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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안 선생이 생전에 승무를 추고 있다.
이동안 선생이 생전에 승무를 추고 있다. ⓒ 이승희
춤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한국춤은 무엇인가? 운학 이동안 선생을 잇는 전통무용가 이승희씨는 4년 전 이승희 전통춤 첫 발표회에서 다음과 같이 춤을 말한다.

"무념무상(無念無想)
자연에 몸을 싣고
세상의 명리(名利)나 욕심을 비우듯이
자신의 모든 관념, 생각도 잊고 다 비워가야 하는 세계."

이렇게 말한 그가 이번에도 2005 을유년 세밑을 보내며 다시 발표회를 연다. 나는 4년 전인 2001년 12월 20일 첫 발표회와 2003년 12월 4일 두 번째 공연을 보면서 한국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떠갔다. 첫 발표회 때 나는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승희의 진쇠춤
이승희의 진쇠춤 ⓒ 이승희
"내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동안 흔히 보아왔던 그런 춤이 아니었다. 나는 끊일 듯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한'이 서려 있는 대금 소리를, 우리 문화의 진수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바로 이 이승희의 춤에서 나는 멈춘 듯 움직이고, 정지한 듯 춤을 추는 우리 문화의 진수를 또 한 번 보고 있었다."

그러면 이번 발표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이번 공연은 그의 스승 운학 이동안 선생의 10주기 추모 무대로 꾸민다고 한다. 이동안(1906~1995) 선생은 경기 화성 출생으로 12살 때 남사당패에 입단하여 춤의 명인 김인호로부터 '신칼대신무', '진쇠춤', '태평무' 등을 전수받았다. 1922년에는 박춘재로부터 발탈을 배웠고, 1924년에는 김관보로부터 줄타기를 배웠다.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이동안 선생의 '신칼대신무', '진쇠춤', '태평무'를 이승희는 전수받았다. 하지만, 스승 이동안 선생이 춤이 아닌 발탈의 예능보유자였기에 이승희는 어렵게 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승희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국춤을 말한다.

"한국춤은 예부터 자연 속에서 자연의 기운과 합일되어 춤동작이 어우러져 심신을 수련하듯 추면서 출발했던 것 같다. 춤추는 사람의 내면의 깊이에 따라 춤의 무게와 품격을 느끼게 하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다른 것이다. 옛 선비들은 학문을 하다가 깊은 자연 속에 들어가 크게 숨을 쉬며, 몸을 서서히 움직이기도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영가무도(詠歌舞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춤)를 하며, 심신을 다스리고 호연지기를 길렀다."

이승희의 승무
이승희의 승무 ⓒ 이승희
이번 무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12월 28일 저녁 7시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다. 역시 이번 공연에도 1회와 2회에 이어 최종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가 감칠맛 나는 해설과 사회를 맡아줄 예정이다. 공연은 맨 먼저 민족음악원 이광수 외 4명의 비나리로 시작한다.

이승희는 승무, 진쇠춤, 살풀이를 공연하며, 한국무용학회 이사인 유정숙, 미래춤학회 이사인 조명숙과 함께 엇중모리 신칼대신무를 춘다. 이 밖에 임윤빈의 태평무, 김윤경, 임윤빈, 구교원, 김진태, 신우섭, 코다마 미호, 김보람이 같이 전통기본무를 추며, 찬조출연으로 김청만(장구), 최경만(피리) 등 국립국악원 연주단 7명의 시나위 연주도 있게 된다.

특히 일본인 코마다 미호(26)는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러 왔다가 인연을 맺게 된 경우로 일본에 돌아가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 공연을 위해 일부러 휴가를 내고 왔다고 한다. 또 구교원(52)씨는 건축자재업을 하는데 30대 이후 왠지 전통문화가 좋아 뒤늦게 공부를 하고 있다.

