린 과학자들과 제대로 된 검증없이 전폭적인 투자를 결정해버린 정부와 아직도 신문과 방송의 선정적인 기사 제목만 믿고 쉽게 흥분하는 우리 국민들은 모두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누구의 승리도 아니고 누구의 패배도 아니다. 또 황우석 연구팀의 2005년 논문이 허위라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다. 잘못되고 조작된 연구로 피해를 받은 건 국민 모두지만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국민 모두 성숙된 자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사태의 첫 실마리를 제공한 용기 있는 제보자도 이름 없는 국민의 한 사람이었고, 방송국마저도 여론의 집중적인 포화에 손을 떼려 했던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준 네티즌들도 모두 이름 없는 국민들이었다. 혹여 더 큰 잘못된 결과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과정에서 브레이크역할을 해 준 사람들이 모두 일개 이름 없는 국민들이었기에 아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엔 희망이 남아 있다.

이제 황 교수팀은 지난 과오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다시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연구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국민들은 황우석 연구팀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개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접고 우리 척박한 기초과학계의 현실에서 이만큼이나마 이끌어준 연로한 과학자로서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다시 묵묵한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큰 아픔과 상실의 고통이었던 이번 사건을 건전하고 깨끗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한번 도약하느냐 또 한번 절망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느냐는, 또다시 예전과 다름없이 국민들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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