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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난이 일어났다고?”

후금의 홍타이지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선에 반정이 일어난 후 항상 배후가 염려되어 왔던 터에 반란이 일어났다면 명과의 싸움에 좀 더 여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그뿐만 아닙니다. 난을 일으킨 이괄이라는 자가 사람을 보내와 강화를 요청해 왔습니다.”

“뭐라? 하하하하하… 그것 참 맹랑한 자가 아닌가? 그 자가 벌써 한양을 집어 삼키고 왕이 되기라도 한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허나 대단한 자신감이 아닙니까?”

“우리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거래이니 사람을 보내어 교섭에 응하도록 하라.”

압록강을 건너 후금의 전갈이 오기를 기다리던 변정호와 두억일은 서둘러 심양으로 들어오라는 전갈을 받고 일이 다 된 것처럼 매우 기뻐했다.

“그대야 심양까지 갈 필요가 있겠소. 어서 내려가 이 소식을 장군께 전하시오.”

변정호의 말에 두억일은 기꺼이 따랐다. 후금 병사들의 호위 속에 심양으로 간 변정호는 후금의 제의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나라가 형제의 맹세를 맺고 다시 힘을 합쳐 중원을 친다.’

홍타이지의 말은 이러했다.

“본시 화북은 조상을 같이하는 후금, 몽고, 조선의 땅이다. 지금 한인들이 그 땅에 살고 있는 게 어찌 옳은 일인가? 더욱이 조선은 헛된 명분에 사로잡혀 그들과 함께 우리를 칠 모략을 꾀하니 심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받으라.”

홍타이지는 비단에 적힌 두루마리 세 개를 시종이 들고 있는 소반에 얹어 변정호에게 전해주었다.

“너희들은 아직 조선 조정을 장악하지 못했으니 이것을 가지고 가라. 이 두루마리에 우리 조상의 내력을 적어놓아 형제의 맹약을 하늘에 맹세한바 너희들도 마땅히 성의를 보여야 한다. 여기에 국왕이 될 자는 물론 조정대신들의 이름을 직접 모두 적어 서약하라.”

변정호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고금에 이러한 예가 있었는지 알 수도 없었고 자신이 이를 받아들여 조정대신들에게 갖다 보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자신이 없었다. 변정호가 물러간 뒤 홍타이지는 크게 웃었다.

“저 자가 과연 저 두루마리를 가지고 다시 심양으로 돌아올 수나 있을지 궁금하구나!”

주위의 대신들이 홍타이지에게 왜 그리 여기는지 물었다.

“보아하니 반란을 일으킨 이괄이라는 자가 그저 우리말에 능숙한 자를 보내어 둔 것뿐인데 어찌 우리가 격을 높여 대할 것이 있는가. 저 두루마리를 가져가 일이 성사된다면 반란이 크게 성공한 것이오. 저 자가 두루마리를 가져오지 못하고 다시 온다면 난은 성공했으나 조정에서 이 일이 사리에 맞지 않다며 의견이 분분하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도 결코 우리로서 손해 보는 결과는 아닐 것이나 내가 보기에 이 난은 성공할 것 같지 않다.”

“조선 평안도의 군세는 매우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어찌 난을 실패하오리까?”

한 대신의 지적에 홍타이지는 다시 껄껄 웃어 젖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난이 실패한다는 것이다. 뒤에 이렇게 조선을 노리는 군세가 버티고 있는데 겨우 사람 하나를 보내어 무마해 보겠다는 것이 어찌 되겠는가? 치밀한 준비가 없이 군세를 일으켰으니 뒤가 약할 것이고 이괄이라는 자는 앞뒤가 가로 막혀 결국 사로잡혀 죽을 것이다.”

홍타이지의 말은 맞아 가고 있었다. 변정호가 심양으로 갔다는 전갈을 가지고 간 두억일은 싸움에 휘말리기 싫어 말을 타지 않고 소문으로 들려오는 전황을 살피며 천천히 내려오다가 이괄군이 한양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고 공치사를 하려 급히 한양으로 향했다. 하지만 곧 길마재에 관군이 진을 치고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한윤의 얘기와 함께 그 소식을 알릴 사이도 없이 바로 전장에 투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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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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