공연 연습에 열중인 제자들(왼쪽 미호, 오른쪽 구교원 씨)
공연 연습에 열중인 제자들(왼쪽 미호, 오른쪽 구교원 씨) ⓒ 김영조
이제 을유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우린 무엇하며 보냈나? 전통문화에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했는가? 아님 뭔가 전통문화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있는가? 그런 고민은 필요없다. 이제 을유년을 접으며, 이승희의 춤을 가슴 속에 한 번 안아보자. 그리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다는 영가무도를 같이 해보았으면 좋겠다.

"내면의 신명이 어우러진 동작이 한국춤"
[인터뷰]제3회 전통춤 공연을 하는 이승희씨

ⓒ김영조
인터뷰를 하러 들어간 이승희 전통무용연구소 한 편엔 서가가 있었고, 그 서가엔 민족문화백과대사전 등 전통문화관련 책, 한단고기 등 상고사 관련 책, 사서삼경 등 동양 철학서적은 물론 중어대사전, 풍수지리 관련 책 등 다양한 책들이 적지않게 꽂혀 있어서 이승희씨의 깊이를 말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한 편으로 치우친 느낌을 준다며 겸손해 한다.

- 어떤 계기로 춤을 추게 되었나?
"할아버지가 한학과 한시를 하는 분이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통이 다가왔는지 모른다. 어렸을 때 엄마 버선을 신고 선비탁자에 앉아 책을 넘겨보곤 했다. 그렇게 자란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한국의 미’ 등 전통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좋았고, 규방문화, 선비사상과 안빈낙도(安貧樂道: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킴)하며, 학문을 즐겼던 것이 좋아 보였다.

그러면서 전통문화 공연을 즐겨보곤 했는데 80년대인가, 이동안 선생님의 공연을 보고 다른 것과는 뭔가 다른 깊이와 품격을 느꼈다. 그래서 87년 봄에 이동안 선생님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하게 되었다. 춤이 이렇게 좋은데 왜 전공자들이 없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 춤, 한국춤은 무엇이고,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나?
"춤은 자신의 정서, 내면세계가 움직임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또 한국춤은 고대부터 면면히 이어온 우리의 정신, 민족혼, 생활 속의 양식이 담긴 춤이다. 그리고 한국춤은 내적인 기운이 녹아 나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의 춤은 손짓, 발짓 등 부분적인 모양새에 치중하는데 반해 한국춤은 전체적인 몸짓이며, 호흡에 실려서 한 동작, 한 동작 청정한 기운이 생기는 춤이다. 동서남북 사방에 완만하게 움직이다 보면 내면이 표현되며, 자연 속에서 내면의 신명이 어우러져 동작이 나올 때야말로 한국춤이 된다.”

- 춤은 왜 추는가? 어리석은 물음이겠지만 슬기로운 답을 해달라(웃음)
"춤을 출 때면 정신과 마음이 맑아진다. 또 춤은 무념무상, 비어있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녹음된 음악이 아닌 생음악을 바탕으로 춤을 추다 보면 즉흥적인 신명이 우러나온다. 그리고 이쯤 하다 보니 겨레문화의 전승 차원에서 춤추고, 가르치고, 연구, 지도하며 올바로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의식에서 추게 된다."

- 18년 춤 세월을 되돌아 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또 이동안 선생님을 계승한 것에 후회는 없는지?
"18년 동안 조금씩 벽에 부딪힐 때가 있었지만 시작할 때부터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좋아서 춤을 추었기에 후회도 없고, 크게 기억나는 일도 없다. 다만, 내게서 배워 나간 사람이 지방문화재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는 한편 뿌듯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씁쓸했다. 이동안 선생님을 계승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춤 세계가 큰 가치가 있기에 또 이 일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자긍심이 있으며, 그 자체로 만족한다."

- 어떤 춤이 어렵고, 어떤 춤이 더 매력있나? 또 우문일까?(다시 한 번 웃음)
"특별히 어렵다고 생각해본 춤은 없다. 다만,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양해서 내면이 꽉 차야 제대로 된 동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춤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지만 밟아야 할 기본과정이 중요한 전통기본무가 가장 매력이 있다. 이에는 한국춤의 원형, 기본적인 움직임이 있고, 완만한 호흡법에 그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승무'는 천지자연의 기운이 담겨있는 듯하여 좋고, '엇중모리신칼대신무'는 우리나라의 애조 띤 음악에 따라 죽은 이의 넋을 달래서 보내는 춤이기에 나름의 매력이 있다."

