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3선이 유력시 되던 이원종 충북지사(사진)가 도지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충청지역 정가는 술렁였습니다. 물론 강력한 도지사 후보의 불출마에 따른 각 당의 이해득실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는 정치인에 대한 신선한 충격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칠순을 넘긴 대통령과 대선 후보들을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심지어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국회의원 10선을 하겠다며 비례대표 1번을 받아들던 정치인도 보아왔습니다.
나이가 진퇴를 결정하는 모든 기준은 아니지만, 보스정치의 폐해를 몸소 경험해온 우리나라 국민들로서는 나이 많은 정치수장들의 끈질긴 정치생명 연장의 몸부림에 이미 진절머리가 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풍토 속에서 64세의 이 지사가, 지지율 40%~50%를 넘나들며 출마만 하면 당선이 거의 보장된다는 전망 속에서도, 과감히 불출마선언과 함께 정계은퇴선언을 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지역에서는 이 지사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숨기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서울의 모 대학 총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도 하고, 중앙 정치의 중량감 있는 자리를 내락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 지사가 불출마 선언에 이어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또다른 정치적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으며 적절한 시기에 명예롭게 퇴장하는 것은 평소의 소망이었다"며 "평범한 국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말로 이 같은 추측을 부인했습니다.
이 지사와 가까운 지인들은 평소 성품을 보면 이러한 소신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60대에 신당 창당한 심대평 충남지사와 대비
도민들도 충청북도 홈페이지와 관련 언론사 홈페이지에 이 지사의 결단에 칭찬과 격려의 글을 남겼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박수칠 때 떠날 줄 하는 정치인에 대한 무한한 존경이 담긴 글들입니다.
동시에 네티즌들은 또 한 사람의 도지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도지사 3선을 마감하면서 새로운 당을 창당하여 중앙정치 무대에 뛰어든 심대평(65) 충남도지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해 심 지사가 자민련을 탈당하고 신당창당의 깃발을 휘날릴 때까지만 해도, 지역에서는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지역주의에 기댄 또 하나의 '도로 자민련'아니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심 지사는 분권형 정당을 내세우면서 당세를 확대해 나갔고, 드디어 오는 18일 창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신당은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자민련과의 통합 실패, 지지율 하락, 창당 전부터 자리싸움까지 일면서 충남을 중심으로 전국정당을 꿈꾸던 심 지사의 꿈은 갈수록 힘에 겨워하는 듯 합니다.
이 지사의 아름다운 퇴장은 심 지사가 지사직과 국민중심당 창당준비위원장까지 겸하고 있는 현실을 비견하게 합니다.
5일 기자와 만난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신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심 지사가 도지사와 신당창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결국 둘 다 놓친 격"이라며 "물러날 때 물러나고 결단할 때 결단해야 민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사의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나머지 분들도 이 지사의 '아름다운 결단'에 영향 받기를 바라봅니다.