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진위 조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수사 착수를 앞두고 있는 검찰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꼭 수사에 착수해야 하느냐'는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벌인다 하더라도 원천기술 보유 여부, 국가예산 횡령 논란 등의 수사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황우석 교수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우호적인 여론도 검찰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 조사위, 어디까지 밝힐까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일 본격적인 보고서 작성에 착수했다. 최종 조사결과는 이르면 9일쯤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온 뒤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조사위의 발표내용에 따라 검찰 수사의 범위나 방향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2일 "일부 언론에서는 검찰이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고 쓰고 있는데,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수사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위에서 황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원천기술의 인정 여부 및 줄기세포 수립 재연허용 여부, 2004년 <사이언스> 논문 및 복제 개 스너피의 진위 등에 대해 결론을 내줘야 검찰이 수사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조사위가 황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전면 부정한다면 검찰의 수사범위는 대폭 확대된다. 그렇게 되면 이번 수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소속 첨단과학과에 재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황 교수 측이 김선종 연구원 등에게 전달했다는 5만 달러 등 연구 이외 의혹 역시 수사대상에 모두 포함된다.
반면 조사위가 황 교수팀의 연구 결과 중 일부분을 인정하거나 원천기술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수사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 황 교수에게 사기죄 등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된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 등 5개의 고소·고발 사건에 한해서만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사위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줄기세포 수립 재연 허용 등의 결정을 내린다면 검찰 수사는 무기한 유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 교수팀 연구결과 전면 부정되면 대검 첨단과학과에서 수사
검찰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에 수사를 배당할 것이라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며 "대검 중수부는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과 쟁점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검토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을 대검에서 맡을지, 서울중앙지검에서 맡을지는 현재 검찰총장도 알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조사위는 현재 원천기술 보유 여부의 기준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 내부에서조차 원천기술에 대한 개념 정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 조사위는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작업을 거쳐 최종 결과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반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지난달 29일 조사위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떠넘기기"라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조사위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에 대해 "그런 내용은 조사위원회가 밝힐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또 김선종 연구원이 받았다는 5만 달러의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위의 임무가 아니다"며 "나중에 검찰이 수사를 한다면 그 때 밝힐 내용"이라고 검찰에 공을 넘겼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조사위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총대를 메지 않으려고 검찰에 떠넘긴 셈"이라며 "조사위에서 먼저 충분히 조사한 뒤, 검찰에 고발 조치를 해줘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에게 기회줘야" 여론 속 검찰의 고민
검찰이 무엇보다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국민 여론이다. "맞춤형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었다"는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도 여론조사 응답자 대다수가 황 교수에게 원천기술 보유를 입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논문이 조작으로 판명될 경우 황 교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1.9%가 '원천기술 보유를 입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답한 것. '모든 연구활동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19.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는 "황 교수 개인에 대한 기대보다 국익이나 난치병 치료 차원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의 고민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은 '황우석 사태'와 관련, 매일 수백 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넘쳐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게시물의 상당수가 "이제 믿을 곳은 검찰밖에 없다"며 검찰에 즉각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
검찰 관계자는 "무척 난감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검찰은 국민들에게 박수받을 수 있는 수사를 하지, 욕 먹을 수사는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비난 여론 못지 않게 여전히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고 있는 여론이 있는 한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 연구비 횡령 의혹, 감사원-검찰 신경전
황 교수팀의 연구비 횡령 의혹 문제에 대해서도 검찰은 감사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황우석 교수 사태에 대해 서울대 조사위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 수사가 예정돼 있어서 아직 감사를 벌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국가 예산과 관련한 문제는 감사원의 조사가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급한 사안일 경우 검찰이 먼저 수사에 뛰어들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게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결국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결과 발표가 검찰 수사의 최종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황우석 딜레마 속에서 서울대 조사위와 검찰, 감사원 등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