- 한국춤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실기만 치중하는 공부는 예술이 아닌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 수양하는 자세로 연마하여 한국춤의 깊은 멋과 아름다움을 찾아가길 바란다. 또 한시를 읊거나, 철학 사상을 공부하고, 다른 전통문화도 더불어 섭렵하여 포괄적인 아름다움의 예술로 승화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운학 이동안 선생님의 춤은 서울, 경기류의 원형 춤맥이기에 잘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또 고대 특히 고구려나 백제의 춤을 연구, 재현할 생각이다. 그 계획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책으로도 낼 생각이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문헌을 찾고, 고증을 거치며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다."

마침 연구소에 연습하러 나온 공연에 나갈 두 사람과도 더불어 인터뷰를 했다. 먼저, 일본인으로 신화, 현빈, 유재석을 좋아하다 한국춤의 매력에 빠진 코마다 미호는 "연예인을 좋아하다가 한국춤을 배우게 되었는데 한국춤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리고 어렵지만 재미있다. 한국 전통춤 말고도 역사, 한복, 요리, 김치 담그는 것 등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이어서 갓과 도포 차림으로 연습하던 구교원씨도 한마디 거든다.

"조상이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주셨기에 한국춤을 추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30대 때부터 춤, 민요, 풍물 따위를 배우다가 이승희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이승희 선생님의 춤은 제대로 된 춤, 순수하고 옳은 춤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마음이 편한 그리고 정감있는 연구소여서 이곳에 오게 되는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운학(雲鶴) 전통춤 보존회, 이승희 전통무용 연구소 
☎ 965-2306  yun-kyonng78@hanmail.net
티켓예매 / 티켓링크 1588-7890  www.ticketlink.co.kr

▶ 승무 / 한국의 전통춤 가운데 빼어난 춤사위와 장단의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민속춤이다. 깊은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장중한 힘에 의해 긴 장삼소매를 무겁게 뿌리고 제치며 만들어내는 공간미와 춤을 추는 사람의 내적 깊이가 한층 어우러져야 아름다운 이 춤의 극치를 나타낼 수 있는데, 고도의 예술성과 품격이 배어있는 한국춤이다.

▶ 진쇠춤 / 품격의 장중함을 바탕으로 하여 추는 춤이다. 무관복(武官服) 차림에 꽹과리를 들고 추며, 국태민안과 태평을 기린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가락을 밟으며, 신명에 이끌리듯 내면의 멋과 흥이 역동적인 동작과 어우러져 진쇠만의 독특한 춤사위를 이루는데 화려한 복색을 하고 외발뛰기로 꽹과리를 휘두루는 춤사위 등 더없는 한국춤의 신명과 역동성이 녹아있는 춤이다. 

▶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 내적인 감정을 절제된 춤사위로 표현하는 깊이있는 춤으로 살풀이춤과 함께 무속춤에서 발생하긴 했으나, 예술적으로 형상화된 소중한 우리춤 가운데의 하나이다. 현란한 재주나 지나친 기교를 엄격히 자제하면서 머뭇거리다 지숫기도하고, 좌우로 어굿매기며 풀고 맺는 춤사위 등 그윽하고도 슬픔이 서려있다.

▶ 태평무(太平舞) 
그 해의 풍년을 축복하고,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추었던 것으로 정제된 춤의 멋과 어떤 격식에서 오는 품격 등 장중함을 느끼게 하는 전통춤이다. 사뿐사뿐한 발디딤 동작이나 한삼자락을 펼치고 뿌려서 거두어 들이는 팔의 움직임 등, 춤사위 마다에 그 법도가 단단한 절제 속의 멋을 풍기는 독특한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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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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